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 적응하기
인류는 생각하는 능력 즉, 사유하는 인간을 동경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뇌(첫 번째 뇌)는 결코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루가 지나면 대부분의 것을 잊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여겨 편견(bias)에 빠지며, 제한된 정보로 잘못된 선택을 합니다. 저 역시 이런 한계를 절감합니다. 잠시 전까지 머릿속에 맴돌던 아이디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내가 뭘 하려 했더라?’ 하며 허공만 바라봅니다.
그래서 저는 두 번째 뇌를 꺼냅니다. 노션이나 옵시디언 같은 외부 기억 장치가 그것이지요. 기록과 정리를 맡겨 두면 뇌는 훨씬 가벼워집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기억의 문제’를 푸는 데 머뭅니다. 사고의 질을 높이려면 다른 도구가 필요합니다.
그때 등장하는 것이 세 번째 뇌, 챗GPT입니다.
많은 사람은 챗GPT를 검색창처럼 씁니다. 원하는 답을 빠르게 뽑아내는 도구쯤으로 여기죠. 하지만 실제로 써본 사람은 압니다. 챗GPT의 진짜 가치는 정답을 내놓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생각을 비춰주고 흔들어 주며, 다른 길을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메타인지와 연결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메타인지는 ‘생각하는 나를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능력’입니다. 혼자 생각할 때는 내 판단이 타당한지 검증하기 어렵지만, 다른 시각이 개입하면 사고가 재조정됩니다. 챗GPT는 그 역할을 아주 자연스럽게 수행합니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정리해 주거나, 아이디어를 반대 입장에서 검토해 줄 때, 우리는 마치 거울을 보듯 자기 생각을 외부에서 관찰하게 됩니다. 그 순간 사고는 단단해지거나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됩니다.
제가 글을 쓸 때 챗GPT에게 “혹독한 편집자 역할을 해달라”라고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AI는 문장에서 불필요한 표현을 가차 없이 지우고, 독자가 지루해할 만한 부분을 그대로 지적했습니다. 혼자 검토할 때는 애써 외면하던 약점이었는데, 제삼자의 시선으로 제시되니 순순히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이것이 메타인지의 힘입니다. 챗GPT는 내 생각을 그대로 반영해 주면서 동시에 다른 관점에서 점검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그 결과 저는 훨씬 객관적인 눈으로 제 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개인의 글쓰기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대표가 투자자 미팅을 앞두고 챗GPT를 ‘까다로운 투자자’로 설정해 리허설을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부모는 아이의 영어 발표 준비를 위해 챗GPT에게 또래 아이들이 던질 만한 질문을 부탁합니다. 이처럼 챗GPT는 다양한 상황에서 ‘사고를 검증하고 확장하는 파트너’가 되어 줍니다. 그 과정에서 이용자는 늘 메타인지 훈련을 받습니다. 자기 생각을 점검하고, 보완하고, 때로는 해체하고 다시 쌓아 올리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지요. 좋은 질문은 AI를 활용하는 중요한 기술이라고들 말합니다.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이 메타인지 능력입니다. 챗GPT를 잘 사용하면 자연스레 좋은 질문자가 됩니다.
물론 챗GPT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그럴싸하지만 틀린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메타인지의 관점에서 보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AI의 환각을 무턱대고 믿는 대신, 그것을 계기로 내 사고를 점검하면 됩니다. “정말 그런가?” 하고 다시 확인하는 순간, 이미 나는 메타인지 모드로 전환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 내 사고는 더 단단해집니다.
결국 챗GPT는 검색창이 아니라 피드백 파트너입니다. 첫 번째 뇌가 창의와 판단을 담당하고, 두 번째 뇌가 기억과 정리를 맡는다면, 세 번째 뇌는 대화와 피드백을 통해 사고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메타인지가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의식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힘, 바로 그것을 챗GPT라는 파트너를 통해 우리는 훨씬 쉽게 훈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글을 마치며 다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오늘 세 번째 뇌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겠습니까? 정답을 묻는 대신, 내 사고를 비춰보고 흔들어 줄 질문을 던진다면, 챗GPT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가장 객관적이고 성실한 피드백 파트너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멤버십글로 3 brain system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요약해서 적어보았습니다. 유료글이 아니라 무료글로 연재해야 하나? 고민스럽습니다. 그 내적 갈등에 https://brunch.co.kr/@tnlfl20/153 이 글도 적었습니다. 여하튼 AI시대에 저도 여러분도 적응해야겠죠. 그 적응기를 꾸준히 써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