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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땐 한 템포 쉬어가기

-사진전 보러 갔다가 와인만 먹고 온 사연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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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마감에 시달리다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강남에 갔다.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는 시기지만, '에라, 모르겠다'하는 마음으로 약속을 잡았달까. 덕분에 어제는 새벽 2시까지 눈이 빠져라 작업을 해야 했고, 오늘도 지금까지 노트북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뭐, 12시부터 6시까지 장장 6시간을 쉼 없이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떨었더니 '만땅'으로 차올랐던 원고 압박과 마감 스트레스가 한결 가라앉았다. 안 풀리는 원고를 붙잡고 무작정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었던 셈이다.




사실 오늘 모임의 목적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알버트 왓슨 사진전' 관람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항상 변경될 수 있는 법. 전시회 가기 전 점심을 먹다가 와인에 취하는 바람에, '전시회가 다 뭐냐, 술이나 먹자'며 방향을 급선회했다. 전시회 관람은 자연스레 다음으로 미뤄졌고, 우리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1차,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2차, 커피숍에서 3차, 이렇게 자리를 옮겨가며 수다 파티를 벌였다. 부모님 얘기부터 자식 얘기, 친구 얘기, 옛날 대학시절 얘기까지 온갖 화제를 끄집어내 가며 깔깔깔깔 웃다 보니 순식간에 6시간이 흘러가 버렸다는...


와인에 취하고 친구들에게 취했던 힐링의 시간이었다. 역시 바쁠 땐 오히려 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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