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업로드했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토익을 졸업하고 다시 꿈을 위해 준비할 때 엄청난 우울감과 무기력한 증상이 나타났다. 그 뒤로 내내 생각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이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간 퇴사-이직의 굴레를 반복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그 원인을 찾게 되었다(안타깝게도 지금 소개할 책은 아니다). 중고서점 자기 계발 코너에서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별생각 없이 펼친 부분엔 대충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무언갈 시작할 땐 아주 작은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그게 독서라면, 첫 목표는 '책을 몇 시간 읽기'가 아닌 '책 표지 펼치기'가 되어야 한다."
막혀 있던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시작할 에너지가 부족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넘쳐서 문제였다. 남들처럼 신년 계획을 무겁게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엄청난 부담감에 시작을 두려워했던 게 주된 이유였다. 나는 덜 하고 싶은 것을 위주로 하나씩 지우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독서와 리뷰로 사람들에게 책 추천하기'라는 한 줄 목표가 생겼고, 나는 올 한 해 백수 기간을 '갭 이어'로 설정해 두고 300권의 책을 읽은 후 최소 100편의 리뷰를 쓰기로 했다. 자연스레 하고자 하는 의지가 되살아났다.
하지만 예전의 직장생활처럼 무작위로, 읽고 싶은 분야만 읽을 순 없었다. 목표로 도출된 나의 현재 가치관은 '다수가 독서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에게 보다 알맞은 책을 추천하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해야 함은 자명했다. 그래서 올 해는 양과 질 모두를 충족한 독서를 위해 첫 책으로 독서법에 대한 자기 계발서를 선택했다. 다행히 제목부터 끌렸던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는 내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수백 권을 읽었는데 읽을 당시의 즐거움을 제외하면, 인생에서 남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이 사실을 5년 동안 준비했던 행정고시를 그만두고, 차선책으로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직장 생활 10년 차에 깨달았다. '무작정 책을 읽는다고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니구나'라고. 그는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인디라이터'라는 책을 읽으며 본격적으로 독서를 '소비'가 아닌 '투자'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직장생활 동안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 현실도피를 목적으로 무작정 읽은 적이 많아 뜨끔했다. 2년 간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 완독한 책은 모두 107권에 달했다. 어휘력은 늘었지만 누군가 직장생활이나 인생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곤란했다. 작가는 효율적인 독서 방법을 위해선 우선 '현재의 문제를 외면한 채 단순히 위로를 목적으로 하는 책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춘 불편한 책을 골라야 한다'라고 말한다. 나는 정반대의 독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힘들 때마다 감성을 자극하는 에세이만 찾는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골랐다면 이제 읽기 시작하면 되는데, 그는 읽으면서 책을 더럽게 사용하기를 권유한다. 오히려 책을 빌리는 것보다 사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저자는 감명받는 문장뿐 아니라 훗날 필요할 만한 정보성의 글을 모두 표시하거나 해당 페이지의 모서리 부분을 큼직하게 접어 둔다. 심지어는 필요한 페이지를 찢어 모아 새로운 나만의 책을 탄생시키도 한다. 이외에도 목표 관여도가 높다고 생각되는 책들은 표시한 부분의 사진을 찍어 메모장에 업로드 후 간단하게 키워드를 적어둔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질적인 독서에 성공했다면, 이젠 양적으로도 승부해 보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 단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 더 무섭다'라는 말이 있듯, 유익한 책을 아무리 꼼꼼히 읽고 모두 습득하더라도 그게 한 권이거나 소수라면, 특정 분야에서 편파적이고 좁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작가는 직장인임에도 1년 365일 간 356권을 읽을 만큼 다독가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답은 '부분 독서'에 있다. '부분 독서'는 말 그대로 정독이 아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는 것인데, 이는 스토리 위주인 소설 등의 분야보단 정보성에 가까운 책에 적합하다. 예를 들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의 첫 번째 책을 다 읽고 나면, 비슷한 범주의 책을 고른 후 이전 책에서 배웠던 부분을 제외한 것들만 읽어나가는 식이다. 하루의 3분의 2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에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독서가 좋다는 건 알지만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따끔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시작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고, '표저머맺-목다본다'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통해 책 한 권을 가장 빠르게 파악하며 읽는 방법을 안내한다. 이 중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챕터는 '귀가 후 3분이 독서 습관을 결정한다'이다. 궁금하시다면 203페이지를 펼쳐보시기 바란다.
제목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은 책을 정말 싫어해 흥미를 가지는 게 우선인 독서 입문자보다, 독서 경력은 좀 있지만 제대로 읽고 싶어 하거나 한정적인 시간 내에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독서를 원하는 분들께 더 적합한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전자의 분들은 오히려 유익함보단 재미 위주의 책을, 온라인이 아닌 서점에서 직접 골라볼 것을 추천한다.
이 책 덕분에 나는 매일 더 많은 시간을 독서에 투자할 수 있었다. 식사 시간엔 휴대폰 대신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지하철이나 기차를 이용할 땐 전보다 자주 독서를 즐기고 있다. 사회적인 틀에 맞추어 사는 것이 오히려 불안정해진 요즘, 제대로 된 독서는 성공을 위한 가장 가성비 좋은 수단이다.
p. 33
독서는 시작만 하면 1년 안에 승부가 난다. 인생을 선한 방향으로 바꾸려면 최소한의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길 바란다. 내가 그랬다. 끔찍한 실패의 연속으로 삶에 대한 물음표가 감당할 수 없이 커졌을 때,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고 시작한 독서가 딱 1년 만에 결실을 거뒀다. '길고 긴 인생에서의 오직 1년'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해 이 정도도 하지 못하면 미래를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p. 43
지금은 '혼자서도 잘해요'라고 말해야 하는 사회다. 지금은 신자유주의 시대,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이제 네가 알아서 잘 살아보렴!'이라고 말하는 시대다.
p. 50
"독서는 다만 지식의 재료를 줄 뿐이다.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p. 150
'같은 주제의 다른 책 읽기'는 중요하다. 책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나는 늘 강조한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다른 책에 이를 수 있도록 독서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날마다 지식을 채워야 함을 알게 된다면 다른 책에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끌림은 자연스럽게 어느 한 권의 책에서 다른 책으로 확장되면서 강화되며 바로 이때가 독서의 본격적 상승기류를 타는 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