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까?
한창 수능 공부에 열중을 가하고 있을 때였다. 좀처럼 국어 점수가 오르지 않아 낙담했다. 나름대로 꾸준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아서 속이 타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부를 잘하는 친구에게 가서 국어를 잘 할 수 있는 비법에 대해서 물어봤다. 하지만 그 녀석의 답변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본인은 국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그냥 읽으면 답이 보인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벙쪄있던 것 같다.
나에게 책이란 라면 받침대 혹은 컵라면 뚜껑을 덮어놓는 용도였다. 한 번은 두꺼운 책을 컵라면에 올려놓았다가 그 책을 빼는 과정에서 컵라면이 옆으로 넘어져 라면이 탁자 위에 모두 쏟아졌었다. 원래도 책을 안 좋아했지만 그 경험 때문에 더 책과 멀어진 것 같다. 내 소중한 육개장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책 따위가 내 먹는 즐거움을 빼앗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책에 대한 인식이 이런 나에게 그 친구의 답변은 오묘한 감정을 들게 했다. "그래도 책 따위를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친구한테 책 추천을 받았다. 그런데 어떤 장르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장르? 그냥 책은 다 같은 책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는 아무거나 다 좋아"라는 무지성 오케이를 외치며 책 추천을 받았다. 그때 추천받았던 책이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였다. <고구려>는 김진명 작가를 대표하는 소설책으로, 고구려의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장편 소설이다. 한 번 읽고 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책으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안성맞춤이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싸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예언>, <카지노> 등 김진명 작가의 책을 읽게 됐고, 다른 소설책으로 확장해나갔다. 김진명 작가는 내 독서 활동에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 <고구려>라는 책을 읽으면서 책이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구나를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진명 작가에게 큰 감사를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김진명 작가의 에세이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라는 책이었다. 소설만 집필하는 작가여서 에세이 신간이 나왔다는 정보를 접할 때 굉장히 놀랐다. 그리고 그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저자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고구려>에 대한 내용이 나올까?, 책 제목이 심상치 않은데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넘쳐나는 호기심에 이미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의 삶에는 여러 길이 있고 어떤 길에도 다 의미가 있다. 하지만 독서와 사색을 할 시기를 놓치고 난 인생은 어떤 성공을 거둔다 해도 아쉽기만 하다.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p49
저자는 독서가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독서는 사색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이는 세상의 여러 분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것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자신의 뇌 데이터베이스와 의식과 결합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즉, 세상에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 익히고,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또 강조한 내용은 독서에는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어릴수록 매우 좋다고 한다. 어릴 때의 풍부한 독서는 문리를 트이게 하는데 이 문리가 트여야만 비로소 복합적인 사고 능력이 가능해지며, 진리 규명이라는 인간 최고 목표를 실현할 능력을 가지게 한다고 한다. 수능 공부에서도 책을 많이 읽었던 친구가 따로 국어 공부를 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도 복합적인 사고가 쉽게 가능해서 문제의 답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지만 독서의 시기의 측면에서는 생각이 다르다. 나는 시기가 늦었다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같은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 중에 40세가 넘어서 독서를 시작하신 분이 계셨다. 처음에는 매우 곤혹스러우셨다고 했다. 책이 잘 안 읽히고, 재미도 없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으셨고, 꾸준히 독서를 하셨다.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심리에 관련된 서적도 읽고, 운동도 하시고, 인스타에는 긍정 확언을 매일 올리시면서 본인의 문제를 극복해나갔다. 현재는 운동 능력이 좋아지셔서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하고 있고, 심리 관련 분야에 석사 학위를 공부하고 계신다.
이 분을 볼 때마다 큰 귀감이 된다.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배우고자 하는 의지는 20대인 나도 넘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과연 내가 40대 50대가 되어서도 저분처럼 계속 성장하려고, 공부하려고 노력할지 의문이다. 그리고 독서모임을 줌으로 참여할 때가 많은데, 가끔 발언을 하시다가 아이들 밥을 차려줘야 한다며 사라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엄마로서 책임도 다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저자의 말대로 독서를 어린 나이에 시작하면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독서는 한 인간에게 있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독서모임에 적극적이신 그분처럼.
