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서지 않는 마음>
지구에는 70억 이상의 인구가 살아가고 있다. 즉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각자 고유의 성격과 가치관을 가지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비슷한 외모, 성격, 생각을 가질 수는 있어도 온전히 동일한 존재는 없다. 쌍둥이로 태어났어도 성격, 장단점, 성향이 다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인간은 함께 살아가면서 협력하고 발전하는 긍정적인 결과물을 낼 때도 있지만 전쟁 및 학살 등 부정적인 결과물을 낼 때도 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한다. 어떤 이들은 인간의 성품이 악한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고 판단하기도 하며, 상황에 따라서 인간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평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식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을 나는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은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특히 철학은 고통 속에서 빛을 바라는 것 같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생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부처도, 예수도 고통 속에서 살아갔다. 수많은 인간이 고통 속에서 자신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질문하고 해답하는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성숙해진다. 그래서 유독 철학자들이 고통에 관한 명언들을 쏟아낸 것 같다.
그렇다면 도대체 철학은 무엇인가? 철학을 알게 되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가? 소위 철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았는가? 듣자 하니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돈벌이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냥 쓸모없는 것은 아닌가? 돈만 잘 벌면 되는 것은 아닌가?
<물러서지 않는 마음>이라는 책은 26명의 철학자의 철학 이론을 통해 우리 삶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정리해놓은 책이다. 대부분 굉장히 유명한 명사들이 나오며, 간략하게 그들의 인생사가 나오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다. 자신만의 철학을 어떻게 가지게 됐는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대와 환경에서 혹은 전혀 다른 시대와 나라에서 고유의 사상을 정립하게 된다.
철학에 대해서 지식이 깊지 않아서 이 책을 읽기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읽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철학의 내용 중 어려운 설명도 분명히 있었지만 저자는 철학자들의 이론을 현대 사회에 투영하여 다시 설명해 주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가령 쇼펜하우어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욕망을 품는다면 무조건 고통이 따라온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를 욕망에서 벗어나 해탈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면 되는지 방향성을 넌지시 알려준다. 그럼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쇼펜하우어의 이론을 자신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야 하는지를 알기 쉽게 풀어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쉽게 쓰였다는 점이다. 철학 책은 듣기만 해도 무거운 느낌이 난다. 철학의 내용 자체가 어렵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면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철학을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힌다. 철학을 입문하는 사람에게 매우 적법한 책이 아닌가 싶다.
만약 현실에서 모든 욕망을 순조롭게 다 채우고 항상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면, 셰익스피어나 괴테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플라톤은 철학을 탐구하지 않았을 것이며, 칸트 또한 <순수이성비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사상의 세계에서 만족을 얻으려 하는 것은 현실 속에서 절망과 고통을 맛본 뒤의 일이다.
<물러서지 않는 마음>,p48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 의지의 무한함과 충족의 불완전성에서 나오는 괴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흔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욕망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끌리는 게 욕망이다. 이런 욕구는 우리가 생존에 유리한 본능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면 쉽다. 과거에는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가질수록 생존하고 번식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유리했을지 몰라도 현재는 오히려 인간을 파국으로 이끄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내가 산 차보다 더 좋은 차를 사고 싶고, 더 근사한 집에서 살고 싶으며, 100점을 맞아도 다음 시험에도 100점을 맞고 싶어 하는 모습. 이를 위해 인간은 쉼 없이 노력해야 하며, 심지어는 자신의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는 선택을 함으로써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통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쇼펜하우어는 욕망에 대한 황홀감을 느끼는 것과 욕망을 포기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명언을 들면서 고통 후에 느낄 수 있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설명한다. 노력하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지만 이를 통해서 인간이 성장하고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음에 초점을 두었다. 결국 인간은 고통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고통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어느 것이든 과하면 독이 된다. 고통의 정도를 조절하면서 성장하는데 밑거름으로 사용한다면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결과물이나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인생은 모두 선택의 결과물이다. 어떤 공부를 할지,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운동을 할지, 어떤 배우자를 선택할지 모두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고, 그 결과물은 오로지 자신의 책임이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인생의 방향성과 삶의 질이 달라지기에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는 모든 사람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철학은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기준을 제시하고, 스스로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찾게 해준다. 삶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기에 누가 정답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일반화시킬 수 없다. 각자의 정답이 있고, 이 정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자신의 '철학'을 탐색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선택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적법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 철학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고대 철학자들의 조언들은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말이 많지만 그들에게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 <물러서지 않는 마음>을 통해서 26명의 명사들과 만나보고, 자신만의 철학을 구상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