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양말에 담긴 따뜻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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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표현이다. 말로든 행동으로든 표현해야 상대도 나의 마음을 알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나, '굳이 말 안 해도 내 마음 알겠지'는 그저 나의 바람이거나 혹은 말도 안 되는 착각이란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남편은 참 애정 표현이 박하다.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은 잘할 줄 모른다. 말투도 툭툭 던지는 형태이거나 장난치듯 놀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끔은 짓궂은 '초딩' 남자아이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가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다정해질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경우였달까.
아침 겸 점심을 준비하고 치우느라 기진맥진해 침대에 누워 있었더니 남편이 내 발을 흘깃 쳐다본다. 그리곤 갑자기 다가와 겨울이면 유독 각질이 심해지는 내 발뒤꿈치를 만지는 거다.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신경이 쓰여서 "여보, 스킨케어 전문점 같은 데 가서 발꿈치 각질 제거하는 케어를 받아볼까?"하고 물었더니, 조용히 자기가 쓰던 립밤을 챙겨 와선 내 발에 꼼꼼히 발라주었다. "이 립밤이 괜찮더라. 아마 입술만이 아니라 발에도 효과가 좋을 거야. 내가 수시로 발라줄게"라는 얘기와 함께. 그다음엔 따뜻한 수면양말을 찾아서 내 발에 신겨 주었다. 이 사소하지만 애틋한 표현에 새삼 남편의 애정을 확인한 기분이 들었고, 마음이 한껏 들떴다. 그래서인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아주 달콤한 꿈을 꾸었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사소하지만 진심이 담긴 애정 표현은 늘 감동으로 다가온다. 사랑은 어쩌면 말보다 행동에 가까운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