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없이 학교에 간다고?

-아들아, 너 공부는 아예 안 할 거니?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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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학교에 갈 때 가방을 안 가지고 가는 고등학생, 혹시 본 적 있으세요? 저는 매일 아침 본답니다. 저희 아들이 그렇거든요. 뭐 요즘은 학교에 사물함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거기에 교과서와 준비물을 두고 다니니 굳이 가방이 필요 없다지만, 아침마다 가방 없이 학교에 가는 아들 녀석을 보면 정말이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요. 게다가 가방도 없이 가는 주제(?)에 머리 모양은 어찌나 신경을 쓰는지,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 감고 드라이하고 세팅하느라 밥도 못 먹고 갈 때가 태반이네요.ㅠ.ㅠ


사실 아들이 가방 없이 등교하는 데 익숙해지기까진 시간이 좀 걸렸어요. 저는 소위 말하는 '범생'이라 '어떻게 학생이 가방도 없이 학교에 가지?'라는 생각이 기본 장착돼 있거든요. 그래서 초반엔 싸우기도 하고 잔소리도 하고 어떻게든 가방을 들려 보내려고 나름의 투쟁(?)을 했더랬죠. 하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아들에겐 공부보다 패션이 더 중요한 가치라 엄마가 얘기하는 걸 귓등으로도 안 듣더라고요. 가방을 메면 각이 안 산다나 뭐라나. 그래도 이상한 건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그래서 그런가,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더라고요. 에효.


물론 아들을 처음 학교에 보낼 땐 이런 상황은 생각도 못했죠. 당연히 공부 잘하고, 뭘 하든 칭찬받는 모범생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웬걸. 공부엔 관심 없고, 노는 것 좋아하고 꾸미는 데 관심 많은 유별난 학생이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제가 아들이라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지,라고 생각할 테지만, 아들은 제가 아닌 걸요. 제가 저만의 원칙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듯, 아들에겐 아들만의 인생 원칙과 가치가 있겠죠. 학창 시절 공부 안 하고 놀기만 한 걸 뒤늦게 후회하더라도 그 또한 아들의 몫일 테고요.


이제 남은 시간은 1년. 곧 고3 수험생이 될 아들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그저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는 대학 실용음악과에 진학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때까진 가방 없이 학교에 가는 아들을 어떻게든 견뎌봐야겠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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