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콘서트>
올해 2월에 평창으로 난생처음으로 스키를 타러 갔다. 처음 스키를 타서 여러 차례 넘어지기도 하고,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두 시간쯤 지나니 제법 스키 타는 흉내를 낼 수 있었다. 같이 간 지인들 중에서도 나처럼 스키를 처음 타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곧잘 타는 것 같았다. 스키도 열심히 타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서 참 좋았던 여행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스키장을 가기 위해서는 잠실역으로 버스를 타고 갔어야 했다. 나는 수원에 살아서 전철을 타고 잠실역까지 가고 있었다. 그런데 4호선에서 갑자기 전철이 움직이지 않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줄여서 전장연)이 전철 점거 시위를 했기 때문이다. 넉넉하게 시간을 맞춰서 전철을 탔음에도 제시간에 잠실역까지 못 갈 것 같았다. 전철을 포기하고 택시를 타서 운이 좋게 출발시간 1분을 남겨놓고 스키장으로 가는 버스를 탑승할 수 있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전장연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게 됐다. 그들이 무엇을 주장하든 간에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로그 이웃 코유님께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에서 <교양 콘서트>라는 책을 토대로 불공정함에 대해서 토론하는 계기가 됐다. 나는 내 생각을 가감없이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께서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점과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언급해주셨다. 흥미로웠다. 내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공정함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공정함은 무엇일까? 그것은 실제하는 것일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처럼 전장연의 시위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일까? <교양 콘서트>를 통해서 생각해보았다.
<교양 콘서트>에는 다양한 주제가 담겨있다. 우리가 사회 시간에 많이 접하고 배웠던 민주주의부터 시작해서 현대에 대두되고 있는 페미니즘, 전 세계에서 발생되는 기후변화, 미래에 중요해지는 기술이나 제도 등에 대해서 기술해놓았다. 모두 현대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들이었지만 잘 모르는 내용이 생각보다 많았다. 책의 제목처럼 교양으로써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들이었지만 사회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보니 책을 읽어가는 데 생각보다 힘겨웠다.
책의 보충 설명이란은 독자들로 하여금 검색을 하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좋았던 것 같다. 어려운 단어나 맥락상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독자들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보통 독자들은 그냥 넘어가거나, 검색을 해서 모르는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렇게 되면 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 이런 점은 독자들을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던 것 같다.
<교양 콘서트>를 읽고, 독서모임에서 '불공정함'에 대해서 토론하게 됐다. 책에서는 상당 부분 불공정함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인, 흑인, 동양인부터 일상생활에서 받는 불공정함까지. 많은 분들이 공정함, 불공정함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해외에서 인종차별 당했던 일, 특정 지역 출신이라서 그 지역의 특색을 가졌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등 깊이 생각해 볼 내용들이 많았다.
나는 앞서 말한대로 독서모임에서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장애인 전철 시위에 대해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장애인이더라도 전철을 점거하는 것은 위법행위이며, 타인들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임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서 장애인의 처우 및 상황에 대해서 알려주시면서 내 생각에 대해서 반박해 주셨다.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을 가지지 않았고, 그 동등한 조건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시위를 하는 것이며, 비장애인은 전철 이외에도 다른 교통수단이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독서모임이 끝나고 쉼 없이 조사했다. 실제로 어떤 한 방송 작가님의 사례로 휠체어로 출근하는 데만 2시간이 걸린다며 전철 이용에 굉장히 애를 먹는다는 내용을 접했다. 또 출퇴근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비장애인이 사용해 30분간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됐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생존권이라고 주장이 실감 났다. 만약 내가 장애인이라면 전철이나 버스를 지금처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을까? 아마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내가 느꼈던 불공정함은 장애인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느껴왔을 것이며,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서로 얼굴 붉히는 사회적인 문제로 커졌다.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고,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결책을 시민의 입장에서 찾아보려 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시위는 지속되고 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갈등은 더 커져가고 있다. 참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느꼈다.
이 사회적인 문제는 정치권부터 일반시민까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되는지에 따라 해결속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일수있도록 캠페인이나 영상을 제작해서 배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어려웠던 기억이 났다. 책의 제목에 얕은 지식이라고 하길래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책을 펼쳤지만 쉽지 않은 책 중 하나로 생각한다. 특히 철학 내용이 여전히 생생하다. 귀납법과 연역법을 봤는데 마치 수학 시간이나 과학시간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교양 콘서트>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모르는 내용도 많았고, 생각해 볼 만한 내용도 많아서 읽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했다. 덕분에 내가 교양의 수준이 얼마나 뒤처져있는지 알게 된 것 같다. 특히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큰 주제들은 이미 신문이나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딱 그 기사 수준만 알았기 때문이다. 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책을 읽고, 독서모임에서 토론한 덕분에 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경험하게 된 것 같다. 역시 책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독서모임만 한 곳이 없다. 이를 계기로 독서모임을 운영해 주시는 코유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