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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Jan 11. 2022

어설픈 능력이 재능이 되는 시대

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윤상훈

내가 이제껏 읽어왔던 수많은 자기 계발서 중에서, 이 책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뉴스에서 한 번쯤 'N잡러',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 하나의 직장을 통해서만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났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정보를 습득할 뿐 아니라 직접 정보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유튜브'다. 이것만큼 시간 때우기 좋고, 모르는 것을 짧은 시간 안에 쉽게 배울 수 있는 영상 플랫폼도 드물다. 또한 시청자들 중 일부는 이러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월급 이외의 소득을 얻는다. 그들이 그 분야에 전문가라서, 능력이 뛰어나거나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 돈을 벌 수 있었던 걸까?


지금은 재능의 수준, 재능의 탁월함이 결과를 독점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지방대 경영학과를 졸업 후 사무직에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퇴근 후엔 본업과 전혀 관련 없는 설치 미술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장'을 주제로 한 그의 전시는 국내 언론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목을 끌게 되면서,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미술과는 동떨어진 본업, 특별할 것 없는 재능으로 어떻게 '직티스트(직장인+아티스트)'가 되었는지의 과정을 보여주며 위의 한 문장을 설명한다.


대학교 3학년, 우연히 부산비엔날레 전시회를 관람한 작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예술 작품은 마냥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곳에선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책이나 바가지 같은 물품도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뛰어난 재능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작가는 설치 미술 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의 안정적인 직장에 자리를 잡은 후, 여가 시간에 미술 전시를 관람하거나 예술 관련 콘텐츠의 책과 유튜브를 보며 꾸준히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얼마 후 그는 설치 미술 전시뿐 아니라 책도 집필한 작가가 되었다.


그는 '전문화'가 아닌 '최초화'에 중점을 두라고 말한다. 이 분야에서 남들보다 얼마나 잘하는지를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나의 애매한 재능을 대중들에게 쉽고 독특한 방식으로 다가갈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애매한 재능이란 무엇일까. 책에선 아래의 3가지 기준 중 두 개 이상이 포함되면 애매한 재능에 해당된다고 한다.

1.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잘 아는 것
2. 작지만 흥미를 느끼는 것
3. 좋아하거나 잘하는 걸 떠나 먼저 경험한 적 있는 것

혹여 세 가지 모두 포함되지 않더라고 걱정할 필요 없다. 작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과거 데이터를 이용해 애매한 재능을 찾는 방법을 친절히 소개한다.


'애매한 재능'을 찾았다면, 이제 '최초화'에 집중할 차례다. 방법은 간단하다. 수집한 데이터에서 서로 반대되는 재능끼리 묶으면 된다. 언뜻 적용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책에서 몇 가지 사례를 언급해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끼리 연결시켜 개성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어쩌면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작가 본인인 듯하다. 직장인과 설치 미술을 합쳐 새로운 직업, 직티스트를 만들었으니까.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애매한 재능으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할지 계획을 세워 두었던 내겐 후반부 챕터인 '애매한 재능 증폭의 기술'이 가장 유익했다. 여기엔 흔히 알고 있는 유튜브, 클래스 101, 블로그뿐 아니라 정말 다양한 플랫폼들을 유형별로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그냥 골라서 떠먹기만 하면 되는 정보였다. 나의 어설픈 재능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내 선택에 더는 의구심을 품지 않게 되었고 더 넓은 시야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작가는 애매한 재능을 꾸준히 실천하는 꿀팁들을 쏟아내며 불안정한 미래를 기회로 삼도록 돕는다.


혹자는 '애매한 재능을 써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 아냐?'라고 질문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이 브런치를 보면 알 수 있다. 20, 30대만 영상을 촬영하고 글을 쓰고 있을까? 부장님이 업무 노하우를 알려주고 평범한 가정주부가 육아 꿀팁이나 가전제품을 소개하며 돈을 버는 세상이다. 심지어 해당 플랫폼에서 그 플랫폼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수익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여러분이 못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가가 중급자, 초보자, 왕초보자 모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흐름에서, 전문가가 중급자에게, 중급자가 초보자에게, 초보자가 왕초보자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체계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의 창궐로 관련 사례들이 자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비대면 수업으로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 활기를 띠고 여가를 주로 집에서 보내면서 영상 플랫폼 접속 시간이 길어지니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루빨리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싶다면, '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이 당신의 든든한 구명조끼가 되어줄 것이다. 잠길 일 없이 좋아하는 일,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순간을 마주할 것이다.




p. 55

우리는 지난 교육 방식 속에서 자신의 주체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과 논리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에 자신의 생각을 가지지 않는 행위와 결과가 당연한 원리처럼 흘러가버렸다. 그것이 앞서 가기 위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다름'에 대한 두려움을 낳았다. 사회 가치 기준과 자신을 동일화함으로써 답습에 젖어버리고, 멈추어 사색하는 시간을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p. 83

우리는 애매한 재능을 숨기기보다 어떻게 편집하고 연결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p. 140-141

결국 무슨 일이든 힘을 빼고 대충 하려면 작게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오래 하려면 최대한 줄여서 출발해야 한다. 규모를 작게 한다고 해서 얻는 결과도 작아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야구공을 맞춰 1미터를 보내기 위해 힘을 빼고 휘두른 스윙은 사실 100미터를 날리기 위한 과정에 더 가까워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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