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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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기적'같은 일이라죠? 그럼 그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건 기적보다 더한 '축복'일지도요.
5월 2일은 저희 부부의 결혼기념일입니다. 1999년에 결혼했으니 벌써 24년 차 부부가 됐네요. 매년 결혼기념일에는 특별한 곳에서 밥을 함께 먹는 게 저희 부부의 축하 방법인데요, 올해는 전날인 5월 1일에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인근에 있는 일식집 '회식(會食)'(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광덕서로 66 하눌빌딩 1층 104-1호)에서 카이센동을 먹었답니다. 남편이 일 때문에 갔다가 점심을 먹었던 곳인데, 꽤나 맛나서 기억에 남았나 봐요. 남편은 늘 맛집을 발견하면 절 데리고 가 주거든요. 저희가 주문한 건 카이센동과 특카이센동이었는데, 카이센동의 가격은 20,000원. 재료가 신선하고 양도 넉넉해서 가성비가 좋은 편이었어요. 도화새우, 성게알, 연어알이 추가되는 특카이센동은 38,000원. 카이센동의 2배 가까운 금액이라 '헉' 소리가 났네요. 그래도 만족도는 '상'이었답니다. 집에선 꽤 먼 곳이라 4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했지만, 예쁜 옷 차려입고 나들이 가는 마음으로 나서니 그 또한 즐겁더군요.
음, 근데 밥 먹으러 가기 전 작은 에피소드가 있긴 했어요. 특별한 날의 데이트이니 평소 잘 안 입는 예쁜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초록색 치마를 꺼냈거든요. 허리가 꽉 조이고 길이가 발목 인근까지 오는 풍성한 라인의 치마인데, 제 맘엔 쏙 드는 컬러와 디자인이에요. 그래서 남편에게 "여보, 어때? 이 치마 너무 예쁘지?"하고 자랑했더니만 남편이 저에게 하는 말. "뚱뚱해 보여."ㅠ.ㅠ
헐, 뭐래니?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 했지만, 좋은 날이니까 꾹 참으며 "흥, 그래도 난 이게 좋아. 그냥 입고 갈 거야" 하고 집을 나섰죠. 그런데 밥 먹고 그 옆에 있는 카페 '디케의 뜰'(경기 안산시 단원구 광덕서로 62 법조빌딩 105호)에 갔더니, 그곳 사장님이 "어머, 너무 예쁜 치마네요. 초록색 좋아하시는 분들은 예술적 감각이 있다던데..."라는 말로 칭찬을 해주셨답니다. 역시, 여자 맘은 여자가 잘 아나 봐요. 남편은... 보는 눈이 없어요.
커피까지 마시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옷을 갈아입고 등산을 갔어요. 날씨는 화창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연초록빛 숲은 울창하고... 더할 나위 없는 산행이었습니다.
1년에 단 하루뿐인 아주 특별한 날의 일상. 가끔 얄밉지만 대체로 든든한 남편과 함께해 더 행복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