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는 절대 성과를 낼 수 없다

-엄마가 변해야 아이도 변한다

by 최혜정

*오늘 발행된 지담 작가님의 매거진 '공부를 못하는 자녀를 둔 부모 필독'을 읽고 몇 가지 단상이 떠올라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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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직업이 어려운 건, 자신이 가진 틀 안에서만 아이를 바라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이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보다, 엄마가 아이에게 원하는 걸 먼저 생각하게 되니까요. 저도 그랬어요. '내가 경험해 보니 영어는 꼭 필요해. 영어를 잘해야 뭐든 기회가 생기지', '키가 크려면 농구처럼 점프를 많이 하는 운동을 해야 해', '악기 하나쯤은 다루는 게 나중을 위해서도, 아이 정서를 위해서도 좋아'... 이런 생각들을 관철시키기 위해 저는 딸과 아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았답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생각 중 단 하나만 성공했어요. 왜였을까요?

아래 내용은 이 질문에 대한 경험적 답변입니다.


사례 1. 영어학원 이야기

엄마의 예: 저는 국문학 전공에 영문학 부전공인데도, 영어를 거의 말하지 못합니다. 읽고 듣는 건 그럭저럭 하는 편인데, 말하기가 안 돼요.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고 틀릴까 봐 두려워하고 도전하길 싫어하니 영어를 말해야 할 상황만 되면 혀가 굳을 수밖에요. 게다가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아 당시 유행했던 해외 연수도 가지 못했고, 영어학원에도 지속적으로 다니질 못했어요. 물론 많은 분들이 그러셨듯 독학을 하는 방법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 정도로 영어에 진심이진 않았던 터라, 여전히 '영어 무식자(?)'로 남아있게 됐답니다.


딸의 예: 그래서 딸이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좋은 학원에 보내 딸만큼은 영어를 잘하게 만들어야겠다, 결심했어요. 부랴부랴 좋다는 영어학원을 물색해 비싼 돈을 들여 딸을 보냈죠. 하지만 딸은 영어학원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알고 보니 학년은 똑같지만 이전부터 학원에 다니고 있던 아이들이 딸을 따돌렸더라고요. 뒤늦게 배우느라 자기들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놀리고 무시했던 모양이에요. 그 사실을 뒤늦게 안 저는 딸의 학원을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역시 비싸고 평판이 좋은 학원이었어요. 다행히 초반엔 적응을 잘하는 듯싶더군요. 따돌리거나 못되게 구는 아이들도 없었고요. 하지만 딸은 또다시 학원에 가는 걸 거부했어요. 첫 번째 학원에서의 트라우마도 있었겠지만, 영어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거죠. 재미도 없고, 왜 필요한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다 도움이 될 거야'라는 엄마의 말이 동기부여가 됐을 리가요. 그렇게 딸은 영어와 멀어져 갔습니다.




사례 2. 농구교실 이야기

엄마의 예: 저는 키가 작은 편이에요. 158cm거든요. 어릴 땐 남들보다 빨리 자라서 키 번호가 맨 뒤였던 적도 있는데, 이상하게 어느 순간부터 크질 않더라고요. 결국 160cm에도 못 미치는 키가 되고 말았죠. 작은 키가 꽤나 콤플렉스였던 터라 결혼은 키 큰 남자랑 해야겠다, 다짐했는데, 어쩌다 보니 결혼도 키 작은 남자랑 하게 된 거예요.ㅠ.ㅠ 그러니 아이들의 키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죠. 아니나 다를까, 딸도 저보다 살짝 작은 키에서 성장을 멈추더군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저는 아들의 키를 키우는 데 전력을 다했어요. 요즘 애들은 180cm까지 크는 애들도 많다던데, 우리 아들만 170cm도 안 되면 어쩌나, 걱정하는 마음에서였죠.


