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루 Jan 03. 2021

광고 영상 제작의 모든 것

27. 장비 렌탈에 관한 두서없는 이야기(3)

<기획도하고 촬영도하고 편집도하고 디자인도하고 모션그래픽도하는 영상피디가 알려주는 광고 영상제작의 모든 것>


27. 장비 렌탈에 관한 두서없는 이야기(3)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었다. 회사에서 1년 동안 사용하던 젬볼말고 다른 조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후 늘 그렇듯 혼자 렌 샵에서 장비를 대여해 택시로 오고 갔다. 그때 빌린 장비가

 

'CoolCam LED1260 + Battery Set' (2대)


였다. 아마 처음 보는 사람은 놀랄 것이다. 장비가 굉장히 크고 무거우며 A스탠드까지 손이 모자라다. 다행히 A스탠드는 회사에서 쓰던 것이 있어서 LED조명만 빌려갔는데, 택시만 타면 아저씨들이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보시곤 했다.


장비는 12시간 기준이라 아침 9시에 대여해 저녁 9시에는 장비를 갖다 줘야 했는데 촬영이 끝나갈 무렵 눈이 오기 시작했다. 아뿔싸. 살짝 예감은 했지만 역시나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처음엔 남자 친구한테 데리러 올 수 있냐고 물어봤다가 택시가 잡혀서 오지 말라고 했다가 잡힌 택시가 취소되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눈은 점점 많이 내리고 양 손엔 무거운 장비가 2개 들려있고 시간은 다가오고.. 회사에서 역까지 걸어서 약 15분 걸리는 거리였는데, 잠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이걸 들고 걸어갈 수 있을까, 가다가 자빠지면 머리 깨질 텐데.. 등등


결국, 시간 상 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두 손에 장비를 들고 발을 내딛다가, 진짜 아찔하게도 뒤로 넘어질 뻔했다. 심장이 쿵-했다. 중심이 무너졌으면 아마 넘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걸어갔다. 15분이면 걸리는 거리는 조심조심 내딛다 보니 거의 30-40분 만에 2호선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나도 그렇지만 이상하게 손에 카메라나 장비를 들고 있으면 사람들이 무슨 촬영인가.. 하고 쳐다본다. 그때는 무슨 촬영인가.. 가 아니라 그냥 나를 불쌍하게 본 것 같다. 다행히 반납 시간에 맞춰 장비를 갖다 줄 수 있었고..


다음 날 나는 몸살이 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