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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독자가 내 안의 '불씨'를 지폈다!

브런치, 내 꿈을 현실로 끌어올리는 무대

by 담연 이주원

2005년 어느 날,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강사님 강의 주제로 책을 출판하고 싶습니다.” 당시 나는 대학원 수업과 상담센터 운영에 바빴고, 아직 책을 쓰기엔 부족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 기회를 지인에게 양보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기회의 신 카이로스가 내 앞머리를 잡아끌었는데, 나는 겸손이라는 이름으로 그 손을 뿌리친 셈이었다.

인생은 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에야 소중한 걸 깨닫게 만든다.

나는 오래전부터 글로 내 존재를 증명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시절, 교실 뒤편에서 시를 쓰던 문학소년이던 나는, 국어 선생님의 인정을 받아 학년에서 유일하게 두 편의 시를 시화전에 출품했다. 그 기억은 내게 글로 세상과 만날 수 있다는 첫 경험이었다. 대학 이후 한 동안 글쓰기와 멀어졌지만, 책을 쓰겠다는 갈망은 늘 내 곁에 있었다.


2012년 무렵 본격적으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실제로는 ‘내 글이 도움이 될까?’, ‘내가 과연 자격이 있나?’라는 의문과 싸우느라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끈질기게 준비했다. 심리학 교육 프로그램 서적 36권을 출판했고, 글쓰기 모임과 회사 소식지에 꾸준히 글을 연재했다. 독서는 한 달에 세 권 이상을 이어갔다. 그렇게 쌓고 다듬으며 결국 A4 130페이지 원고를 2021년에 출산하듯 써냈다. 그 원고를 몇몇 출판사에 투고했고 계약까지 했지만, 전문서적이라는 평가 속에 탈고를 끝내지 못한 채 세월은 흘렀다.


그쯤 삼남매의 아버지가 되었고, 바쁜 삶 속에 글쓰기는 ‘가족 추억 저장소’ 정도로만 남았다. 그런데 벚꽃이 멋들어지게 핀 올봄, 내 브런치 글을 본 방송국 PD로부터 메일이 왔다. “삼남매 이야기가 저출생 극복 기획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짧은 라디오 인터뷰였지만, 방송 후 PD님의 말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글이 참 감동적이고 재미있어요.”

그 한 문장이 멈춰 있던 나를 깨웠다. 독자가 있다는 사실, 누군가 내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진실이 소중한 한 명의 독자로 내 안의 '꿈'이라는 불씨를 되살렸다.


나는 유명해지고 싶다. 그러나 그 이름은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흔적을 남기고 싶은 본능’에 가깝다. 동물이 영역을 표시하듯, 나는 글을 통해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아이들과 후대가 읽을 수 있는 흔적을.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올해 경기도 갭이어 프로그램 FT(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며,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구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울면서 자신의 인생 설계도를 발표하던 청년들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작가의 꿈에 그 눈물만큼 열정을 쏟고 있는가?’

이번 브런치 작가의 꿈 팝업전시는 내겐 니 꿈을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직면하라는 신호처럼 다가왔다.

지금 나는 세 가지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삼남매에게 배우는 인생 에세이, AI 시대를 위한 자기 계발서, 그리고 일자리 대안(창직)을 모색하는 사회과학서적. 독자는 아직 백 명도 안 되지만, 나는 안다.

글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단 한 명의 독자로부터 완성된다는 것을.

고등학교 시절 선배가 책을 냈다는 소식에 가슴이 뛰었던 그때부터, 내 안의 꿈은 멈춘 적이 없다. 브런치는 그 꿈을 현실로 끌어올리는 무대다. 나는 여전히 배우고, 흔적을 남기고, 세상과 연결되고 싶다. 그리하여 언젠가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작가님, 글이 참 따뜻하고 감동적이네요.”

그 말 한마디면, 나는 오늘도 다시 펜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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