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님의 <아이와 나의 바다>를 무한반복해 듣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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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숲길을 걷는 것. 이보다 더 확실한 '소확행'이 있을까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맘이 가난한 밤이야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밤이 되면 서둘러 내일로 가고 싶어/수많은 소원 아래 매일 다른 꿈을 꾸던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어린 날 내 맘엔 영원히/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었지/이제는 흔적만이 남아 희미한 그곳엔
설렘으로 차오르던 나의 숨소리와/머리 위로 선선히 부는 바람/파도가 되어 어디로든 달려가고 싶어/작은 두려움 아래 천천히 두 눈을 뜨면
세상은 그렇게 모든 순간/내게로 와 눈부신 선물이 되고/숱하게 의심하던 나는 그제야/나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선 너머에 기억이/나를 부르고 있어/아주 오랜 시간 동안/잊고 있던 목소리에
물결을 거슬러 나 돌아가/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더 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두 번 다시/날 모른 척하지 않아 ooh, ooh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또다시 헤매일지라도/돌아오는 길을 알아
-아이유 님의 <아이와 나의 바다> 가사 전문
운동을 해도 나날이 늘어나는 살에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목표는 두 가지예요. 식탐을 줄이고 활동량을 늘리는 것. 이를 위해 오늘은 요가를 다녀온 후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산책을 빙자한 걷기 운동을 위해서요. 이어폰의 볼륨은 조금 작게, 발걸음은 조금 빠른 속도로 만보 걷기에 도전했지요. 집에서 2~3km 떨어져 있는 호수공원에 걸어갔다가 공원을 한 바퀴 돌아 집으로 오는 코스였는데, 날씨는 화창했지만 햇빛이 너무 세서 눈을 뜨기 힘들 정도였어요.
왕복 약 6km를 쉼 없이 걷는 동안 요즘 저의 최애곡인 아이유 님의 <아이와 나의 바다>를 무한반복해 들었습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가사, 잔잔하게 시작해 클라이맥스로 향해갈수록 점점 웅장해지는 화음이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예요. 특히 제가 사랑하는 건 첫 시작 부분과 마지막 부분입니다. 노래의 첫 소절과 끝소절을 '그러나'와 '그럼에도'라는 접속사로 시작하는 파격이 너무 멋지거든요. 그리 길지 않은 가사에 드라마틱한 성장 스토리가 녹아 있는 것도 근사하고요. 게다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맘이 가난한 밤이야'라는 구절은 제 맘을 대변하는 듯해 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저에게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는 일'은 평생에 걸친 도전과도 같은 일이거든요. 여전히 나를 제대로 직면하지 못하고 외면한 채 회피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왠지 감정이 고양되면서 언젠가는 이 노래의 화자처럼 '두 번 다시 내가 날 모른 척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걷는 내내 이 노래만 듣게 될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 가만히 가사를 읊조리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