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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Feb 05. 2021

광고 영상 제작의 모든 것

50. 영상 30% 영업 70%

<기획도하고 촬영도하고 편집도하고 디자인도하고 모션그래픽도하는 영상피디가 알려주는 광고 영상제작의 모든 것>


50. 영상 30% 영업 70%


친구의 추천으로 한 중소업체에 입사하게 됐다. 내가 맡은 롤은 그 회사에서 나오는 제품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홍보하는 일이었다. 면접부터 일전에 다녔던 회사의 안 좋은 기운이 느껴졌지만 한사코 거기와는 다르다는 친구의 말을 믿고 이직을 하게 됐다.


일은 빡셌지만 마케팅을 담당하는 내 친구와 같은 팀으로 일하게 됐고 함께 입사한 동기도 있었기 때문에 나름 재미있게 지내던 터였다. 또 내가 좋아하는 요리 촬영에 단독으로 먹방 기획, 촬영, 편집까지 맡아서 해보지 않았던 분야를 하게 됐다는 재미도 있었다. 곳곳에 존재하는 빌런들 때문에 생각지 못한 감정 소모가 많아 불편한 점을 제외하면 괜찮았다. 하지만 그 재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회사에서 주력으로 밀고 있는 상품의 판매가 저조하면서 신상품마저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윗분들의 회의가 잦아졌고 회사엔 흉흉하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당시 회사 인원은 15명 이하였다.)


어느 날, 회의실에서 부사장과 얘기를 나누고 온 친구의 얼굴이 욹으락붉으락했다.


"노루, 너 들어오래. 우리 보고.. 영업을 하라는데?"

"...???"


회의실에 들어가니 부사장은 멋쩍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요지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니 다 같이 도와야 해서 영상업무를 줄이고 영업을 맡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그것도 영상 쪽 영업이 아닌 제품 영업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건.. 영상 30%, 영업 70%이야"


퍼센티지를 보니 눈 앞이 깜깜해졌다. 영업이라니. 시간이 지나서 회사가 회복되고 나면 다시 영상업무를 맡을 수 있을 거라는 되지도 않는 말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그 상황에선 나의 입장을 정리하기가 어려워서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하고 방을 나왔다. 

입사한 지 겨우 3개월이 되던 시점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어 기쁜 마음에 입사한 회사는 지금 나의 롤이 필요하지 않았다. 속상했고 슬펐다. 


며칠 뒤 부사장 그리고 나와 친구는 다시 회의실에 모였다.


"나는 정말 너희의 행동이 너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해. 회사가 하라고 하면 해야지. 무슨 태도가 그래. 옛날에는 말이야.."

"저희는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전혀 다른 업무를 지시하신 회사나 부사장님이 더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만약 영상 쪽 영업을 더 해오라거나 영상이 주를 이루되 영업을 약간 서포트하는 정도면 고려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일방적인 회사의 태도에 더 기분이 상했던 것 같다. 


고작 3개월. 회사에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전달하고 마지막으로 대표님과 면담을 하게 됐다.


"그래요. 내가 노루 대리 참 괜찮게 봤는데 말이야. 근데 회사라는 게 어느 시점에 어떤 직무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 있는데 지금은..어..영상이 필요할 때가 아니었나봐요. 미안하게 생각해요"


고작 3개월. 길고 긴 후유증을 남긴 곳.

훠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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