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일러스트에서 사람을 대하는 자세
비트코인 기사로 삽화 의뢰가 들어왔다.
최근 수익률이 높은 가상화폐에 사람들이 몰리지만 '쪽박'가능성도 있다는 게 야마였다.
편집자는 불나방처럼 사람들이 모여드는 그림을 원했다.
불나방 얘기를 듣자마자 비트코인 심볼에 촛불을 더하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아이디어가 갑자기 올 때가 있다.
다른 말로 一感이라고도 한다.
검은색과 노란색의 대비를 활용하면 시각적으로도 재밌는 그림이 될 것 같았다.
그림은 이렇게 완성했다.
팀장의 생각은 달랐다.
지나가다 그림을 보고는 이게 뭐냐고 물었다.
잘못된 그림(잘하고 못하고는 다른 문제다)을 지적할 때 나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뭔가 잘못됐구나 싶었다.
사람을 불나방으로 표현해서 기분이 나쁘다는 얘기였다.
아침에 신문을 보는 독자가 저 불나방 중 하나라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뜨악한 마음으로 수정에 들어갔다.
신문은 독자가 있는데, 독자는 감성이 있는데, 그리다 보면 자꾸 잊는 경우가 있다.
신문사에서 일러스트를 수정한다는 건 사실 굉장한 작업이다.
물론 수정을 해본 사람들만 공감하겠지만,
일단 시간제한이 있고
아이디어는 내가 바랄 때 오는 것이 아니며
그 면의 메인 이미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책임감 있는 작품을 내놔야한다.
속된 말로 똥줄탄다. 아주 긴박한 상황은 머리까지 타는 것 같다.
짱구를 굴려도굴려도, 구글을 헤집고 다녀도 아이디어가 안 떠올랐다.
긴박했다. 1시간도 안 남았는데, 동종 업계 친구들에게 몇 아이디어를 들었지만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아래와 같이 그렸는데 다행히 OK가 떨어졌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 다행이었다.
작업이 끝나고 다음 날 신문을 한참 봤다.
가끔 이렇게 시간에 쫓겨 초인적으로 그린 그림이 느낌이 좋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신기해서 신문을 한참 본다.
잊지 말자 사람은 불나방이 아니다.
잊으면 내가 똥줄부터 또 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