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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P Dec 28. 2021

느릿느릿 꼭꼭 눌러 담은 제천풍경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측백나무 숲·측백나무체험

제천은 물과 산의 고장이다. 옥순봉을 품은 청풍호와 청풍호를 병풍처럼 감싼 고산들은 제천을 제천답게 만드는 풍경들. 그래서 제천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물과 산을 이름 속에 고이 품은 수산면으로 가야 한다.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에서, 측백나무 향 그윽한 숲길에서 물과 산의 고장 제천의 매력이 은은히 배어난다.  


출렁다리에서 즐기는 청풍호와 옥순봉의 비경


청풍호와 옥순봉이 어우러진 풍경은 예로부터 많은 시인과 묵객이 사랑한 진경이다. 김홍도는 연풍현감 시절 옥순봉의 아름다움을 한 폭의 그림으로 남겼고, 동방오현 중 한 명인 퇴계 이황은 단양군수 시절 옥순봉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이란 글을 새겨 옥순봉을 ‘단양의 관문’이라 칭했다. 제천이 품은 옥순봉이 단양8경에 이름을 올리게 된 슬픈(?) 사연이다. 2008년 명승으로 지정된 옥순봉의 공식 명칭은 ‘제천 옥순봉’이다.



지금까지 옥순봉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유람선에 몸을 싣고 뱃길 따라 옥순봉의 절경을 감상하거나, 산길을 부지런히 올라 옥순봉 품에 온전히 안기는 것. 그런데 최근 옥순봉을 즐기는 방법이 하나 더 늘었다.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10월 22일에 정식 개통한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는 개통 사흘 만에 3만여 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으며 의림지 용추폭포 유리전망대, 청풍호케이블카와 함께 제천 관광을 이끌어갈 트로이카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2015년 중부내륙광역관광개발사업 기본계획에 따라 시작된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 건설사업은 기획에서 설계·시공을 거쳐 개통까지 꼬박 7년이 걸렸다.



주차장이 있는 매표소 앞에서 짧은 나무 덱을 지나면 마침내 출렁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길이 222m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는 무주탑 현수교 방식으로 건설됐다. 주탑을 없앤  아래위로 움직이는 ‘출렁다리본연의 임무, 그러니까 재미와 스릴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아닌  아니라, 출렁다리에 올라 걸음을 옮기면 그때마다 바닥이 물결치듯 아래위로 출렁인다. 마치 놀이기구를  것처럼. 바닥 일부를 아래가 훤히 내다보이는 격자형 강철 소재(스틸 그레이팅) 강화유리로 마감한 것도 같은 이유다. 청풍호 수면에서 출렁다리까지는 만수위일  12.8m, 최저 수위일 땐 무려 32.4m이다.



재미와 스릴을 담보하는 건 역시 안전.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는 제천의 랜드마크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안전설비를 갖췄다. 지름 40mm 특수도금 케이블을 8겹으로 꼬아 연결한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는 몸무게 70kg 성인 1286명, 그러니까 90t의 무게를 버틸 수 있고 초속 28.3m의 바람에도 끄떡없게 설계됐다. 초속 28.3m의 바람은 13단계로 이뤄진 보퍼트 풍력계급표에서 10등급으로 분류되는 ‘노대바람(Storm)’에 해당하는 강한 바람이다. 1.5m의 다리 폭은 두 사람이 교행하기에 넉넉하다.



출렁다리와 연결되는 옥순봉 기슭에는 나무 덱이 설치된 예쁜 탐방로도 마련됐다. 400여 m에 불과한 짧은 거리지만 옥순봉 산허리를 따라 청풍호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탐방로 끝에서 옥순봉 정상에 이르는 구간이 아직 미개통 상태여서 옥순봉에 오르기 위해선 6km 남짓 떨어진 계란재공원까지 이동해 산행을 해야 하는 점이 아쉽다.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는 초속 20m 이상의 바람이 불거나 10cm 이상의 폭설이 내리지 않는 한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2022년 3월까지 무료(4월부터 3000원, 2000원 지역상품권 제공)다. 운영시간은 동절기(11~2월) 09:00~17:00, 하절기(3~10월) 09:00~18:00.


측백나무 향 그윽한 그곳에서 느리게 걷기


청풍호와 옥순봉을 품은 제천시 수산면은 지난 2012년 충북에서 최초, 우리나라에서 11번째로 국제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느림’의 고장이다. 제천의 동쪽 끝에 자리한 작은 마을 수산을 이야기할 때 ‘천혜(天惠)’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건 청풍호와 옥순봉 외에도 금수산(1015.8m), 가은산(562m), 두무산(477.5m) 같은 멋진 산을 여럿 품은 고장이기 때문. 그중 두무산 중턱에서 자생하는 측백나무들은 수산, 아니 제천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 중 명물이다.



