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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P Dec 28. 2021

수묵화처럼 아름다운 고택에서 멋진 하루

함양우명리정씨고가

함양우명리정씨고가(경상남도 문화재자료)는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 등과 함께 동방 5현으로 꼽히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7대손 희운의 다섯째 아들이 분가해 지은 집이다. 당시 4칸짜리 초가이던 집은 희운의 4대손 환식 대에 이르러 기와 올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소금물에 3년간 절인 소나무로 지은 집은 1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디 한 군데 틀어진 곳 없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우진각지붕의 사랑채와 팔작지붕의 안채


함양우명리정씨고가는 직사각형의 대지 위에  ‘ㅡ’ 자형 대문간채와 ‘ㅡ’ 자형 사랑채, ‘ㅡ’ 자형 안채가 바깥마당과 안마당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자리한다. 안채 뒤에 사당과 별채도 갖췄다. 사랑채 지붕은 정면에서 보면 사다리꼴 모양인 우진각 지붕으로, 안채 지붕은 옆에서 보면 여덟 팔(八) 자 모양인 팔작지붕으로 마무리했다.


함양우명리정씨고가 안마당


안채 좌측에 자리한 2칸짜리 아담한 건물은 안사랑채다. 안채가 여인들의 공간인 만큼 안사랑채는 처가 등에서 온 손님이 머물던 공간이다. 함양우명리정씨고가에서 숙박이 가능한 공간은 사랑채와 이곳 안사랑채 두 곳이다.


안채가 보이지 않도록 중문 뒤에 설치한 내외벽


솟을대문을 지나면 넓은 바깥마당 뒤로 단정히 자리한 사랑채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여느 고택의 사랑채에 비해 규모가 조금 작지만 날렵한 지붕선과 곧게 선 툇기둥에서 120년 세월을 버텨낸 고택의 품위가 느껴진다. 사랑채와 안채를 잇는 중문에 설치한 내외벽은 남녀가 유별한 종가의 엄격함을 잘 보여주는 구조물이다.


사랑채 큰방
사랑채 작은방
사랑채 대청


최대 8인까지 숙박이 가능한 사랑채는 2 방과 대청으로 구성됐다. 대청기준으로 우측에 4칸짜리 큰방이, 왼쪽에 2칸짜리 작은방이 마주 보는 형태로 자리한다. 크기가 다른 2 방이 있어  가족이 함께해도 여유롭게 하룻밤을 보낼  있다. 더위에 약한 노인과 어린이를 위해 큰방에는 에어컨도 설치했다.


예스러운 소품으로 한껏 멋을 낸 사랑채 큰방
사랑채 큰방에서 바라본 대청과 작은방


사랑채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함양우명리정씨고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특히 눈 내린 이른 아침 풍경은 말 그대로 한 폭의 수묵화라는 게 한옥지기의 설명.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을 만나는 기회는 함양우명리정씨고가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이다. 전통놀이 기구와 파라솔 달린 나무 테이블이 있는 바깥마당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이자 어른들의 휴식공간이다.


안사랑

사랑채가 가족 단위 이용자를 위한 공간이라면 2칸짜리 독채로 이뤄진 안사랑채는 나 홀로 여행자나 친구, 연인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다. 아버지의 엄격함을 닮은 사랑채와 달리 안채에 딸린 안사랑채는 어머니의 사랑처럼 포근한 모습이다. 황토 바른 외벽도, 나무 형태를 그대로 살린 작은 출입문도 그래서 더 정겹다. 안사랑채의 가장 큰 매력이 여기에 있다. 한지 곱게 바른 아늑한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어머니 품에 안긴 듯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는 것. 안사랑채는 최대 2인까지 숙박이 가능하며 사랑채와 마찬가지로 주방시설과 화장실은 마련돼 있지 않다. 함양우명리정씨고가에서는 투숙객을 위해 대문간채와 사랑채 옆에 샤워시설을 갖춘 별도의 화장실 2곳을 마련해두고 있다.



[Info]

1. 업 소 명 : 함양우명리정씨고가

2. 주    소 : 경상남도 함양군 수동면 효리길 6

3. 전화번호 : 010-5356-4116

4. 홈페이지 : http://umyeongri.kr

5. 주    차 : 가능

6. 숙박요금 : 100,000원~

7. 체 크 인 : 14:00

8. 체크아웃 : 12:00

※ 숙박요금은 변동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변 관광지]

남계서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9개 서원 가운데 하나다. 일두 정여창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명종 7년(1552)에 지었다. 명종 21년(1566)에 ‘남계’라는 사액을 받아 사액서원이 됐다. 정유재란 때 소실돼 나촌으로 옮겨 지은 것을 광해군 4년(1612)에 옛 터인 지금의 자리에 다시 지었다.


함양 개평마을

14세기 경주 김씨와 하동 정씨가 이주하며 형성된 마을이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에는 일두고택(국가민속문화재)을 포함해 100년 이상 된 60여 채의 고택이 남아 있다. 정여창 문중의 명주로 알려진 ‘함양 송순주’(경상남도 무형문화재)를 맛보고 구입할 수 있는 솔송주문화관도 있다. 봄에 나는 소나무 순으로 빚은 송순주는 성종에게 진상한 전통 명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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