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질, 다른 취향

-극과 극의 남매를 키우는 법

by 최혜정

18

지난번 글에서 '육아는 매번 다르다, 육아의 방식은 아이마다 달라진다, 그래서 유일무이하다'라고 얘기했지만, 제 두 아이는 유독 기질도 취향도 극과 극이라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딸이 웬만하면 외출을 꺼리는 히키코모리 성향이라면, 아들은 웬만하면 밖에 나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방랑 청년(?) 성향이거든요. 좋아하는 음식도 달라요. 둘 다 '고기 러버'지만 딸은 돼지고기를, 아들은 소고기와 닭고기를 좋아하죠. 스타일도 다릅니다. 아들이 패션에 관심이 많은 트렌드 추종자라면, 딸은 패션에 별 관심이 없어요. 생전 옷 사달라, 가방 사달라 소릴 한 적이 없습니다. 아들이 맨날 입을 옷이 없다, 신발 살 때가 됐다며 투정 부리는 것과는 정반대죠. 덕분에 딸에겐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 좀 나가면 어때?', '계절 바뀌었는데 옷 좀 사줄까?'란 말을, 아들에겐 '제발 집에 좀 일찍 오렴', '엄마 돈 없어서 옷이랑 신발 못 사준다'란 말을 수시로 하게 되네요. 아마 '한 어미 자식도 아롱이다롱이'란 속담은 이래서 나온 건가 봐요.




이렇게 두 아이의 서로 다른 기질과 취향은 엄마를 곤란하게 할 때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 두 가지만 꼽아볼게요. 일단 밥상을 차릴 때가 문제예요. 두 아이가 동시에 좋아하는 메뉴가 잘 없다 보니 식단을 짤 때면 아주 난감합니다. 딸이 좋아하는 삼겹살 구이를 먹으려면 아들이 먹을 소고기 등심을 따로 구워줘야 해요. 아들은 삼겹살 구이를 싫어하거든요. 가끔 비빔면과 함께 먹을 때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는 선호하질 않아요. 가뜩이나 요리하는 걸 싫어하는 저에겐 재앙과도 같은 일이죠. 그나마 남편은 주는 대로 먹어서 다행이에요. 가족의 숫자대로 요리 가짓수를 늘리는 건 정말 못할 짓이니까요.


두 번째는 형평성의 문제입니다.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처럼, 아들은 맨날 뭘 사달라 졸라대니 졸리다 못해 사줄 때가 많아요. 얼마 전에는 아이폰과 에어팟을, 또 그 전에는 고가의 나이키 운동화를, 작년에는 명품 패딩을 사줬죠. 그에 비해 딸은 뭘 사달라는 얘기가 없어요. 얼마 전 취업했을 때 옷 사 입으라며 돈을 준 적이 있긴 하지만, 아들에게 사줬던 것들의 총액에 비하면 너무 적은 돈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딸보다 아들에게만 신경 쓰나?'라는 자책을 하게 되네요.




문제를 인식했다면 해결방법도 찾아보는 게 인지상정이겠죠? 다행히 첫 번째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했답니다. 아들과 딸에게 제 명의의 카드를 한 장씩 주었어요. 밖에 나가 있는 경우가 많은 아들은 이 카드를 알뜰하게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밥때마다 카드 사용내역이 제 핸드폰에 찍히거든요. 이에 반해 집에만 있는 딸은 카드를 쓰는 일이 잘 없어요. 대신 제가 주문한 밀키트와 간식들을 야무지게 먹고 있습니다. 먹는 양이 적어서 그렇지 반찬 투정을 하는 일도 없어요.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씩은 두 아이가 모두 좋아하는 김치를 활용한 요리를 해주곤 합니다.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 통조림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 김치찜, 김치전, 김치볶음밥... 이런 음식을 번갈아가며 해줘요. 그러면 '내가 아이들 먹거리에 너무 소홀한가?'라는 엄마로서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좀 더 어려웠어요. '형평성이란 게 뭘까?'라는 질문부터 출발했거든요. '두 아이에게 동일한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게 형평성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으니 '그건 아니다'라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쪽으로 방법을 찾아나갔습니다.


아들에겐 '갖고 싶은 걸 모두 가질 순 없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되, 매년 옷 사는 데 쓸 수 있는 금액을 정해 주었어요. '이 범위 안에서 사라'라고 미리 약속을 한 거죠. 그리고 패딩 같은 비싼 품목은 2~3년에 하나씩, 신발은 6개월에 하나씩 사는 걸로 합의를 했고요. 서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인정할 수 있는 선에서 타협을 한 셈입니다.


딸에겐 '엄마는 네가 원하는 걸 능력이 닿는 한 얼마든지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얘길 많이 해주었어요. 갖고 싶은 게 별로 없는 아이다 보니, '지금쯤 딸에게 이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매의 눈으로 딸의 옷과 가방, 신발 등을 살피고 있고요.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보충해줄 수 있도록요. 그리고 '엄마는 아무래도 네가 이런저런 요구를 안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동생에 비해 소홀히 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된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이 든다면 언제든 얘기해달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게 결국은 해결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요.




뭐, 이렇게 한다고 해서 아이들의 불만이 아예 없을 순 없겠죠. 하지만 각자의 기질과 취향을 인정해주려고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을 알고는 있겠지, 라는 마음으로 가끔씩 찾아오는 죄책감을 다독이고 있답니다.

작가의 이전글따뜻한 위로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