두무산 측백나무 숲은 우리나라에 있는 자생 측백나무 숲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6만 ㎡에 이르는 이 숲에 수령 60~130년 된 측백나무 4천 여 그루가 빽빽이 자란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연기념물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보다 2배 정도 큰 규모다. 방충효과가 뛰어난 측백나무는 예로부터 집이나 묘지 주변에 많이 심었으며, 소나무와 함께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 귀한 대접을 받았다.



측백나무 숲을 가장 멋지게 만나는 방법은 단연 걷기다. 옥순봉 생태공원에서 측백나무 숲 전망대까지 1.9km 남짓 이어진 숲길은 굽이굽이 완만하게 이어져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숲길에 발을 들였다면 걸음은 최대한 늦춰야 한다. 아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 땀 흘려가며 정상까지 오를 필요도 없다. 이곳에선 자신이 걷고 싶은 만큼, 딱 그만큼만 걷고 돌아서면 된다. 숲길 중간중간 나무의자와 명상쉼터 같은 휴식공간을 꼼꼼히 마련해 둔 것 역시 쉬엄쉬엄 걸으며 측백나무의 기운을 찬찬히 느껴보라는 배려다.



걷기에 욕심이 난다면 측백나무 숲 전망대에서 등산로를 따라 두무산 정상까지 가보는 것도 좋다. 길은 조금 가파르지만 두무산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들인 발품을 몇 곱절로 되돌려 받은 기분이 들 정도로 장관이다. 두무산 전망대는 제천이 자랑하는 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이 지나는 구간이기도 하다.


아기자기한 재미가 가득한 측백나무 체험장


측백나무 숲길을 원 없이 걸었다면, 이제는 측백나무체험에 나설 차례다. 측백나무 숲길이 시작되는 옥순봉 생태공원에는 측백나무를 테마로 꾸민 체험공간, ‘측백숲으로(www.측백숲.com)’가 있다.



이곳의 대표 체험은 측백나무 오일을 이용한 천연비누 만들기. 비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일단 깍둑 썬 비누 베이스를 스테인리스 비커에서 충분히 끓인 뒤 트레할로스와 네츄럴베타인이 함유된 보습제를 넣고 60℃ 정도까지 식혀주면 절반은 온 셈. 비누 베이스가 식는 동안 측백, 쪽, 치자, 파프리카, 청대, 소목 등 미리 준비해 둔 각기 다른 색의 천연가루와 식물성 에탄올을 혼합해 색소를 만든다. 비누 색을 결정할 천연색소는 하나 혹은 두세 가지의 가루를 취향 것 섞어 만들면 된다. 적당하게 식은 비누 베이스를 천연색소와 섞어 이를 비누 틀에 부어주면 천연비누 만들기 끝. 비누 베이스를 틀에 담을 때 식물성 에탄올 조금씩 뿌려주면 완성된 비누에 거품 자국이 남지 않는다.



비누가 단단히 굳어가는 동안 측백나무 오일 족욕으로 여행의 피로를 푸는 것도 좋다. ‘측백숲으로’ 체험장에는 족욕을 위한 별도의 시설이 마련돼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편안히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족욕을 하며 맛보는 구수한 측백나무 잎차도 매력적이다. 측백나무 오일 족욕은 20~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천연비누 만들기와 측백나무 오일 족욕 체험비용은 체험 당 1인 6천원이며 천연비누 만들기는 최소 2인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옥순봉 생태공원 국궁장에서 진행되는 전통활쏘기체험은 ‘측백숲으로’의 다크호스 같은 체험이다. 시위에 건 살을 당겨 20m 전방의 과녁을 맞추는, 어찌 보면 단순한 체험 같지만, 직접 활을 쏴 보면 그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측백숲으로’에서는 초보자들이 쉽게 활쏘기를 즐길 수 있도록 전문 궁사들이 사용하는 깍지(시위를 걸 수 있도록 엄지손가락에 착용하는 장비)를 제공하고 활줌통에 화살을 받칠 수 있도록 걸쇠도 설치했다. 덕분에 초보자들도 사대에 표시해둔 발의 위치 그리고 활줌통 쥔 팔목의 각도만 잘 조정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20m 앞 과녁에 화살을 꽂을 수 있다. 체험에는 우리네 전통 활인 각궁 대신 개량 활을 사용하지만 시위를 떠난 살이 표적에 명중할 때의 짜릿함은 전문 궁사가 각궁으로 145m 앞 표적을 맞출 때와 크게 다를지 않다. 각궁은 쇠뿔과 대나무, 민어부레 등으로 만든다거나, 어떤 일의 맨 처음을 의미하는 ‘효시’가 전쟁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쏘아 올린 화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등 체험에 앞서 전해드는 각궁과 전통 활에 얽힌 이야기들도 흥미진진하다. 전통활쏘기체험비용은 10발에 3천원, 20발에 5천원이다.



돌아오는 길, 제천을 대표하는 절경 중 하나인 정방사도 놓치지 말것. 절벽 아래 다소곳이 자리한 아담한 정자도 예쁘지만, 시리도록 푸른 청풍호와 어우러진 월악산의 풍경은 말그대로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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