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오잉 Mar 21. 2024

김밥집과 카페의 차이

어린이 뮤지컬에서...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성수동에 갔다. 

그 건물은 어린이 공연이 있는 곳이라 갈 때마다 가족 손님으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공연 전 우리는 식사를 하기 위해 여러 식당을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사람 많은 곳들은 가족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김밥집.

여느 김밥집과 다를 게 없는 곳이었다. 

물론 12명에 달하는 세 가족의 단체 식사가 시작되며 그곳은 소란스러워졌다.


부모들은 주문과 아이들을 컨트롤하기에 정신없었고,

아이들 또한 또래들과 모여 화장실을 오가기도, 조잘거리기도 했다.


그 세 가족의 식사가 시작되고 얼마 뒤, 

존재조차 몰랐던 김밥집의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 좀 조용히 시켜주세요" 


정겨운 김밥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단호한 목소리였다. 


아이들은 놀라 얼음이 됐다. 

그 순간 내가 느꼈던 정적은.. 씁쓸함이었다.

그때 아이들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들의 부모 중 한 명은 

"거봐 너희 시끄럽다고 하시니까 조용히 해 알겠지?" 라며

아이들을 다시 한번 꾸짖었고. 


다른 테이블의 아빠 또한 

"아 이제 좀 조용하네" 라며 딸아이에게 이야기했다. 


부모가 전혀 통제하지 않는 상황도 아니었고,

누구 하나 울거나 떼를 쓰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저 신이 난 아이들의 재잘거림들의 모음이었다. 

내 식사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이 상황에서 나도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그

저 씁쓸하게 김밥을 먹었다. 


뒤 이어 우리는 김밥집을 나와 카페에 갔다. 

대부분 어른들로 꽉 찬 곳이었다. 


그곳 또한 말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김밥집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옆 테이블의 할머니는 직원에게 

"아이스크림 주문했는데, 나눠먹게 컵 좀 줘요. 이건 너무 커~ 저기 있는 사이즈로 줘요"

"고객님 이건 테이크아웃 전용 컵이라 매장에서 이용하실 수 없어요..."


결혼식이 끝나고 온 듯한 동창 여럿은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소음을 채웠다.


그 말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이곳에선 누가 누구를 조용히 시키지 않는데, 

왜 어린이에게는 제재가 따랐을까? 

의문이 들었다. 


단지 식당이라서? 

김밥집에서 어른들이 그렇게 떠들었다면 마이크로 조용히 해달라고 주의를 줬을까?


사실 뭐가 맞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느낀 씁쓸함은 오래 여운을 남겼다...



내가 어렸을 때 탔던 기차는

지나다니는 카트 아저씨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차곡차곡 카트 안에 담긴 간식들을 골라 먹는 게 그렇게 행복했다. 

여행을 떠나는 기대감과 기차가 주는 즐거움에 나는 기차를 참 좋아했다.


하지만 내가 아이와 함께 탄 기차는 내 추억과는 많이 달랐다.

아이를 조용히 시킬 아이템을 단단히 챙기고, 

돌아다니지 못하게, 떠들지 못하게 말리느라 바빴다. 

사람들은 그저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하거나 잠을 잤다. 

도서관에 온 것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아마도 아이의 기차여행에 대한 추억은 나와 같기 힘들 거 같다. 


생각해 보면

김밥집에 마이크를 설치할 정도로 

란스러운 손님이 다녀갔기에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이해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다.

어르신들께서 아이를 보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애들이 그럼 뛰지 안 뛰어? 애들이니까 그러는 거야~ 너는 어렸을 때 안 그럤는 줄 알아?"


그래 아이들은 누구나 통통 튀는 저마다의 에너지로 자라난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잣대를 들이미는 건 아닐까?

오래 고민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동네에 스며든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