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손, 양손잡이
2호 한준이는 양손잡이다.
색칠놀이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축구를 할 때도 양쪽 손과 발을 번갈아 쓴다.
공을 던질 때는 주로 왼손으로 던지고, 킥보드를 탈 때는 왼손잡이처럼 오른발을 올리고 왼발로 땅을 민다.
신기한 건 막내 채린이도 오빠 흉내를 내더니 어느새 왼손잡이처럼 킥보드를 타고 가끔 오빠처럼 왼손으로 색칠을 하기도 한다.
쌍둥이들은 서로에게 참 관심이 많다.
아내도 어릴 적에는 양손잡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시절엔 왼손 쓰는 걸 못마땅해하는 어른들이 많아서 자주 혼나면서 오른손잡이처럼 살아가게 되었단다. 그때만 해도 왼손잡이가 살기 불편하다고 여겨 억지로 오른손잡이로 키우는 집이 많았다.
나는 한준이를 보며 기분좋은 상상을 해본다. 양손잡이면 축구를 시켜볼까? 아니면 야구는 어떨까? 발도 손도 자유자재라면 스포츠에선 유리할 거란 생각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내 전공과 그리 관련이 없지만 상담에서 만난 부모들은 가끔 내게 묻는다. 양손잡이면 뇌가 더 발달한 거냐고. 사실 사람의 뇌는 누구나 양쪽을 쓰도록 만들어져 있다. 다만 한쪽이 좀 더 세밀한 역할을 맡아 주도권을 쥘 뿐이다. 한준이처럼 양손잡이는 그 균형이 조금 더 유연한 셈이다.
그래서 양손잡이라고 해서 뇌가 특별히 더 뛰어난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두 손을 다 쓰는 활동은 분명 도움이 된다. 양손 협응력이 필요한 운동, 미술, 악기 같은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강점이 될 수 있다. 양손을 골고루 쓰면 뇌의 좌우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뇌량’이 더 활발히 자극되어 협응력과 공간지각 능력도 발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공간지각력은 보이지 않는 곳을 볼 수 있는 상상력이 바탕이 된다. 이 상상력이 뛰어나면 창의력과 직관력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손잡이들도 꽤 많다. 축구선수 메시, 야구선수 이치로,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까지. 두 손이 열어준 길을 따라, 두 배로 즐기고 두 배로 배우며 살아갔을 거다. 그 기회에 노력이 뒷받침되어 더 큰 성과를 얻었으리라.
한준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운동선수가 되든, 그림을 그리든, 무엇이 되든 두 손이 자유로운 만큼 마음도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거기에 노력 한 스푼 추가해서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자유로운 두 손으로 세상과 더 따뜻하게 손잡을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