가장 큰 문제점은 이 교육의 내용이 학생의 편이 아니라 정부의 편에서 기획되고 시행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각자의 적성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기 힘들고 오히려 적성을 망치기 일쑤이다. 음악이나 언어 등에 재능이 있는 학생이 꼭 수학을 잘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매일 수학을 가르치고 꼬박꼬박 수학 시험을 쳐 기어이 성적 불량 학생이나 낙오자로 만들어 버린다.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p71
저자는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에 대해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대 국가에서 누구나 학교에 가고, 이 학교 교육은 각 개인의 삶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근데 우리나라 교육 방식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 재능과 상관없는 공부를 해야 하고, 끊임없이 경쟁을 하다 보니 학생들 간에 경쟁구도를 만들게 되며,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만 상을 주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벌을 주는 프레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이런 일이 무려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반복해서 일어난다. 이 과정이 한 사람에게 있어 인격이나 인품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걱정과 근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나도 저자의 주장에 대해 공감한다. 내가 학교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일단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학을 가야 했다.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모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니까 나도 가야 했다. 대학에 가지 않은 학생들은 선생님과 대학을 가는 학생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왠지 모르게 인생 낙오자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했던 친구 중 한 명은 게임을 너무 잘해서 그때 고등학생이었음에도 게임 BJ로 돈을 벌고 있었다. 나는 25살이 돼서야 비로소 돈을 받고 일을 시작했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현재 중학교에서는 1학년에는 중간고사를 보지 않고, 다양한 직업에 대해서 탐구한다고 들은 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애초에 우리나라 교육방침은 대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학을 위한 교육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유아기 혹은 청소년 시절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부모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부모라면 교육과 양육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고민도 많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력한 만큼 아이들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나는 무조건 남을 위해 사는 것이다. (중략) 남을 위해 무언가를 했을 때 가장 큰 기쁨과 의미가 오게끔 유전자 자체가 배열된 것이다.
또 하나는 내면의 세계를 가지는 것이다. (중략) 외면보다는 내면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현실을 보면 후자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훨씬 많이 행복을 느끼는 걸로 보인다.
마지막 방법은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그게 취미이든 행위이든 믿음이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걸 찾아내 그것을 평생 간직하고 실행하며 이 거친 세상을 천국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행복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인간은 각자 고유의 삶을 살아간다. 70억 인구가 존재한다면 70억 개의 삶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가치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지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 삶을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3가지를 설명했지만 결국 그 방법들은 모두 행복과 직결된다.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누구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행복일 수 있고, 누군가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행복일 수 있으며, 누군가는 양서를 읽는 것이 행복일 수 있다. 저자의 말대로 누군가를 도와주고, 내면의 세계를 가지면서, 자신의 파라다이스를 구축하고 있다면 그것도 행복한 삶의 한 형태라고 설명하고 싶다. 다만 여러 책이나 경험을 비추어봤을 때, 저자가 언급한 3가지 방법은 행복에 다가갈 수 있고, 널리 알려져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김진명 작가를 좋아한다. 내 독서 활동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그의 책들을 대부분 읽었다는 점에서 그의 배경지식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오늘 번개 독서모임에 다녀왔었는데 한 분이 <난중일기>를 가져오셨다. 나는 이순신의 광팬이다. 그래서 <난중일기>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표했고,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까지 외우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책을 가져오신 분께서는 별다른 영감을 얻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래서 어떤 책을 읽는 과정 속에서 배경지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마도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김진명 작가에 대해서 알지 못해도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명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거나, 인생에 대해서 고민이 많은 분들, 에세이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재밌고 유익한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제로콜라 한 잔 마시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