-작고 둥그런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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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익숙했던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갑자기 크게 다가올 때 그런 것 같아요. 얼마 전 '아름답다'의 의미를 골똘히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관점이 달라지니 '아름답다'의 의미도 완전히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아름답다'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는 뜻입니다. 전자가 외면에 관한 이야기라면 후자는 내면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저는 늘 '아름답다'가 누구나 가고 싶은 이상향, 혹은 욕망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현실의 나는 초라하고 부족하고 모자란 것 투성이지만, 내가 꿈꾸는 나는 멋지고 아름답고 당당한 사람이니까요. 그 사이의 갭이 때론 나를 슬프게도 하고 비참하게도 하지만, 힘든 삶을 견디고 버티게 만드는 동력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런데요,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름답다'는 어쩌면 '아름'과 '답다'가 결합해 생겨난 단어는 아닐까. '아름'은 "두 팔을 둥글게 모아서 만든 둘레"를 의미하고, '답다'는 "성질이 있음, 특성이나 자격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니 '아름답다'는 건 따지고 보면 거창한 무엇, 내가 닿을 수 없는 어떤 이상향이 아니라, '두 팔을 둥글게 모아 만든, 나만의 작은 세계,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뜻이 아닐까. '평생 아름다움을 꿈꾸며 아름다운 것들을 지향하며 살아왔는데, 결국 '아름답다'는 건 멀리 있는 이상향 같은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글쎄요, 전 여전히 못나고 부족하고 아름다워지기를 갈망하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아름다움은 행복처럼 우리 가까이에 머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