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기억하는 촉촉한 두부조림

물과 기름. 음식 맛과 사람 맛.

by 담연 이주원

슬쩍 냉장고를 스캔해보니 유통기한이 3일 남은 두부 2모가 있다. 부침용 한 모, 찌개용 한 모......


내일부터 구정 연휴 뭐라도 해 놓기로 결정하고 와이프에게 물었다. 두부로 뭘 할까? 이전에 내가 해줬던 촉촉하고 양념이 마르지 않은 두부조림을 해달란다. 아마 임신 중 밑반찬을 주말에 해 놓았는데 그때 맛있는 반찬으로 와이프 기억에 남아 있나 보다.


중요한 건 내 머릿속엔 촉촉하고 양념이 마르지 않은 비법이 없다. 다시 묻는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양념이 마르는데 양념을 내가 많이 했었나?' 아니란다. 고추기름으로 했다고 한다. 웬 고추기름 기억이 없다. 고추기름으로 두부조림을 하면 괜찮을 것 같긴 하다. 이번에도 대충 양념해서 반찬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두부를 적당히 자른 후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하자.

부침용, 찌개용 모두 두부조림으로 변신시키기로 마음먹고 과일 칼로 포장지 안에 두부를 모판에 모처럼 줄 맞춰 쓰윽 쓰윽 잘라준다. 그리고 키친타월을 깔고 두부를 놓고 그 위에 또 키친타월을 깔아서 물기를 제거시킨다. 두부에 물기가 없어야 잘 구워진다.


물과 기름은 궁합이 안 맞다. 서로 겉돈다. 혹시 가열된 불이라도 개입하면 물이 튀기 시작한다. 옆에 있다가는 호되게 당할 수도 있다.



관계에서도 물과 기름처럼
궁합이 안 맞는 경우가 있다.
혹시 누가 옆에서 갈등을 조그만 부추겨도
둘이서 불 같이 싸운다.
한쪽이 잘 못해서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다.
박수를 쳐 보면 안다. 두 손바닥이 부딪쳐야 소리가 나듯이 둘 다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다. 그렇다. 물과 기름처럼 사람과 사람 중에는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경향이 참 달라서
안 맞는 경우가 있다. 주는 것 없이 밉다.
될 수 있으면 그냥 피하면서 살아라.
혹시 계속 봐야 한다면 제발 사람의 속성을
좋고 나쁨, 옳고 그름도 제단 하려 말고
인정해주려고 노력하자. 나쁜 행동은 있어도
성격이나 다른 생각은 나쁜 건 없다.
그저 다를 뿐이다.
아래 양념레시피 합체 사진
두부 2모
고춧가루 1스푼
물 130ml
소주 4스푼
올리브유 휙 휙 두 번
설탕 2/3스푼
진간장 5스푼 후추 두 번 툭툭
파 다져서 한 줌보다 많이
양파 다져서 파와 동일 양
마늘 2/3스푼
참기름 2/3스푼


두부를 노릇하게 굽자

2모는 많다 한방에 완성하기 위해서는 프라이팬이 2개 필요하다.

만들어 놓은 양념을 들이붓자.
완성

아! 조금 달다. 밥반찬이니 괜찮다. 밥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을 거다. 이렇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두부 2모를 구원했다. 뿌듯하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음식 맛은 기억의 왜곡 때문에 절대 동일하게 만들 순 없다.
와이프 두 손을 꼭 잡고 '그때 두부조림보다 더 맛있을 거야. 내가 더 정성을 다해서 만들었으니깐. 맛있게 먹어.'라고 말했다.
그때 내가 한 그 두부조림과 비교당할 이유는 없는데 괜스레 신경이 쓰인다.
과거의 나를 뒤돌아보며
현재 나를 반성하는 것처럼......
음식 맛과 사람 맛은 항상 변한다.
좋아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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