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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Oct 03. 2021

기업에서 퍼스널 브랜드 찾기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김키미

 INFP 유형의 사람으로서, 수직적인 구조와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일하기보다, 독립적인 환경에서 내가 만든 창작물로 수익을 내고 싶었다. 이를 절실히 깨닫고 나자, 충분히 방황할 에너지를 갖기 위해 1년 6개월 정도의 여유자금을 만들어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어느덧 백수 두 달 차가 되자, 글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창작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시작하기에 앞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해야 쉽게 지치지 않고 꾸준히 업로드할 수 있다. 또한 주제에 일관성이 있어야 관심 분야가 비슷한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다. 평소 자기 객관화가 습관화되어 있어서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두루뭉술한 부분이 곳곳에 드러났다. '퍼스널 브랜딩'에 뒤늦게나마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행히 운 좋게 구세주가 등장했다. 바로 퍼스널 브랜딩계의 입문서인 동시에 바이블인, 김키미 작가의 <오나브>였다.


 김키미 작가는 이곳 브런치의 브랜드 마케터로, 현재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을 출간한 이유를 몇 가지 언급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하기로 한다.

내가 지금 안정적인 회사에 있는 게 정말 궁극적인 진짜 안정이 맞나?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고, 그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어요.

 

 내가 퇴사를 고민할 때 가장 많이 고려했던 부분이다. 상사들의 모습에 내 미래를 비추어봤을 때, 그분들은 정작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계셨는지 몰라도 나는 아니었다. 사회초년생의 평균임금보다 높은 급여를 받아도, 야근 없는 정시 퇴근이어도 그것이 삶의 복지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말에 공감을 가지는 동시에, 엄청나게 부러웠다. 나처럼 일을 그만두지 않았음에도 깊은 통찰력으로 퍼스널 브랜딩 책을 출간한 그녀가 대단하면서도 스스로가 조금 부끄러웠다.


 그녀는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를 친절히 알려준다. 우리는 브랜딩 하면 흔히 마케팅을 떠올린다. 두 단어에 연관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케팅은 브랜딩의 하위 개념에 속하며 수입 창출 목적에 가깝다면, 브랜딩의 목적은 자신의 가치 창출에 있다. 그러니 퍼스널 브랜딩은 꼭 많은 이들에게 보여줄 필요 없이, 나 혼자서만 품고 있어도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브랜딩과 마케팅을 동시에 하면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작가는 한 기업의 브랜드 마케터답게 스무 곳의 기업 브랜드 전략 소개를 중심으로 독자들이 '퍼스널 브랜딩'에 한층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기업이 배울 점이 있었지만, 고르고 골라 가장 영감을 받았던 두 곳을 소개하기로 한다.


 첫 번째 기업은 넷플릭스의 대항마, 한국의 OTT(Over The Top) 서비스인 '왓챠'이다. 하지만 불과 약 5년 전까지만 해도 왓챠는 본래 영화 추천 서비스였다. 왓챠 유저들이 자신이 본 영화에 별점을 매기면 그 정보를 토대로 각자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2016년 1월, 기업 왓챠는 넷플릭스에 이어 '왓챠플레이'라는 새로운 OTT 플랫폼을 추가로 출시하게 된다. 서브 브랜드는 금세 모 브랜드의 인기를 넘어섰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국내 유저들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왓챠의 나비효과 덕분에 왓챠플레이가 인기 있는 콘텐츠 위주로 공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사람들이 왓챠플레이 플랫폼에 익숙해지자 왓챠를 알지 못하는 유저들은 왓챠플레이를 왓챠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에 왓챠 기업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왓챠플레이를 왓챠로, 왓챠를 왓챠피디아로 바꾸며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 교훈을 얻었는데, 하나는 한 가지 브랜드를 꾸준히 시도하다 보면 새로운 퍼스널 브랜드를 시도할 때 굉장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사실 백수가 되고 고정 수익이 없다 보니 실패를 최소화하려는 강박이 심해졌었다. 결국 손익을 따지며 프리랜서의 다양한 길을 알아보기만 하고 시작을 망설였는데, 그럴수록 결과물은 없고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또한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해 콘텐츠를 완성해놓고 미숙하다는 생각에 업로드하는 걸 망설였다. 하지만 고민 끝에 '에라 모르겠다'하고 올렸더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다음 스텝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왓챠 기업의 브랜드 전략은 이 믿음을 더욱 견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는 브랜드명은 간단명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왓챠가 브랜드명을 바꾸는 과정은 현재 나의 부캐 이름이 의미는 좋으나 남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가지도록 했다. 여러 인플루언서 이름이나 유명 아이돌 그룹명을 보더라도 부르기 쉬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두 번째 소개할 기업은 1년 전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유한락스'이다. 한 초등학생이 락스, 퐁퐁, 세탁 세제, 과탄산나트륨을 물에 희석해 식물에 주었더니 예상했던 결과와 달라 유한락스 홈페이지의 묻고 답하기란에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유한락스 직원들은 '유한크로락스 연구소'에서 직접 실험을 한 후 학생의 질문에 장문의 답을 남겼다. 답변은 신뢰성이 갈 뿐 아니라 배려심 깊고 친절했다. 어린 학생의 실험이라 생각하지 않고 연구자로서 대하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 결과 평소엔 게시물 한 개당 50회도 안 나오는 조회수가 약 32만 회(2021. 10. 2 기준, 나도 조회수 올리기에 동참했다)에 이르렀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게시물뿐 아니라 아래에 달린 모든 댓글에도 따뜻한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모든 게시물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브랜드의 입지를 굳히는 방법은 막대한 돈을 들여 가며 광고하기보다, 이용자들에게 보여주는 '진정성'에 있다. 소비자들도 잘 들어가지 않는 홈페이지에 한결같이 성실히 답변하는 모습은 유한락스의 진심을 더욱 부각했다. 또한 락스의 특성상 유한락스가 건강에 유해한 독성 물질이라는 오해를 푸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성공하는 브랜딩의 핵심은 해당 기업의 리더가 건강한 철학을 가지고, 이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함에 있다. 퍼스널 브랜딩에 대입시키면 나는 좋은 인성과 건강한 목적을 지닌 가치관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유한양행 창립자 유일한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하여야 한다.


 기업의 브랜드 전략이 개인의 브랜딩에 도움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퍼스널 브랜딩' 또한 '1인 기업'이란 브랜드를 꾸준히 피력해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 내가 낸 아이디어에 내가 결재를 해야 하는 것의 차이일 뿐.


 인터뷰 출처: 유튜브 요즘 것들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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