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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하는 스노우 Dec 24. 2022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있는 그대로를 사랑합니다


최근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어떤 서평을 읽고 나서 크게 공감했던 적이 있었다. 그 서평에는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됐을 때,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존재한다면 그 사람이 나에게 있어서 좋은 관계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 서평이 더 공감이 갔던 것은 서평을 읽기 전에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BAD>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크리스토퍼가 래퍼 이영지와의 대화를 나눴다. 크리스토퍼는 왜 이영지에게 남자친구가 없는지 물었다. 이영지는 자신의 활발하고 시끄러운 성격이 남자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유로 남자친구가 없음을 설명했다. 이에 크리스토퍼는 이영지에게 스스로를 바꾸지 말고 그런 이영지를 품어줄 수 있는 멋진 남자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연인을 찾으라고 했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사랑하는 사람의 단점은 다른 사람의 단점보다 유독 크게 느껴지고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상대방과 다투면서 알아서 고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 사람의 단점으로 인해 매번 다툴 때마다 힘겹고 지치기 마련이다. 그나저나 현실에서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기는 한 것일까?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를 읽으면서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을 발견하게 됐다. 이 책은 프랑스의 유명한 브랜드의 창시자 (우리에겐 '입생로랑'으로 잘 알려진)이브 생 로랑의 동성 배우자 피에르 베르제가 생 로랑에게 쓴 편지를 엮어서 만들었다. 읽으면서 피에르 베르제가 얼마나 이브 생 로랑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장소, 음식, 물건, 냄새 등 생 로랑을 연상케 하는 모든 것들에서 그리움을 느낀다. 그 그리움이 독자에게까지 전달되어 독자 또한 저자의 절절함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 피에르 베르제는 이브 생 로랑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브 생 로랑은 술, 담배는 물론 약물에도 의지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모든 게 불평하고 짜증 낼 구실에 불과했어. 네가 허용한 소수의 친구들도 널 힘들어할 정도였으니까"라는 구절을 보면 이브 생 로랑이 얼마나 성격 있는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구절에서 이어지는 피에르 베르제의 생각을 보면 굉장히 인상 깊다.


나는 어땠냐고? 때때로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맞아. 그러나 결국, 아주 오래전에, 나는 모든 것을 용인하고 받아들였어.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p21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 단점마저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저자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런 태도를 보면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게 됐다. 사람은 모두 장점과 단점을 지닌 존재이지만 손실회피성향과 단점에 민감하게 발달한 인간은 유독 단점과 문제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문제는 가까운 사람의 단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는 점이다. 남들보다 더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이지만 고치고 싶은 상대방의 단점 때문에 화가 나고, 지적하고픈 욕구가 솟구친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제일 많이 싸우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를 읽으면서 연인 혹은 사랑하는 이에게 갖추어야 할 태도를 익히기도 했고, 누군가를 절절하게 사랑하고 있음을 느껴 황홀감을 느끼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주면 어떨까라는 행복한 상상을 해봤는데 날아갈 듯이 기뻤다. 그런 의미에서 생 로랑은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 아닌가 싶다. 



처음 책에 대한 이미지는 그저 그랬다. 생각보다 책의 양이 적고, 책의 겉표지 또한 일반 서적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느낀점도 굉장히 많고, 저자인 피에르 베르제와 연인 이브 생 로랑에 대해서 더 찾아보게 됐다. 책을 읽고 저자와 저자의 배우자에 대해서 이렇게 찾아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최근에 누군가 책 추천을 하게 될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를 말했었는데, 이제는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를 추천하고 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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