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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P Sep 10. 2018

평화의 노랫소리,
저 하늘 은하수까지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

노동당사 위로 아름다운 별빛이 가득하다.

2018년 대한민국을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평화’다. 11년 만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이 그 시작.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은 모든 국민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자리에 노래 한 곡이 있었다. 환송행사를 위해 남북 정상 내외가 평화의 집을 나설 때 꿈결처럼 흘러나오던 노래. 바로 1994년 발표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3집 타이틀곡 ‘발해를 꿈꾸며’다. ‘진정 나에겐 단 한 가지 내가 소망하는 게 있어’로 시작된 노래는 그 순간을 함께한 모두에게 평화 그 이상의 무엇을 꿈꾸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노래, ‘발해를 꿈꾸며’가 세상에 처음 선보인 곳이 바로 강원도 철원의 노동당사(등록문화재 제22호)다. 노래만큼 유명했던 뮤직 비디오가 노동당사에서 촬영된 것. 노동당사는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에 묻혔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평화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노동당사

노동당사는 한반도의 정중앙에 자리한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에 있다. 관전리 민간인 출입 통제소에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민간인 출입 통제선(이하 민통선)이라는 족쇄에 묶여 일반인 출입이 제한됐던 노동당사는 지난 2000년 민통선이 북상하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는 평화 여행지로 거듭났다. 

노동당사는 1946년, 조선노동당이 철원군 당사로 지었다.

노동당사가 평화 여행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건 역설적이게도 이 건물에 서린 깊은 아픔 때문이다. 해방 직후 미국과 소련에 의한 군정, 그리고 이어진 6·25전쟁과 분단. 그 아픈 시간을 힘겹게 지나는 동안 노동당사에는 수많은 상처가 생겼다. 이 생채기들은 기피나 외면이 아닌 직시를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 아픈 과거일수록 제대로 보려는 용기가 필요한 이유다. 

노동당사는 시대상이 잘 반영된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당사는 철원이 북한 땅이던 1946년, 옛 조선노동당이 철원군 당사로 지었다. 소련 군정 하에 있던 때이니, 건물은 당연히 소련식 건축양식을 따랐다. 건물 현관에 돌로 만든 원기둥 두 개를 세웠고, 전면은 상승감을 강조한 아치 장식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시대상이 잘 반영된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건축물이라는 지금의 평가와는 달리, 당시 주민들에게 네모반듯한 3층 건물은 말 그대로 공포의 대상이었을 터. 실제로 6·25전쟁 이전까지 많은 반공인사들이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다. 노동당사 좌우에는 경찰서와 법원도 있었다. 노동당사 왼쪽 정자 옆에는 당시 경찰서 터가 여전히 남아있다. 


노동당사는 6·25전쟁을 겪으며 빈 성냥갑마냥 외벽만 간신히 남았다. 하지만 더 이상 과거의 아픔에 정체된 공간은 아니다. 2002년 5월 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고, 이후 통일기원예술제나 음악회 같은 다양한 평화기원행사가 노동당사 앞 광장에서 개최됐다. 지난 7월에는 노동당사와 고석정, 월정리역을 오가며 진행된 ‘제1회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도 성황리에 마쳤다. 2017년, 정우성 주연의 영화 ‘강철비’의 촬영지로도 잠시 얼굴을 비쳤다.

지난 7월 열린 '제1회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공연장면_철원군청 제공
빛의사원 내부 전시공간

눈으로만 보고 지났던 관광지에서 머무는 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한 점도 인상적이다. ‘빛의 사원’이라 이름 붙인 배영환 작가의 설치 작품이 대표적. 예술작품이자 전시공간인 ‘빛의 사원’은 한국예총 철원지회에서 마련한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물로 365일 촘촘히 채워진다. 고석정 국민관광지에서 열리던 토요장터가 철원DMZ마켓으로 이름을 바꿔 노동당사 광장으로 옮겨온 것도 기분 좋은 풍경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정을 쌓는데 장터만 한 게 또 있을까. 품질 좋은 철원의 다양한 특산물을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 있는 철원DMZ마켓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신명나는 장터 한마당이 펼쳐진다. 

투톤 조명으로 입체감을 표현한 노동당사의 야경

멋진 야경도 노동당사에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오후 8시, 노동당사를 겨눈 경관조명이 일제히 불을 밝히면 도화지 위에 흩어지는 물감처럼 예쁜 조명이 노동당사 곳곳으로 스민다.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 외부와 내부 조명 색을 달리한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경관 조명이 꺼진 노동당사 위로 아름다운 은하수가 떠올랐다.

노동당사 야경이 유독 아름다운 건 민통선에 인접한 곳이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빛 공해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이는 별을 보기에도, 별 사진을 촬영하기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얘기. 그러니 여유가 된다면 경관조명이 모두 꺼진 밤하늘도 놓치지 말자. 노동당사는 많은 사진가들 사이에서 별과 은하수 촬영 명소로 이미 유명한 곳이다. 노동당사 경관조명은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불을 밝힌다. 


