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 줄 아는 지혜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께 보내는 짧은 글

by 담연 이주원

지능이 높은 동물일수록 성장 기간이 길다고 한다. 동물이 나오는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들소나 얼룩말과 같은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이내 걷고 뛰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은 태어나서 걸으려면 1년은 기다려야 하고 또 1년을 기다려야 비로소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혼자 독립적으로 살아가기까지는 2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듯 한 명의 성인으로 커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청소년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시간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그리고 많은 문제들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기다림에도 원칙은 있다.


중학생인 M군은 공부에도 문제가 있지만 주변 인물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많았다.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빈번하게 화를 표출하고 친구에게는 관심이 없으며 심지어 집에서 가족과의 대화도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관계의 문제를 나타내는 아이들의 특성 중 하나는 청결이나 옷차림 등 자기 관리가 소홀하다는 점이다. M군 역시 이러한 행동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M군은 학습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면 그것은 결코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된 주변 사람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학습에 초점을 맞추어 상담을 진행하였고 가끔 관계 문제를 다루었다. 특히 M군의 어머니에게는 부모교육 참가를 권하고 아이가 변하길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러나 M군은 특별히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여전히 학교에서 선생님의 말을 잘 안 듣고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만 하는 고집스러운 아이였다. 다만 변한 게 있다면 자주 씻는 정도였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날 무렵부터 M군의 어머니의 얼굴은 근심과 걱정이 가득한 얼굴에서 어느새 웃음을 머금은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관계 문제로 일어나는 사건들로 마음을 졸이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부모는 이럴 때마다 자녀를 야단치고 행동을 고치려고 했다. 하지만 상담 이후 부모는 M군의 입장에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의연한 대처를 하였고 사회기술과 관련된 M군에게 바라는 몇 가지 행동을 기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 행동은 인사하기, 말하면서 눈 바라보기,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하다고 말하기, 화가 났을 때 심호흡 3번 하기 등 구체적이고 작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M군에게 일어나는 긍정적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발견해서 함께 기뻐하고 칭찬해주면서 아이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기를 기다리고 아이의 결정을 존중하며 아이가 잘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어느 사이에 M군도 변하고 있었다. 성적도 올랐고 이제는 어른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친구가 필요 없다고 말하던 M군이 자신과 비슷한 취미(일본 드라마 보기)를 가진 친구와 가끔 집에서 함께 일드를 보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은 부모의 믿음일 것이다. 자녀를 믿고 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자녀가 자신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에서는 조급하게 자녀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아이를 믿고 기다리기만 한다면 분명 아이는 변한다.


<상담사례는 윤색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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