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작가가 모두 이기는 구조가 필요하다
브런치에 멤버십 제도가 생겼다.
좋은 시도임에는 틀림없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그 성공여부를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멤버십은 “글은 많지만, 독자는 거의 없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멤버십 글을 올리지만, 실제로 읽히는 건 희박하다. 멤버십 글과 기존 무료 글과의 차별에 내적 갈등이 생긴다. 멤버십 독자가 아직 없지만 한 명이라도 생긴다면 난감하다. 매월 돈을 내니 새로운 글을 얼마나 더 써야 독자가 만족하는 걸까?
반대로 독자 입장에서는 특정 작가에게 돈을 내고 ‘찜’ 해야 하는데, 이 구조가 꽤 부담스럽게 보인다.
밀리의 서재는 단순하다.
월정액만 내면 모든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내가 돈을 냈으니 뽕을 뽑아야지!” 하는 독자의 심리도 작동한다.
결국 독자는 더 많이 읽게 되고, 작가는 더 많이 노출된다.
반면 브런치 멤버십은 작가별 구독이다. 한 명을 고르면 그 사람 글만 볼 수 있다.
이건 선택의 피로를 만든다.
“과연 선택한 작가 글을 돈 내고 계속 읽을까?”
아니면
“다른 작가를 또 선택하고 글을 볼까?”
지속적으로 의사결정(선택)을 해야 하는 건 현대사회에서 그리 좋은 구조는 아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쉽게 결제하기 어렵다.
브런치 멤버십도 한 달에 일정 금액만 내면 모든 멤버십 글을 읽을 수 있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럼 독자는 선택 고민이 줄고, 작가는 글을 읽힐 기회가 늘어난다.
정산은 조회수나 읽기 시간 비율로 나누면 된다.
혹은, 한 달에 10명의 작가를 직접 고르는 방식도 좋다.
“이번 달은 이 10명 글을 집중적으로 본다”는 식이다.
선택 과정이 하나의 재미가 될 수도 있고, 작가 입장에서는 독자와 연결되는 기회를 더 많이 얻는다.
지금 브런치 멤버십은 “좋은 취지”에 비해 너무 딴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글은 쏟아지지만, 정작 읽히는 경험은 드물다.
독자도, 작가도 서로 손해 보는 구조라면(?)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결과를 정확히 모르니 예측으로 글을 적는 것이니 조심스럽다. 아니라면 뭐 좋은 일이다.
밀리의 서재처럼 단순하게,
혹은 큐레이션처럼 선택을 즐겁게.
독자가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가 될 때,
비로소 브런치 멤버십은 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구조로 원하는 결과 독자와 작가가 모두 즐겁고 욕구를 충족시키면 좋겠다.
그렇지 않다면 위 제안을 한번 고려해 봐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