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골배마실길
골배마실길은 ‘성 김대건 신부님을 따라 걷는 도보순례길’의 다섯 개 코스 가운데 하나다. 김대건 신부가 유년시절을 보낸 골배마실성지와 모방 신부에게 세례를 받은 은이성지를 잇는다. 자신의 꿈을 위해 험한 산길을 넘었던 소년 김대건의 걸음을 따라가는 길은 그 자체가 위로이자 위안이다.
골배마실길은 은이성지에서 신덕고개와 칠봉산(해발 446.9m) 정상을 지나 골배마실성지까지 이어지는 4.4km의 순례길이다. 길은 마을을 지나고, 계곡 좋은 숲길을 품고,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크게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느 걷기 길처럼 멋진 풍광을 간직한 길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길을 걷는 건, 200여 년 전 이 길을 걸었던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자취를 더듬어보고 싶어서다. 아니 그 길을 걸으며 어떤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마침 올해는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지 200주년 되는 해다. 김대건 신부(1821∼1846년)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이기도 하다.
골배마실길은 은이성지나 골배마실성지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상관없지만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 은이성지를 들머리로 삼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은이성지 주차장은 성지 방문객과 도보 순례자를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개방한다. 순례길을 걷기 전, 은이성지 사무실에 들러 도보순례 명부를 작성하면 골배마실성지 입구 자물쇠 번호를 알려준다. 골배마실성지는 관리 문제로 평상시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한다.
골배마실길이 시작되는 은이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세례를 받고 첫 영성체를 모신 곳이다. 열다섯 살에 신학생으로 선발된 소년 김대건은 마카오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1845년 상하이 김가항성당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김대건 신부의 사목 중심지였던 은이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순교 전 마지막으로 미사를 봉헌한 곳이기도 하다. 은이성지에는 2001년 철거된 중국 상하이 김가항성당의 주요 부재를 가져와 복원한 김가항성당과 김대건 신부의 친필편지 등을 전시한 김대건 기념관이 있다. 은이성지를 방문할 때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성직자들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관람예절을 지켜야 한다. 김가항성당과 김대건 기념관은 현재 임시 휴관 중이다.
은이성지를 돌아 나오면 본격적인 골배마실길 걷기가 시작된다. 시작은 정겨운 마을길이다. 좁은 마을길은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아늑하고 편안하다. 오래전, 할머니의 손을 잡고 걸었던 길처럼 굽이굽이 이어진 마을길에는 그래서 반가운 것 천지다. 담장 아래 고개 내민 키 작은 꽃들도, 바닥에 닿을 듯 낮게 나는 제비도, 마을 입구부터 꼬리 치며 따라오는 누렁이도 반갑다.
마을길 끝에 만나는 은이골가족캠핑장을 지나면 비로소 초록빛 숲길이 열린다. 짙은 나무 그늘과 예쁜 계곡이 있어 시원하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아담한 계곡은 탁족을 즐기며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은이가족캠핑장에서 신덕고개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곳곳에 쉼터가 마련돼 쉬엄쉬엄 걷기를 이어가면 된다. 길동무를 자처하는 계곡도 매력적이다.
신덕고개에서 길은 세 방향으로 갈린다. 골배마실성지로 가려면 이곳에서 좌측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정면은 미리내성지, 우측은 은이산(해발 363.3m)으로 가는 길이다. 갈림길에서 만나는 이정표는 초행자에게 더없이 고마운 길잡이다.
신덕고개에서 칠봉산 정상까지는 제법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400m쯤 이어지는 이 구간이 골배마실길에서 가장 힘든 코스다. 칠봉산 정상에 닿으면 골배마실길도 절반은 온 셈. 이후 나머지 구간은 짧은 내리막과 임도로 이어져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임도가 시작되는 미군부대 앞에서 띄엄띄엄 흩어진 나무그늘을 징검다리 삼아 걷다 보면 어느새 골배마실성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골배마실성지는 충청남도 당진 솔뫼에서 태어난 김대건 신부가 박해를 피해 가족과 함께 숨어든 곳으로 김대건 신부 동상과 생가터를 알리는 푯돌 등이 있다. 일곱 살, 어린 나이에 골배마실로 들어온 김대건 신부는 마카오로 유학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약 8년간을 생활했다. 골배마실성지에서 걷기를 마무리한 뒤 은이성지로 돌아와야 하는 자가운전자는 콜택시(용인성산콜택시 031-335-1100, 양지콜택시 031-338-8282)를, 용인공용버스터미널로 가야 하는 대중교통 이용자는 양지리조트 정문 앞 정류장에서 버스(10·11번)를 이용하면 된다.
