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해보긴 했는데요

건물주는 사양하겠습니다_돈이요? 지금이 좋은데요?

by 이수연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재테크와는 참 거리가 멀다고 느껴질 것이다. 근데, 그게 사실이다. 돈을 모으지도 않고, 주식이나 펀드도 안 하고, 부동산은 할 돈이 없으니까. 그나마 하나 있는 주택청약 적금도 은행에 갈 때 남편이 수없이 얘기한 뒤에야 겨우 만들었다. 돈 들어올 곳이 없으니 월 삼 만원 정도 나가는데, 그것도 은근히 아까워하고 있다.


돈을 벌고 싶던 십 대


그런데, 실은 나는 재테크에 관심이 무척 많은 십 대를 보냈다. 처음 주식을 한 것은 열여덟이었는데, 미성년자라 통장 개설을 할 수 없어 바쁜 엄마를 보채서 은행에 갔다. 당시 증권 은행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십 대는 나뿐이었다. 엄마의 도움으로 통장을 개설한 뒤엔 주식을 했고, 남은 월급으론 펀드를 했다. 서점에 가도 재테크에 관한 책을 살 정도였다.


주식을 시작한 열여덟의 하루 일과는 이러했다. 아침 여덟 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서 출근(고등학교를 자퇴했으니 출근을 했다)을 준비하는 동안 뉴스를 튼다. 뉴스에선 지난 코스피 지수의 변동을 알려준다. 그럼 유심히 그 얘길 듣고 주식 동향을 살핀다. 출근을 해서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 전까지 매니저 언니와 함께 주식 얘기를 한다. 어디는 사야 한다, 빠져야 한다. 그렇게 얻은 정보로 주식 시장이 열리는 시간 동안 주식을 사고 판다. 주식을 사기 전에 초록창에 회사를 검색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본다. 퇴근을 할 즈음이면 주식 시장도 문을 닫는다. 그럼 다시 내일 오르내릴 주식을 생각하며 뉴스를 본다.

물론, 약 십 년 전, 최저임금을 받는 열여덟의 아르바이트생에겐 돈이 별로 없어서 주식에 큰돈을 넣지도 못했다. 비싼 주는 얼마 사지도 못하고 대부분 싼 주를 몇몇 사는 정도였다. 성격도 급해서 약간의 도박성으로 싼 주식을 백 개씩 사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산 주식이 상장폐지가 되는 것도 지켜보았다. 열여덟의 쓰디쓴 주식의 맛이었다.


adult-3170055_1920.jpg 지금 내가 생각하는 주식의 이미지는 거의 이 수준이다. (pixabay)


주식을 포기하다


그렇게 열심히 재테크를 했다. 오십은 오십오가 되기도 했고 삼십이 되기도 했다. 온갖 신경을 다 쓰며 했던 주식에 슬슬 지쳐갈 즈음, 마침 내가 통장을 만든 증권 은행이 망하기 직전까지 가버렸다. 뉴스에는 증권 은행이 망한다며 온갖 난리를 쳤다. 잃을 돈도 없는 나는 그나마도 잃을까 봐 주식에 넣은 돈을 다 빼고 통장을 없앴다. 그게 스물이던가. 약 이 년간의 주식의 추억이 그렇게 막을 내렸다.


반은 자의, 반은 타의로 주식에 손을 떼었다. 그 뒤 아침 출근마다 보는 뉴스는 아침드라마로 옮겨갔다. 주식을 하지 않으니 뉴스도 잘 안 봤다. 주식을 놓고 나니 돈을 불리는 기쁨도 사라졌지만, 대신 꾸준히 쌓이는 기쁨이 있었다. 무엇보다 불안하지 않았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코스피 지수를 보며 불안해하는 일이 사라졌다.


그리고 삼 년 뒤, 엄마와 오빠가 주식을 시작했다. 오빠는 군대에서 모은 돈을 주식으로 넣었는데 어느 날 오빠에게 연락이 왔다.


“죽고 싶다.”


의아했다. 오빠는 나와 달리 감정적이지 않고 차갑고 죽고 싶은 것을 이해 못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무슨 심각한 일인가 싶어 이유를 물었다. 근데, 이유가 주식이었다.


“삼백 만원을 넣었는데, 백이 됐어. 백이.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월급보다 많이 날아갔어. 한 달이 날아갔어.”


이십 대의 막 제대한 학생에게 잃어버린 이백 만원은 꽤 큰돈이었다. 그리고 주식으로 그 큰돈을 날린 오빠는 생에 처음 죽고 싶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솔직하게 말하면 주식을 그만둔 나를 스스로 칭찬했다. 그리고 오빠에겐 이제 내 기분을 알겠냐며 놀렸다. 오빠도 그 날 이후로 주식에 들이는 돈을 줄였다. 그리고 신경을 덜 쓰는 주를 샀다고 했다. 좀 그만두지. 그래도 내 돈은 아니니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흔들리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 편한 게 먼저


물론, 주식으로 천만 원을 억으로 불린 사람을 보면 가끔 마음이 흔들린다. 다시 주식을 할까? 그런데 그 사람은 천만 원이라도 있으니 억이 된 거 아닌가. 나는 천만 원이 없으니 이미 틀렸다. 그리고 주식에 쓰였던 내 신경과 시간을 생각하면 내가 가진 돈을 불리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이 이득이다. 글은 남기라도 하지. 오르면 또 떨어질까 얼마나 걱정인가. 그래서 나는 이제 재테크에 ‘재’ 자도 헛갈리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했다기 보단 그렇게 됐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남편이 주식을 한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냐고 물어봤는데 만 원 했다고 한다. 뭐야, 만 원이면 돈 벌 생각은 아니구나. 안도했다. 도대체 만 원으로 뭘 샀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답했다.


“아마존 닷컴에 팔천 원, 넷플릭스에 이천 원.”
“그걸로 그 주식을 살 수 있어?”


“아마존 닷컴은 0.002주 샀고, 넷플릭스는 0.003주 살 수 있더라.”
“내 라식 전 시력이랑 같네. 잘해봐.”


만 원이 이만 원이 될 것 같진 않다. 되더라도 그냥 이만 원이겠지. 그런데 그게 또 남편의 소소한 재미라면 인정하는 수밖에. 딱 그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다.




작가 이수연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다산북스)

* <슬픔은 병일지도 몰라>(반니) 저자

* 독립출판 소설 <자화상>(단편소설집 RED) 제작 및 저자


Instagram @suyeon_lee0427

Facebook @leesuyeon0427

Youtube @이수연 작가

이전 10화통장잔고와 마음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