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코스모스를 정관하노라면 깊은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아득히 높은 데서 어렴풋한 기억의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주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코스모스>,p36
광활한 우주를 연상케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숨이 턱 막히고 한동안 시간이 멈춘 듯 부동자세로 가만히 있게 되는 느낌이 든다. 중학생 시절, 추석을 맞이하여 친가 댁에 갔던 날이 생각난다. 친가 댁은 충남 공주시에 위치하여 시골 중에서도 상당히 후미진 곳에 있었다. 친척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특선 영화를 보다가 잠들었다.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 새벽에 깼는데 우연히 하늘을 바라보게 됐다. 나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분명히 새벽이었지만 하늘은 별들이 하늘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빛을 산란하는 별들 덕분에 밝은 느낌마저 들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서도 한동안 하늘을 지켜보느라 잠을 못 잤던 기억이 난다.
내가 보았던 장면은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는 인간이 생각하는 규모를 훨씬 더 넘어서는 미지의 세계이다. 그래서 인류는 과거부터 우주를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애썼다. 기술이 발달한 현재는 과거에 비해 우주에 대해서 많이 알아내긴 했지만 아직까지 우주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도 이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은 인류가 해결해야 하는 숙제인듯싶다.
<코스모스>는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려고 시도했고, 그 모든 결과물들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과정부터 시작해서 저자가 집필했을 때의 당시까지 이슈가 됐었던 내용까지 거의 모든 것을 함축시켜놓았다.
코스모스>는 우주에 대해서 13장으로 구분하여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앞에는 유명인의 명언을 수록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한다. 덕분에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할지 궁금증을 자아내어 책을 읽는 재미가 생겼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뽑으라고 하라면 단연코 독자들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점이다. 물론 70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페이지 수를 생각한다면 초보 독서가들에게는 난도가 높은 책이다. 하지만 <코스모스>만큼 독자로 하여금 우주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책은 없는 듯하다. 우주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하기도 하며, 행성이나 항성에 대해서 설명할 때도 글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촬영했던 사진들을 첨부한다. 사진이 없다면 그림을 첨부하기도 했다. 또한 공식 같은 경우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함께 그림까지 삽입해 놓았다. 전 세계적으로 <코스모스>가 아직도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친절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코스모스>가 좋은 책이라고 느꼈던 점들 중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바로 인문학적 요소이다. 이 책은 과학 서적이다. 대부분의 과학 서적은 정보 전달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독자들이 지루함을 느끼기가 쉽고, 정보를 얻었다고 한들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은 우주에 대한 역사와 더불어 다양한 배경지식이 담겨있다. 덕분에 우주와 연관시켜 인문학적 요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구절도 나온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책에 대해서 언급했던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일궈온 문명을 지켜내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앞으로 책에 대해서 꾸준히 투자해야 하며, 그 투자의 근간은 공공 도서관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가 책과 공공 도서관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을 보니 너무 신선했다. 또 이를 우주와 연관시켰다는 점에서도 새로웠다.
상상을 초월한 규모로 벌어지는 격렬한 혼돈의 폭력 역시 우주의 한 속성이다. 우주는 자연과 생명의 어머니인 동시에 은하와 별과 문명을 멸망시키는 파괴자이다. 우주는 반드시 자비롭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적의를 품지도 않는다. 우주 앞에서 우리의 생명, 인생, 문명, 역사는 그저 보잘것없는 존재일 뿐이다.
<코스모스>,p496
<코스모스>를 읽다 보면 엄청난 우주의 규모에 대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빛의 속도로 몇 백 년을 가야 겨우 또 다른 별로 갈 수 있다는 대목을 보면서 정말 우주에서 지구는 저자의 말대로 보잘것없는 항성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마어마한 규모 속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틀 속에서 사고하고 행동한다. 책을 읽으면서 우주의 거대함에 신비함을 느끼고,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나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겸손함을 또 느낀다. 과학 책이지만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 이웃 코유님께서도 앞으로 <코스모스>가 인생 책이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해주셨는지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