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행사에서 데려온 냉동새우 요리

에비동이 맛있다면 새우등이 굽어 있어도 괜찮은가?

by 담연 이주원

작년 추석 때쯤 와이프가 냉동새우를 사 왔다. 구매 이유는 할인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할인행사라서 구매한 식재료는 보통 냉장고를 뒹굴뒹굴 구박을 받으며 굴러다닌다. 냉동새우도 우리 집 냉장고 천덕꾸러기다. 오늘 천덕꾸러기 냉동새우를 멋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기로 결정했다. 와이프에게 앞으로 냉장고 구박덩어리와 천덕꾸러기는 만들지 말자는 잔소리를 하고 싶은 내 의도를 숨긴 채 새우로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먼저 말을 건다.


'새우로 뭐해서 먹고 싶어.' 즉각 대답한다. '에비동은 어때 남편', 이어서 나는 내 본심을 솔직히 말했다. '앞으로 냉동새우든 뭐든 충동구매는 자제해주세요.' 와이프는 들은 체 만 체 자기 할 일을 한다. 참 다른 반응이다. 잔소리는 침묵으로 먹고 싶은 메뉴는 즉각 반응인 와이프가 괜히 귀엽게 느껴진다.


'에비동이라...... 알았어. 계란은 조금 더 익혀야겠지. 생계란 안 좋아하니깐.'
와이프가 침묵을 깨고 다시 말한다.'오 케이 부탁해.'


먼저 냉동새우를 해동해야 한다.

해동 중인 냉동새우

소금물에 새우를 담가놓자.


새우는 등이 굽어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깨와 등을 펴고 당당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말했던 적이 있었나?'


대답은 'No'에 가깝다. 가끔 가까운 사람들과 나보다 지위가 낮거나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어깨와 등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던 적 말고는 대부분 관계에서 눈치를 보며 상대방의 의도와 욕구를 고려한다. 그리고 나는 내 주장이나 생각보다 상대방의 주장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은 새우가 등이 굽어 있는 것처럼 굽신굽신 거리는 을의 모습이었다. 언젠가 와이프가 이렇게 말했다.

'오빠 저 사람한테 뭐 잘못했어.
당당하게 말해.
오빠는 겸손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안보일 때도 많아.'

참 충격적인 말이었다.


아마도 지금의 내 모습은 엄마, 아빠와 관계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내 몸에 배여 버린 구부린 새우 같은 자세는 습관이 되어 초등학교 선생님부터 교수님과의 관계까지 그리고 나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어느 순간 그러니깐 군대를 다녀온 후부터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 관계에서 구부린 새우 같은 자세 습관이 확장되었다.


내 마음속 어느 곳에는 '이래야 살아남는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나보다 못난 놈은 이 세상에 없다.', '난 아직 많이 배워야 해.' 등 등 나를 새우처럼 움츠리게 하는 신념들이 많다. 이겨내고 싶지만 쉽지 않아서 아직도 미해결 과제이다.


에비동에 새우는 등을 꼿꼿이 세워서 올려진다. 오늘 요리에 핵심은 새우 등을 꼿꼿이 세우는 것이다. 나처럼 등이 굽은 새우를 구원하는 것이 오늘 요리의 미션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내 삶에는 보이지 않는 신분이 만들어지고 공고한 틀이 구조화되고 있다. 그 신분의 차이는 점점 더 강력해지고 당연한 듯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이 차이는 서로를 존중과 사랑보다는 차별과 멸시 그리고 질투와 분노가 서로를 반목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그 체계를 받아들이고 순응한다. 주인에게 복종하는 애완동물처럼......


그 모습은 새우 같다.
나는 자주새우 같다고 느낀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저 등을 꼿꼿이 등을 세우려 노력할 뿐.


굽어있는 새우

해동된 등이 굽은 새우를 이제 손질해야 한다.


새우 손질 중

1. 새우 대가리를 내리쳐서 분리시키고 새우껍질을 까자.

2. 등과 배에 있는 내장을 포크로 제거하자. 그리고 꼬리 쪽에 물총 부분을 과감하게 뽑아버리자. 꼬리 부분은 남겨놓아라.

3. 이쯤 되면 힘들다. 요리의 2/3는 재료 손질이다. 힘내자.

4. 이제 배 쪽과 등 쪽에 칼집을 내어서 새우 등을 펴라.

5.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라.


분명 위 중간에 사진처럼 나는 칼을 내려쳐서 새우 등을 폈다. 어깨와 등을 올곧게 펴고 당당해지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새우를 튀기자

새우를 튀김가루 - 계란 - 빵가루 순서로 옷을 입히자. 그리고 적당하게 기름을 붓고 기름 온도가 180도가 되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새우를 튀기자. 이때 2번 튀겨서 바삭함을 더하자.


아쉽게도 새우 등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쉽지 않다. 오랜 세월 굽어진 등을 핀다는 것은 대충 해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엄청난 결단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가능하리라.


중요한 건 일단 어깨를 펴고 허리와 등을 곧게 피면 상대방이 나를 존중해 준다는 점이다. 구부정한 모습에 상대방은 나를 무시하거나 실제 나보다 부정적인 사람으로 나를 인식한다.


그러니 허리와 등을 곧게 하고 어깨를 펴라! 당당한 내 모습에 익숙해지자.


이쁜 딸에게 당당한 아빠처럼 등은 곧게 어깨는 펴고 걸어야겠다.


양파와 파 그리고 계란

[뚱뚱한 2인 기준]

작은 양파 1개 길게 잘라서 준비하자.

적당량에 파를 양파 모양과 비슷하게 잘라놓자.

계란 3개를 풀어놓자. 이때 휘리릭 휘리릭 2번만 대충 저어야 한다. 흰자와 노른자가 섞여버리면 맛이 없다.

계란에 소금 툭툭 뿌리고 후추 툭툭 뿌리자.

육수 그리고 소스 동시에 하자


물은 한 컵 + 1/3컵을 넣고 다시마를 넣어서 5분간 끓이자.

2분쯤 남았을 때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를 볶자.


쯔유 3숟가락
계란풀기

파를 넣고 양파와 볶다가 육수를 부어서 끓이자.

바로 쯔유 3숟가락, 진간장 1숟가락 또는 2숟가락, 설탕 1숟가락을 넣고 훅 한번 끓이자.

계란을 휙 풀자마자 가스불을 꺼라. 날계란을 좋아하지 않으면 10초만 더 끓이다가 꺼라.

에비동 완성

완성된 에비동에 올려진 등이 굽은 새우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다음에는 꼭 등과 허리를 펴서 당당한 모습으로 에비동을 완성시키리라 다짐해본다.


멀지 않은 미래에 당당한 내 모습처럼......


너무 맛있다며 에비동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와이프를 보며

'에비동이 맛있다면
새우 등이 굽어 있어도 괜찮은가?'

궁금하다. 지금 큰 어려움이 없다면 등과 허리가 굽어 움츠려 살아도 괜찮은가? 머릿속이 바빠진다. 어느 쪽이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내가 나를 회피하고 모른 척 하기엔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한다.

에비동이 맛있든 맛없든
새우 등은 무조건 피기로 다짐한다.


첨언: 음식은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 에비동은 새우튀김 한 입 베어 물고 밥 한 숟가락 먹어야 궁합이 맞다. 따로 먹는 건 평범한 맛일 뿐이다. 그러니 집에서 에비동을 할 땐 넉넉하게 새우튀김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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