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로 살아남기
매일 일기를 쓰면서
또 일기를 쓴다.
전업 작가로 살아남는 일상에 관해.
요청한 원고든 요청하지 않은 원고든 쓴다.
일단 쓴다.
쓰는 곳에서 세상이 끝난다면 참 좋을 텐데.
사람인지라,
시간마다 죽고 살아나는
세상인지라,
쓰는 순간은 끝이 아닌
시작이 된다.
지금 나는 퇴고할 글을 앞에 두고 있다.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는 A4용지 120장 분량.
언제 썼는지, 또 언제 고치는지.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본다.
오탈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처음에는 전체의 흐름을 보고
그다음에는 하나의 흐름을 보고
그다음에는 문장의 흐름을 본다.
전체적인 흐름을 맞춘 뒤 세밀하게 본다.
한 문장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으니까.
"작가님에게 퇴고는 어떤 의미인가요?"
"반성문 쓰는 일이요."
이것밖에 쓰지 못한 내 과거에 대한 반성문.
내가 써 놓고 왜 그렇게 했나 하는 반성문.
반성하는 문장들이 넘쳐난다.
그러게,
나 왜 이렇게 썼지....
반성이 끝도 없이 길어진다.
마감이 있어서 다행이다.
평생 반성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감 전까지만 반성해도 돼서.
그 뒤엔 쿨하게 보내줘야 한다.
아니면 반성만 하다 다른 글을 못 쓴다.
하루 종일 반성한다.
반성하며 고친다.
아무래도 작가는 부끄러운 사람인가 보다.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
그래서 다들 그리 수줍음이 많나.
반성한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좋을 텐데,
반성한다고 더 좋은 글이 되면 좋을 텐데,
그게 더 좋은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들 그리 갈팡질팡 하나.
하루 종일 원고를 잔뜩 보고도
내 마음 둘 곳 없어 또 글을 쓴다.
너는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니.
글쎄요.
그래, 너 같은 글도 있어야지.
그것참 고~마운 말이네요.
그래도 반성문은 잊지 말고.
그것도 참 고~마운 말이네요.
글쎄인 글은 접고 반성하러 가야겠다.
아무생각 없는 글이 필요해서
아무생각을 씁니다.
instagram @suyeon_lee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