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세상에 드러내는 힘, 문해력

문해력 공부-김종원

책을 덮고 동시에 두 가지 감정이 밀려왔다. 오랜 연구 끝에,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알아내고 이를 유려한 문체로 표현한 작가에 대한 경탄과 이러한 그의 열정이 오히려 내겐 부담이 되었는지 책 속의 방대한 정보를 모두 흡수하기도 전에 드는 피로감. 솔직히 내겐 조금 버거운 책이었다. 그럼에도 리뷰를 올리는 이유는 나와 맞지 않는 책을 소개하는 것 또한 좋은 책 리뷰라고 생각했고, 개인적인 견해를 제외하고 내용만 봤을 때 이 책을 원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읽어보실 분들은 이전에 소개했던 '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과 전체적인 결이 비슷하니 함께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반대로 세세한 부분은 다른 경우가 많아서 둘을 비교해서 읽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이 될 것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다수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유희열, 차태현과 여러 스타 강사들이 출연해 한국 교육을 주제로 토크를 진행하고 있었다. MC 유희열은 강사들에게 '학생들이 계속해서 공부가 필요한 과목이 무엇이냐'라고 묻자, 그들 중 절반이 '국어'라고 답했다.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으로 수능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는 이야기였다.

문해력은 Literacy 즉, 읽고 쓰는 능력을 말한다. 실제로 요즘의 일부 10대 학생들은 '글피', '간헐적인', '사흘' 등의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이를 일일이 설명해가며 수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대신 학생들은 그들만의 유행어가 일상생활의 주를 이룬다(어쩔티비, 저쩔티비 같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인 듯하다. 유튜브의 등장으로 현대인들은 긴 드라마를 정주행 하기보다 짧은 클립 영상들을 즐겨 보고, 긴 글로 되어 있는 기사 형식의 뉴스 대신 특정 주제만 나온 짧은 뉴스 영상을 선호하고 있다. 극도의 간소화로 장문 읽기를 멀리 하게 되는 것이다. 문해력이 낮으면 중요한 수능이나 자격증 시험이 있을 때, 직장에서 보고서를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작성해야 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문해력 공부'의 저자, 김종원 작가는 혼란한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키를 잡기 위해선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과의 싸움에서 각종 무기가 될 자격증, 세상과의 전투에서 장점이 될 수많은 역량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언어 수준이다.

이제 획일화된 삶을 벗어나 '나'라는 사람을 브랜딩 하여 창의적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 시대다. 이를 위해선 스펙을 쌓기 위한 공부가 아닌, 급변하는 세상을 앞서 내다보는 통찰력을 배워야 한다. 여기서 통찰이란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여 장면의 의미를 재조직화함으로써 갑작스럽게 문제를 해결함'을 뜻한다. 장면의 의미를 재조직화하는 것. 즉 색안경에서 벗어나 나만의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위해선 언어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책에선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텍스트뿐 아니라 사물, 음악, 지적 산책을 통한 다양한 방식을 소개한다. 독서에 있어서 작가는 다독을 권하지 않는다. 그는 10년 간 단 10권의 책만 읽었다고 한다. 그전까지 읽었던 1000권의 책 보다 10권의 책이 자신에겐 더 좋은 책을 집필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그는 책 속의 모든 한 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자신만의 생각을 더했다.

저자는 사물도 그냥 바라보지 않는다. 먼저 겉에서 관찰한 후에 속에서 외양을 본다. 마지막엔 겉과 속 양쪽 모두를 바라보며 진짜 '앎'의 정의를 설명한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음악 감상의 경우, 되도록 가사가 없는 곡을 택해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섬세하게 느끼며 듣기를 권한다. 마지막 지적 산책에선 산책이 좋은 이유로 자신의 문제 해결을 꼽는다. 먼저 산책할 때 모두가 정답이라 생각하는 한 문장을 정해서 거기에 질문을 던지고 지금 보이는 풍경과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녹이며 논리를 구성하라 말한다.

'문해력 공부'에서 정말 자주 나오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질문'이다. 실제로 책에선 독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답을 찾는 것보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예전에 봤던 '대화의 희열'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출연진들은 삶의 의미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신지혜 기자가 삶의 의미를 부여하려다 보니 오히려 직장생활에 회의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묵묵히 듣고 있던 다니엘은 현명한 답변을 내놓는다. "질문의 답을 못 찾을 때 어쩌면 질문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라며,  "내 인생의 의미가 뭘까?"가 아닌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가 올바른 질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유시민 작가는 격한 동의를 표했다. 김종원 작가 또한 이를 강조하며 '해석의 깊이를 바꾸는 질문법' 챕터에서 '초코파이'와 '다이슨 진공청소기'를 예로 들며 제대로 질문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제까지 언급했던 내용 외에도 사색하는 법, 가짜가 판치는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 지적 관찰 읽기 등 다양한 문해력의 중요성과 단련법을 담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초반부를 훑어보며 '문해력은 곧 나를 아는 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문해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란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있다. 이제 읽고 쓰는 능력이 높은 사람만이 자신의 기준이 담긴 성공을 이루는 시대다.

쉬운 책은 아니라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작가가 소개한 1년에 1권 읽기를 직접 실천하려면 원래부터 책에 흥미가 많은 사람이어야 한다. 독서 입문자라면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우선 재미 위주의 책을 선택해 읽기 바란다. 하지만 평소 자기계발서적을 많이 접했다면 문해력을 높이는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으니 펼쳐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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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7

세상의 '니즈(needs)'를 찾아야 팔리는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창조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창조는 했지만 팔리지 않는 것만 만들게 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니즈 이전에 먼저 확실히 해둬야 할 게 하나 있다. 바로 '원츠(wants)', 즉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명확하게 아는 것이다.

p. 80

우리는 누군가 이미 밝혀낸 이야기를 가지고 남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기획하는 것에 익숙하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모두가 수직형 사고를 하다 보니 모두가 비슷한 기획을 하고 기존의 범위 안에서 경쟁하는 고된 일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p. 105

자신의 언어를 제어할 수 있는 자는, 타인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언어는 자기 자신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최고의 지적 무기다.

196-197

이제는 문해력이 곧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세상이다. 지금까지는 각자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만 있다면 최소한의 물질적 여유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것이 경쟁의 늪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학에 갔고 학위를 받거나 대기업에 입사했다. 경제학, 문학, 사회학, 과학, 수학, 행정학 등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제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경쟁해야 살 수 있다.

p. 202-203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더 배우려는 사람은 하수다. 고수는 현재 알고 있는 지식으로 풀리지 않는 상황을 해결한다. 지혜롭게 살고 싶다면, 많이 배우지 말고 넓게 활용하라.

p. 225

우리는 몇 분만 지나도 채 읽을 수도 없는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결국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분별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