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뮤지컬에서...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성수동에 갔다.
그 건물은 어린이 공연이 있는 곳이라 갈 때마다 가족 손님으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공연 전 우리는 식사를 하기 위해 여러 식당을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사람 많은 곳들은 가족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김밥집.
여느 김밥집과 다를 게 없는 곳이었다.
물론 12명에 달하는 세 가족의 단체 식사가 시작되며 그곳은 소란스러워졌다.
부모들은 주문과 아이들을 컨트롤하기에 정신없었고,
아이들 또한 또래들과 모여 화장실을 오가기도, 조잘거리기도 했다.
그 세 가족의 식사가 시작되고 얼마 뒤,
존재조차 몰랐던 김밥집의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 좀 조용히 시켜주세요"
정겨운 김밥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단호한 목소리였다.
아이들은 놀라 얼음이 됐다.
그 순간 내가 느꼈던 정적은.. 씁쓸함이었다.
그때 아이들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들의 부모 중 한 명은
"거봐 너희 시끄럽다고 하시니까 조용히 해 알겠지?" 라며
아이들을 다시 한번 꾸짖었고.
다른 테이블의 아빠 또한
"아 이제 좀 조용하네" 라며 딸아이에게 이야기했다.
부모가 전혀 통제하지 않는 상황도 아니었고,
누구 하나 울거나 떼를 쓰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저 신이 난 아이들의 재잘거림들의 모음이었다.
내 식사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이 상황에서 나도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그
저 씁쓸하게 김밥을 먹었다.
뒤 이어 우리는 김밥집을 나와 카페에 갔다.
대부분 어른들로 꽉 찬 곳이었다.
그곳 또한 말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김밥집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옆 테이블의 할머니는 직원에게
"아이스크림 주문했는데, 나눠먹게 컵 좀 줘요. 이건 너무 커~ 저기 있는 사이즈로 줘요"
"고객님 이건 테이크아웃 전용 컵이라 매장에서 이용하실 수 없어요..."
결혼식이 끝나고 온 듯한 동창 여럿은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소음을 채웠다.
그 말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이곳에선 누가 누구를 조용히 시키지 않는데,
왜 어린이에게는 제재가 따랐을까?
의문이 들었다.
단지 식당이라서?
김밥집에서 어른들이 그렇게 떠들었다면 마이크로 조용히 해달라고 주의를 줬을까?
사실 뭐가 맞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느낀 씁쓸함은 오래 여운을 남겼다...
내가 어렸을 때 탔던 기차는
지나다니는 카트 아저씨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차곡차곡 카트 안에 담긴 간식들을 골라 먹는 게 그렇게 행복했다.
여행을 떠나는 기대감과 기차가 주는 즐거움에 나는 기차를 참 좋아했다.
하지만 내가 아이와 함께 탄 기차는 내 추억과는 많이 달랐다.
아이를 조용히 시킬 아이템을 단단히 챙기고,
돌아다니지 못하게, 떠들지 못하게 말리느라 바빴다.
사람들은 그저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하거나 잠을 잤다.
도서관에 온 것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아마도 아이의 기차여행에 대한 추억은 나와 같기 힘들 거 같다.
생각해 보면
김밥집에 마이크를 설치할 정도로
소란스러운 손님이 다녀갔기에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이해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다.
어르신들께서 아이를 보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애들이 그럼 뛰지 안 뛰어? 애들이니까 그러는 거야~ 너는 어렸을 때 안 그럤는 줄 알아?"
그래 아이들은 누구나 통통 튀는 저마다의 에너지로 자라난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잣대를 들이미는 건 아닐까?
오래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