서울에서 노동당사까지는 자가용이나 기차, 버스 등을 이용해 찾아갈 수 있다. 다만, 서울역에서 백마고지역을 오가는 DMZ트레인(통근열차 포함)이 신망리~대광리 구간 교량 공사로 연천역까지 단축 운행된다는 점은 알아두면 좋다. 연천역에서 백마고지역까지는 공사가 마무리되는 12월1일까지 무료로 연계버스가 운행한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들머리에서 본 노동당사
(좌) 소이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 (우) 지뢰꽃길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은 노동당사와 마주하고 선 소이산(362m) 산허리를 따라간다. 걷기는 노동당사에서 시작해 다시 노동당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소이산은 6·25전쟁 이후 민통선에 묶여 있다가 해제됐다. 하지만 해제 뒤에도 군사 목적으로 매설한 지뢰 때문에 민간인들은 들어가지 못했다. 이런 소이산을 2011년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 공모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길을 만들었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은 지뢰꽃길(1.3km), 생태숲길(2.7km), 봉수대오름길(0.8km)로 구성됐다. 안내판에는 전체거리를 4.8km라고 표시해 놓았지만 노동당사에서 들머리와 날머리까지의 거리를 더하면 여기에 2km 정도 늘어난다. 소이산 녹색 생태숲의 백미는 단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전망대에 서면 드넓은 철원평야와 평강평야 그리고 백마고지와 김일성 고지까지 한눈에 담긴다.

철원8경 가운데 1경으로 꼽히는 고석정

고석정은 철원여행 1번지로 불리는 곳이다. 한탄강과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룬 곳에 우뚝 선 정자는 신라 진평왕 때 처음 세웠다. 지금의 정자는 6·25전쟁 때 소실 된 것을 1971년, 철원 유지들이 재건한 것이다. 고석정에 남아있는 임꺽정의 전설도 재밌다. 조정에 상납하는 공물을 탈취해 서민들에게 나눠준 임꺽정의 영혼이 꺽지에 깃들어 한탄강에 살고 있다는 것.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의적으로 꼽히는 임꺽정은 이곳 고석정 맞은 편 절벽에 석성을 쌓고 생활했다고 전한다. 고석정 국민관광지에서 고석정을 잇는 기존 계단 좌측으로 최근 새로운 전망대가 하나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고석바위와 한탄강의 수려한 모습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제2땅굴 입구

민통선 안에 있는 제2땅굴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고석정 국민관광지에서 출발하는 안보견학을 통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안보견학을 이용하면 제2땅굴은 물론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등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안보견학 코스에 들어있던 두루미관은 지난 7월부터 코스에서 빠졌다. 제2땅굴은 고석정 국민관광지에서 차로 30여 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다. 1975년 발견된 제2땅굴은 150m 지하에 높이 2m 규모다. 3.5km에 이른 전체구간 중 일반인이 갈 수 있는 곳은 입구에서 500m 떨어진 지점까지. 두 명의 북한군 모형이 세워진 이곳에서 300m만 더 가면 군사분계선이다. 안보견학은 평일에는 자가용으로, 주말·공휴일에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돌아본다. 주중, 주말 상관없이 1일 4회(09:30, 10:30, 13:00, 14:00(하절기 14:30)) 운영한다. 입장료 외에 주차료(2000원) 셔틀버스(성인 기준 8000원)와 모노레일(성인 기준 2000원) 이용료는 별도다.      



〈당일 여행 코스〉

노동당사→소이산생태숲녹색길→제2땅굴(안보 견학)→고석정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노동당사→소이산생태숲녹색길→도피안사→노동당사 야경

둘째 날 / 제2땅굴(안보 견학)→고석정→직탕폭포→철원 승일교→삼부연폭포



〈여행 정보〉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철원군 문화관광 http://tour.cwg.go.kr/site/tour/main.do

 - 철원군 시설물관리사업소 http://hantan.cwg.go.kr/site/hantan/main.do


○ 문의 전화

 - 철원군청 관광과 033)450-4567

 - 철원 노동당사(철원군청 문화체육과 문화예술) 033)450-5520

 - 소이산생태숲녹색길(철원군청 관광과 관광휴양운영) 033)450-4874

 - 빛의 사원(철원군청 문화체육과 문화예술) 033)450-4894

 - 철원DMZ마켓(철원군청 농업기술센터 농업지원과) 033)450-5551

 - 안보견학(관광안내소) 033)450-5559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동송,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3회(06:40~21:00) 운행, 2시간 10분~2시간 3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기차] 동두천역-연천역, 통근열차 하루 12~14회(05:47~22:10) 운행, 약 30분 소요(12월 1일까지 연천역-백마고지역 무료 연계버스 운행).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 자가운전 정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 IC→퇴계원·일동 방면→금강로→일동사거리에서 포천 방면 좌회전→신영일로→일동터널→호국로→군탄사거리에서 고석정 방면 좌회전→갈말로→태봉로→한탄대교→고석정삼거리→화지삼거리에서 대마리 방면 우회전→월하삼거리에서 좌회전→철원 노동당사


○ 숙박 정보

 - 썬레저텔 : 동송읍 태봉로, 033)456-2120, www.썬레저텔.com 
  - 한탄리버스파호텔 : 동송읍 태봉로, 033)455-1234, www.hantanhotel.co.kr
  - 승일펜션 : 갈말읍 태봉로, (033)452-8518, www.si-pension.co.kr
  - 새바라기펜션 : 동송읍 태봉대교길, 033)455-8365, http://saebaragi.bluechips.co.kr


○ 식당 정보

 - 폭포가든 : 민물고기매운탕, 동송읍 직탕길, 033)455-3546
  - 한가원 : 도봉산갈비, 동송읍 창동로, 033)455-1944
  - 운정가든 : 한우생갈비, 동송읍 이평로, 033)455-8533, www.033-455-8533.kti114.net


○ 주변 볼거리

DMZ생태평화공원, DMZ철새평화타운, 순담계곡, 매월대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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