아들의 예: 그런데 어디서 들으니 '키가 크려면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을 때 점프를 많이 해야 한다, 농구 같은 운동이 좋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얼른 집 근처 체육관에서 운영하는 농구교실에 등록시켰죠. 하지만 팀에 뒤늦게 합류한 터라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더군요. 다행히 따돌리는 아이는 없었지만, 아이 자체가 운동을 싫어했고,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냥 엄마가 시키니까, 키 크는 데 좋다니까, 마지못해 하게 된 거였죠. 그래서였을까요? 아이는 코치의 말도 잘 따르지 않고 훈련에도 열심히 임하질 않았던 모양이에요. 그 때문에 코치가 욕하면서 화를 내고 아이를 때리기도 했다더군요. 그 얘기를 아이로부터 전해 들은 저는 그날로 농구교실을 그만두게 했어요. 제 유일한 교육원칙이 '절대 아이를 때리지 않는다'거든요. 아이를 때리고 욕하는 코치 밑에둘 순 없단 생각이었고, 그 결정은 지금도 후회가 없습니다. 하지만 농구로 아들의 키를 키워보겠단 생각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죠.

사족. 다행히 아들은 농구를 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키가 컸어요. 지금은 175~176cm에 달할 정도로요. 정말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죠. ^^




사례 3. 음악학원 이야기

엄마의 예: 어려서 잠깐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는데,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경제적 이유 때문에 엄마가 오빠에게만 피아노를 시켰거든요. 저는 억울했어요. 선생님이 오빠보다는 제가 더 음악에 재능이 있다고 하셨는데, 엄마의 선택은 제가 아닌 오빠였으니까요. 그래서 결심했답니다. 나중에 내가 엄마가 되면 우리 애들은 아들이건 딸이건 상관없이 꼭 피아노 레슨을 받게 하겠다, 라고요.


딸의 예: 다행히 딸은 음악학원을 좋아했어요. 재능이나 실력이 출중하진 않았지만 꾸준히 열심히 다녔고요. 피아노는 체르니 40번인가까지 쳤고, 나중엔 클라리넷도 배웠답니다. 덕분에 중고등학교에서도 음악은 늘 우등생이었어요. 국영수보다는 예체능 성적이 항상 우수했고요. 듣는 귀도 좋은 편이에요. 지금도 좋은 노래는 금세 알아보거든요.

(사실 저는 공부에 도움이 안 되는 음악학원을 몇 번이고 그만두게 하려고 했지만, 딸이 울며 매달리는 바람에 중학교까지 내내 음악학원에 보냈답니다. 지금은 그러길 잘했다 생각하지만, 그땐 '왜 딸은 영수학원이 아니라 음악학원을 고집할까? 내 딸이지만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아이가 원하는 건 생각지 않은 채, 제 생각에만 빠져 있었죠.ㅠ.ㅠ)


아들의 예: 아들은 음악학원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어요. 다만 실력은 좋았답니다. 학원에서 발표회를 위해 연습을 시키면 나이답지 않게 완성도 높은 연주 실력을 선보였어요. 선생님이 자꾸 반복해서 피아노 연습을 시키는 게 불만인 듯했지만, 무탈하게 체르니 40번인가 50번인가까지 쳤으니까요. 그 덕에 아들도 딸처럼 음악 점수는 늘 상위권이었어요. 음감이나 리듬감도 좋은 편이고요. 나중엔 피아노가 좋아졌는지 집에서도 칠 수 있게 피아노를 사달라고 성화를 부렸을 정도랍니다. 결국 저희 부부는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전자피아노를 사줬어요. 그 피아노는 지금도 아들이 음악 작업하는 데 잘 사용하고 있답니다.


위 사례를 보면 아시겠지만, 제 생각만으로 밀어붙인 영어학원과 농구교실은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질 못했어요. 이에 반해 음악학원은 특별한 성과는 없었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죠. 그 차이는 결국 '아이들이 원했나?',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했나?'에서 판가름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필요해서 하는 공부보다는,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공부가 제 아이들에겐 더 적합했던 거죠. 저는 이런 경험을 통해 '엄마의 강요는 절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공부 싫어하는 아들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딸이 때론 짜증나고 답답해도, 다그치기보다 한 발 물러서서 기다려주는 건 이런 이유에서예요. 아이들의 변화를 위해선 엄마의 변화가 우선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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