[Info]
‘청년 김대건의 길을 걷다’ 스탬프 투어
‘성 김대건 신부님을 따라 걷는 도보순례길’ 다섯 개 코스 중 은이성지와 미리내성지를 잇는 ‘청년 김대건길’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이다. 은이성지, 골배마실성지, 고초골공소, 미리내성지, 손골성지 등 스탬프 명소로 지정된 다섯 곳을 모두 완주한 뒤 용인시청 좌측 해설사의 집(여행+머뭄)으로 가면 소정의 기념품을 준다. 스탬프 명소 방문은 도보나 차량 모두 가능하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스탬프 명소에 비치된 스탬프 북이나 용인관광 앱 ‘꽁알몬’을 이용하면 된다.
- 장소 : 은이성지, 골배마실성지, 고초골성지, 미리내성지, 손골성지
- 문의 : 1577-1122
- 참가신청 : 스탬프 명소 방문
- 기간 : 2025년 12월 31일
- 참가비 : 무료
- 홈페이지 : https://blog.naver.com/touryongin/222114853258
[주변관광지]
김대건 신부의 영원한 안식처, 미리내성지
새남터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모신 성지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기념 성당 앞 묘역에는 김대건 신부 외에도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새남터에서 미리내성지로 운구해 안장한 이민식 빈첸시오, 김대건 신부에게 사제 서품을 준 페레올 요한 요셉 주교, 한국 세 번째 사제 강도영 마르코 신부, 미리내성당 3대 주임신부인 최문식 베드로 신부 등의 묘가 함께 있다. 김대건 신부의 어머니 고 우르술라의 묘는 성당 뒤쪽에 있다.
- 주소 :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성지로 420
- 전화 : 031-674-1256
- 홈페이지 : www.mirinai.or.kr
- 입장료 : 무료
가장 오래된 한옥공소, 고초골공소
1820년경부터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천주교인들이 살던 교우촌이다. 1866년 일어난 병인박해 때 고초골 천주교인들은 한양과 해미로 끌려가 순교했으며 그들이 살던 집은 모두 불탔다. 현재 고초골성지에 남아 있는 공소는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 뒤 신앙의 자유가 주어진 1891년에 새롭게 지은 것이다.
-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고초골로 15
- 전화: 031-337-0470
- 홈페이지: 없음
- 입장료: 무료
외국인 선교사가 조선의 풍습을 익히던 곳, 손골성지
용인 광교산 골짜기에 자리한 손골성지는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들이 조선의 언어와 풍습을 익히던 장소다. 병인박해 때 순교한 도리 헨리꼬 성인과 오메트르 베드로 성인을 기념하고 있으며, 1966년 도리 헨리꼬 신부 순교 100주년을 맞아 순교 기념비를 세웠다.
-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로437번길 67
- 전화 : 031-263-1242
- 홈페이지 : 없음
- 입장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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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서의하루예랑
한옥에서 살아본 주인이 한옥의 정취를 나누고 싶어 조성한 한옥촌이다. 한옥에서의하루예랑은 명온전, 미담전, 동심전, 희담전 등으로 구분된다. 단층으로 꾸민 미담전, 동심전, 희담전과 달리 명온전은 2층 규모로 지은 한옥으로 방음시설을 갖춘 노래방과 빔프로젝터가 설치돼 단체나 기업 워크숍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한옥에서의하루예랑의 모든 한옥은 잔디 깔린 개별 마당에 바비큐장과 수영장 같은 부대시설을 갖춰 독립적이고 온전한 휴식이 가능하다. 여느 한옥 숙소와 달리 주방시설이 마련돼 있어 객실 내 조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주북로235번길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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