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도하고 촬영도하고 편집도하고 디자인도하고 모션그래픽도하는 영상피디가 알려주는 광고 영상제작의 모든 것>
25. 장비 렌탈에 관한 두서없는 이야기(2)
(*24장과 연결되는 글입니다*)
팀장님의 퇴사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그만두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날짜는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대뜸 '나 오늘 마지막 날이야'라고 선포했다. 앞길이 막막했다. 촬영 쪽에선 홀로서기엔 경력이 미비했기에 그 많은 촬영을 나 혼자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고민 정도가 아니라 정말 앞이 깜깜했다. 새로운 팀장이 뽑히기 전까지 혼자 어떻게 하든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장 큰 걱정은 정기적으로 있는 직부감 레시피 촬영이었다. 그 많은 장비를 렌탈해야 하는데 차도 없고 면허도 없고 도와줄 팀원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다마스를 부르기로 했다.
<노루의 계획>
1. 다마스를 진렌탈로 부른다.
2. 나는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진렌탈로 간다.
3. 장비 대여를 마칠 때쯤 다마스가 온다.
4. 다마스에 장비를 싣고 아저씨한테 자리 한켠만 내달라고 사정해서 조수석에 탄다.
5. 같이 회사에 도착해서 장비를 내려주시면 친한 직원을 호출한다.
6. 장비를 스튜디오에 넣고 설치하고 촬영을 무사히 마친다.
7. 촬영이 끝나면 다마스를 다시 호출한다.
8. 장비 정리를 마칠 때쯤 다마스가 온다.
9. 친한직원에게 부탁해 같이 다마스에 장비를 싣고 아저씨한테 자리 한켠만 내달라고 사정해서 조수석에 탄다.
10. 렌탈샵에 도착해서 장비를 내리고 정산을 한다.
11. 장비 확인이 끝나면 녹초가 되어 퇴근한다.
새로운 팀장이 뽑히기 전까지 이 생활을 2-3개월 정도 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거대한 장비들을 엘리베이터로 싣고 사무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는데 회사 대표가 그 앞에 서있었다. 나는 대표님이 서 계시니까 장비를 빨리 내려야 된다는 생각에 급하게 장비를 엘리베이터에서 끌어내렸다. 그때 대표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힘겹게 장비를 끌어내리는 직원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몹시 심기 불편한 얼굴로 위아래로 훑어보며 재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그 몸짓과 표정을..! 그분에게 내가 굉장히 하찮은 존재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이 책임감은 많아가지고 뭐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모르겠다. 진렌탈 직원분은 내가 혼자 가기 시작한 이후로 자주 위로의 말을 건네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