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 중 하나

나와 결혼하지 못한 사랑에게

by 이수연

학교를 다니던 너를 보기 위해 학교 앞에서 마중 나간 적이 많았지. 참 신기하게도 나와 너는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어.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자퇴하고, 너는 고등학교를 계속 다닐 뿐이었지. 하교하는 너를 마중 나가면 너희 친구들이 날 보고 말했잖아.


“야, 너희 누나야?”

그럼 너는 드문 웃음을 지으며 말했어.


“아니, 내 여자 친구야.”


내가 사복을 입고 화장을 하고 졸업하지 못한 모교 앞에서 너를 기다리다 보면, 나와 같은 반이던 친구들을 종종 만났어. 반갑게 인사하진 않았어.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학교 생활을 그다지 잘하는 편이 아니었거든.

좀 의아하지. 나는 밝고, 말도 잘하고 친구들도 많을 것 같았는데. 근데 나는 학교가 무서워. 그 작은 사회에서 혼자가 되면 외면받는 것도. 그만큼 나는 혼자서 무얼 하는 것을 좋아해. 그런데 모두들 그런 나를 비정상으로 바라보았어.

네가 종종 중학교 때 친구를 말하면, 나는 할 말이 없었어. 지금도 내가 만나는 친구들은 아주 오랜 친구들이야. 간혹 가다 새로 사귀게 된 사람도 있고. 내게 학교는 너무나 외롭고, 숨기고 싶은 일이었어. 나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우울한 아이 었거든. 그 무엇보다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었어.


그런 나에 비해 너는 아무렇지 않게 학교에 다녔지. 네가 나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다는 것을 알고 너를 만나면서, 나는 처음으로 ‘학교에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어. 너의 손을 잡고 등교하고 쉬는 시간에 같이 매점에서 빵 하나를 사 먹고 하교 시간에 서로를 기다려주는. 그런 작은 행복을 너와 나누고 싶었어. 너와 모든 일상을 나누고 싶었어.


너의 졸업식날


네가 학교를 졸업하던 날, 나는 일을 마치고 너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꽃 한 다발을 들고 모교에 갔지. 친구들 사이에 있는 너는 조금 왜소했지만, 한눈에 띄었어. 네가 졸업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어. 내가 고등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저 자리에 서서, 우리는 함께 졸업을 했을 텐데, 하고.


내 졸업은 아무도 축하하지 않았어. 독학으로 공부하고 시험을 봤지. 그리고 나중에 조회로 검정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보았어. 그게 내 고등학교 졸업이었어. 열여덟의 나는 혼자였지. 함께 기쁨을 나눌 친구도, 가족도 없었으니까.

그날, 너의 졸업식엔 너희 어머니와 사촌들, 누나가 있었어. 우리는 같은 나이인데, 너무나 달랐지. 나는 밝았지만, 혼자였고, 너는 조용했지만 사랑받았어. 그래서 너의 가족이 되는 꿈을 자주 꾸었나 봐.


“졸업 축하해.”


너에게 준비해온 꽃을 건넸어. 너는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수연이도.”


혼자 보내야 했던 나의 시간을 네가 알아주는 것 같았어. 네가 나의 과거까지, 그렇게 안아주는 것 같았어. 지금, 내겐 네가 있다는 것을 너는 알려주었어.


졸업식을 마치고 한껏 사진을 찍었지. 너는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을까. 아쉽게도, 나는 없어. 너와 헤어지고 너무 많이 울어서 모두 버렸거든. 모든 사진에서 너는 웃고 있었고 모든 사진을 보는 나는 울고 있었어.

졸업식을 마치고, 너희 가족과 함께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었어. 너희 어머니는 고기를 구우시며 말했지.


“남의 살이 들어가야 힘 난다. 모두 많이 먹어라.”


그리고 너와 내 그릇에 고기를 옮겨주셨어. 너희 누나가 따라주는 콜라를 받는 내가 습관처럼 잔을 기울이자 너는 나의 옆구리를 찌르며 얘기했지.


“그건 술이 아니잖아! 술 좀 줄여.”


나는 멋쩍은 듯 웃었어. 그걸 보는 너희 누나는 괜찮다고 말했지. 다음에 다 같이 맥주 한 잔 하자고. 그렇게 모두가 웃으면서 식사를 했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였어.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 너를 위해 모인 사람들. 그곳에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잔뜩 있었어. 그래서 그곳에 같이 묻혀있고 싶었어. 너를 사랑한다는 그 이유 하나로. 아마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무리 모아도, 그곳에는 너 하나밖에 없을 것 같았거든.

웃으면서도 외로웠다. 마음 한편이. 그래서 너를 그토록 사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없었어. 그들은 나를 위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오로지 너를 위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살아가. 그래서 이제야 너를 이해하게 되나 봐. 바보 같지, 참.


그때는 네가 이 외로움을 알아주길 바랐는데, 지금은 몰랐으면 좋겠다.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티 없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작가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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