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처음이자 마지막 크리스마스

나와 결혼하지 못한 사랑에게

by 이수연

크리스마스는 매년 반복하는 행사이지. 그러면서도 매번 챙기는. 나는 작년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보냈어. 케이크와 초에 불을 붙이고 모두가 다 같이 소망을 담아 껐지. 그렇게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어. 그래서 당연한데, 너무 소중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어.

나와 남편은 어김없이 꽃 한 송이를 선물로 주고받았어. 그 꽃은 곱게 말려 통 안에 보관하고 있어. 오 년이 넘는 시간이 꽤 길었는지 쌓인 꽃도 한 가득이더라. 너의 흔적이나, 남편의 흔적이나, 버리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인가 봐. 사랑했고, 사랑한다는 것도.


네가 떠올리는 가장 행복했던 크리스마스는 언제일까. 가족 모두가 함께한 크리스마스이지 않을까. 지금 너에게도 가족이 있겠지만, 새로운 가족이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아마 과거를 그리워할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먹먹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크리스마스


너와의 첫 크리스마스, 내가 일하는 카페 언니가 크리스마스로 너와 함께 끼라고 장갑을 선물로 줬어. 크리스마스처럼 빨간색에 하얀 눈송이 모양이 있었지. 참 웃긴 게 두 짝이 아닌 한 짝과 나머지 한 짝은 이어진 장갑이었어. 서로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아도 되는.

유치할지도 모르는 그 장갑을 우리는 끼고 다녔지. 한 손으론 장갑 한쪽을, 다른 손으론 손을 잡고서. 이렇게라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 이렇게 평생, 너의 손을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네가 나에게 선물로 준 것은 직접 만든 팝업 카드였어. 처음에는 그냥 편지겠거니 생각했는데 편지를 열어보니 너와 나,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가 튀어나왔지. 직접 손으로 자르고 칠해 만든 편지였어. 참 허술하고, 사랑스러웠지.

시간을 들여 그 편지를 봤어. 네가 손으로 오밀조밀 종이를 자르고 그림을 그리는 상상을 하면 너무나 귀여워 웃음이 났어. 그럼에도 너는 굉장히 미안하고, 부끄러워했지. 남들처럼 좋은 선물 하나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나는 가장 큰 것을 받았어. 너의 마음과 정성. 네가 나를 위해 시간을 들였다는 것도 감사했어.


너의 선물은 항상 그런 것들이었어. 돈은 없지만 마음이 담긴. 한 번은 내 생일날 직접 손으로 만든 피아노 모형를 선물로 했잖아. 도안을 프린트하고 잘라서 풀로 하나하나 붙인. 너와 헤어진 이후에도 나는 그 종이 피아노를 책상 위에 놓았어. 떨어져 실수로 밟아 망가지기 전까지. 정말 그 날, 너의 흔적이 하나 사라진 것 같아 내내 울었어. 종이는 아무리 되돌리려 해도 돌아가지 않더라. 마치 우리의 관계처럼.


너의 모든 게 나의 행복이었다


네가 항상 미안해하며 선물을 줄 때면 나는 어떤 때보다 행복해했어. 그리고 너는 그 표정을 좋아했지. 네가 직접 선물을 만들 때면 내가 좋아하는 얼굴을 상상했다고 말했어. 내게 선물할 생각으로 들뜨고도 미안한 너의 마음을 나는 알 수 있었지. 네가 나에게 비싼 가방 하나 사주지 않아도 행복했어. 그래서 나는 돈이 없어도, 너와 행복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지. 그렇게 너와의 미래를 꿈꿨어.


다시 크리스마스로 돌아가자. 우리는 빨간 장갑을 함께 나눠 끼고, 편지를 주고받았던. 나는 너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어. 그런데 내가 급하게 네게 무언갈 자꾸 사주면 네가 더 미안해할까 봐 그런 특별한 날을 핑계로 네게 선물했지. 내가 너의 선물을 주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질리도록 묻고 찾아봤다는 걸, 너도 알 거야. 그 날, 우리는 커플 운동화를 사서 신었어.


“신발 사주면 도망간다는데, 나 도망가라고 사주는 거야?”

네가 특유의 능청함으로 장난스럽게 말했지. 참, 첫인상은 무뚝뚝했는데 만나고 보니 너는 생각보다 장난꾸러기에, 능청스러웠어.


“그거 신고, 학교에 등교할 수 있잖아. 액세서리는 안되니까.”
“고마워.”


우리는 색이 다른 같은 운동화를 신고 껴안았어. 분명 크지 않은 키의 너인데, 나를 안을 때면 커다란 모포 같았지. 푹, 하고 내가 네 품에 들어갔으니까.


내가 네게 신발을 사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을까. 작은 것에 핑계를 대고 싶나 봐. 알아, 우리는 그래도 헤어졌겠지. 신발은, 신발일 뿐이니까.

그래도 그 신발의 뒤축이 닳을 때까지 신었잖아. 뒤축을 질질 끄는 너의 습관 때문이기도 했지. 결국, 너는 다른 신발을 사야 했고. 어쩌면 다행일지도 몰라. 나와 헤어진 뒤에도 그 신발이 튼튼하게 남아 있었다면, 너는 다시 아픈 기억을 떠올렸을지도 모르니까.


내게 있어서, 너도 아픈 기억이었어. 그래서 네가 선물한 것을 소중하게 보관했어. 나는 아파야 했고, 네가 없이 행복하면 안 될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렇게 너를 추억하며 글을 쓸 수 있다니, 아픔까지도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니.


어쩌면 지금 내가 가진 아픔도, 소중한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하면 그것마저 소중해진다. 너를 통해서.



작가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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