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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이 Feb 01. 2022

서울의 설

서울 표류기 22.2.1

부산에서 꼬꼬마 시절 아침에 일어나면 아버지는 뉴스를 보고 계셨다. 쪼르르 달려가 아버지 옆에 누워서 같이 티비를 봤다. 화면에서 명절 귀성차량들로 도로가 꽉 막혀있는 모습이 나왔다. “아버지 우리는 저런 밀리는 곳에 안 가서 좋지요?” 내가 물었다. 아버지의 대답은 기억 안 나지만 우리는 명절 당일 부산에서 큰집과 외갓집을 다녀오는 일정이라 저런 명절 교통지옥은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한 말이었다.



성인이 되어 서울에 올라오니 나도 귀성객이 되었다. 부산은 먼 곳이다. 지리적으로도 멀고 심리적으로도 멀다. 결혼 전에는 그 거리가 좀 가깝게 느껴졌지만 결혼 후엔 더 멀게 느껴진다. 명절 차편 1순위는 기차다. 기차는 예매 전쟁을 해야 한다. 아침 7시부터 핸드폰, 노트북, 데스크톱을 켜놓고 네이버 시계가 정각이 되는 순간 코레일에 접속한다. 잡아야 하는 표가 4장이니 쉽지 않은 전쟁이다. 비행기는 아이가 어려서 돈을 받지 않을 때 자주 이용했다. 지금은 너무 비싸서 명절엔 이용하지 못한다. 아이가 더 크면 나도 티비에 나오던 그 귀성 차량 대열에 합류해야겠다. 차가 기차보다 더 편하니까.



요즘 몇 년은 코로나가 무서워 사람이 조금이라도 덜 이동하는 설 연휴 전 주에 고향에 다녀왔다. 설 연휴에는 서울에서 여기저기 구경 다녔다. 사람들이 고향으로 떠난 서울은 한산했다. 도로에 차가 반 이하로 줄었고 줄을 서야 했던 가게들도 대기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었다. 고즈넉하고 한가한 서울의 모습이 낯설었다. 서울의 설은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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