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좋은 남매는 엄마의 이상향일 뿐
23
오늘은 딸과 아들 얘기를 해볼까 해요. 다섯 살 차이인 이 아이들은 지난 번 글에서 밝혔듯 극과 극의 취향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서로에 대해 대체로 무심해요. 약간 남 대하듯 한다고나 할까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혈연관계 특유의 친밀함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서로에게 다정하고 애정도 충만한 남매는 엄마의 머릿속에서나 출몰하는 이상향인 것 같아요.
어제 아들과 함께 안과에서 시술을 받고 돌아오던 때의 일입니다. 눈 안쪽에 다래끼가 났는데, 겉으로 보일 만큼 커져서 그 아이를 째고 짜내야 할 지경이 됐거든요. 아들이 워낙 외모에 관심이 많은 타입이라 친구들이 눈에 뭐가 난 것처럼 불룩하다고 지적을 하는 게 신경이 쓰였나 봐요. 빠르게 예약을 하고 안과전문병원에 가서 시술을 받았죠.
그런데 하필 어제가 아들이 서울에 있는 학원에 가는 날이라 저녁을 빨리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아들과 이야기 끝에 맥 드라이브에서 햄버거를 포장해가기로 하고는, "아들아, 엄마가 운전 중이니 누나한테 전화해서 누나도 햄버거 먹을 건지 물어봐줄래?"라고 했죠. 아들이 "알았어"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했는데, 연속해서 3번이나 전화를 했는데도 바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로 넘어가는 거예요. 그러자 아들이 "왜 전화를 안 받지? 연속해서 3번이나 했는데 안 받는 거면, 다른 사람이랑 게임하면서 통화하는 중인가? 아니면 혹시 날 차단한 거 아냐?"하더군요. '설마'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호 대기로 잠시 멈췄을 때 제 휴대폰 스피커폰 기능을 사용해 전화를 했어요. 이런, 바로 받네요.ㅠ.ㅠ
"응, 엄마. 왜?"
"딸, 우리 지금 가는 길인데, 햄버거 사가려고. 혹시 너도 먹을 거니?"
"좋아. 난 슈슈버거 세트. 음료는 스프라이트로."
"알았어. 금세 가니까 조금만 기다려."
속으로 '아, 딸이 정말 제 동생 전화를 차단했나?' 의심하면서, 아들 눈치를 슬쩍 살폈더니, 아들이 하는 말.
"말투가 왜 저래? 완전 귀여운 척 하잖아."
"왜? 엄마는 좋은데. 귀엽잖아."
"귀엽긴. 난 저런 말투 '극혐'이야."
이런이런, 동생 전화를 차단하는 누나와 누나 말투를 '극혐'하는 남동생이라니...
제가 정말 이 두 아이를 낳은 걸까요?ㅠ.ㅠ
요즘 현실남매의 사소한 에피소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