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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하는 스노우 Jul 02. 2019

내 삶에 쉼표 하나

노력과 휴식 사이

“하아...힘들다”


연거푸 ‘힘들다’를 반복해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해야 할 일들은 쌓여있는데 시간은 한정적이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할 일들을 해결해야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 모든 것들을 뒤로 미루어 두고 내 과제와 공부에 집중했다. 전두엽은 언제나 그렇듯이 나에게 ‘힘들다’며 신호를 보냈지만 모르는 척했다. 전두엽이 몸에게 도움의 신호를 보냈나 보다. 혀가 갈라지고 상처가 났고, 비염이 심해졌으며, 소화가 잘 안 됐다. 그래도 계속 할 일들을 해야만 했다. 잠이 부족해 편안하게 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소원이 생겼었다. 하지만 잠을 자기 위해 누워도 끝내지 못한 과제와 공부가 내 머리를 괴롭혔다.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며 이별통보를 했다. 내가 항상 해야 할 일들에 빠져있으니까 여자 친구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 내게 서운함을 느낀 것이다. 또한 나를 만나게 되더라도 내가 약속시간에 자주 늦어서 불만을 느낀 것 같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여자 친구의 시간을 내가 남용했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라서 할 말이 없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라는 속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동안 내가 여자 친구의 배려 속에서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을 해왔다는 사실에 괴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친구는 못난 나를 다시 받아주었다.) 그리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까지 힘든데... 이거 잘 살고 있는 것이 맞을까?”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나는 의자에 반쯤 기대어 3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youtube에 있는 인생에 대한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즐겨보는 ‘곰아나’님의 채널에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소개하는 영상을 봤다. 이 영상을 보고 꼭 책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곧장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https://youtu.be/hU_1fb-4mn4


출처:당신도 목표에 발목을 붙잡혀서 불행한가요? /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곰아나 GomAnna


노오오력의 현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노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희망적인 경험담을 들은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다 못해 원망한다. 하지만 노력만 한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 않다는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홍익대학교를 가기 위해 4수를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고 나면 밝은 미래가 펼쳐지고 안정적인 기업에 쉽게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모두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학교에서 수업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학원에서 일을 해야 했으며, 자신처럼 홍익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노력’을 강요해야 했다. 졸업 후 준비된 것이 없어 3년간 백수생활을 했고, 기업에 들어가 열심히 버티려고 노력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업은 없어진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저자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계획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막상 그 목표를 이루어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현재 저자는 다니던 기업을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살면서 쉬고 싶을 때 쉬고 놀고 싶을 때 노는 삶을 살고 있다.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
우리는 각 연령대 별로 요구되는, 어떻게 보면 조금은 의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20대에는 좋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취업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30대에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지, 차는 있는지, 결혼은 했는지, 집이 있는지, 40대에는 자식 농사를 잘하고 있는지 등 셀 수 없이 평가지표가 존재한다.

어릴 때는 이러한 평가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가능성에 심장이 뛰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사회의 시선은 냉철하다 못해 매정하기까지 하다. ‘그 나이 먹도록 뭐 했니?’ 비수를 꽂는 말이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말을 안 듣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주변 지인과 ‘왜 결혼을 하지 않는지’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지인은 ‘사랑하니까’, ‘함께 살고 싶으니까’, ‘사람의 도리니까’, ‘결혼은 당연한 것’라는 이유를 들며 결혼의 필요성을 어필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설득력이 없는 근거들이다. 앞에 열거된 근거들은 저 말을 한 사람의 삶에 적용될 수 있는 기준들이지만 일반화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또한 결혼을 안 하려는 이유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을 남들에게 허락 맡을 이유 또한 없다. 그저 안 하고 싶은 것뿐인데 우리 사회는 그에 대한 설명을 의무화하고 있다.

저자는 항상 타인이 신경 쓰였고, 그들 보기에 괜찮은 삶을 살려고 애써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남에게 맞춰진 삶이 아닌 자신에게 맞춰진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는 의미 해서 나잇값은 우리가 만든 색안경이 아닐까 싶다.


맘대로 쉬지도 못하는 상황
번아웃 증후군이란(Burnout Syndrome) 증상이 있다. 충분한 휴식 없이 너무 일에 몰두하다 보니 정신적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려 무기력과 우울, 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상이다. 현대인들은 거의 에너지를 다 쓸 정도로 일한다. 가끔 휴식이 주어지지만 너무 짧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알차게 사용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며 노력한다. 즉, 쉬는 동안에도 온전히 쉬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가 완전히 에너지가 소비되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발적 백수가 됐던 시절이 있다. 푹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해서 계속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 것이다. 결국, 마음을 편하게 먹지 못하면 시간이 많아도 편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왜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인식 때문이다. 어른은 일하고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능력을 개발해 기업이나 사회에 공헌해야 인정받는다. 쉬더라도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해야 한다. 저자는 어릴 때 어른들이 못 놀게 해서 못 놀았지만 어른이 되면 놀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더 못 노는 것 같다. 누가 못 놀게 하는 것도 아닌데 편히 놀지 못하고, 자신의 본능에 따라 놀더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은 자신을 비하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나는 일이나 공부 때문에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나 또한 누구보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현재 재학 중인 학교에서도 노력하는 것으로 유명할 정도이다. 이 책을 보면서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눈치, 인생 매뉴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하는지 집중하는 것이다. 누가 무엇이라고 하든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니까.

노력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래서 이 책의 메시지는 노력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목표에 매몰되어 노력만 하다가 실패했을 때, 큰 상실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세상은 운의 영향을 받고, 모든 일들이 각자가 꿈꾸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끼며 인생의 큰 흐름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그것이 저자가 바라고 나 또한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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