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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Jan 02. 2022

이미 떠난 버스로 살펴보는 코로나 시대의 투자 공부

코로나 투자 전쟁-정채진 외 7명

2020년 3월, 코스피 지수가 1440으로 폭락했다. 2008년 미국 금융 위기 때와 같은 수치였다. 부끄럽게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난 저 때 뭐한 거지?'

생각해보면 저 시절의 난 입사한 지 일 년쯤 된 사회 초년생이었다. 갑작스레 늘어나는 돈에 재테크보다 월급날에 무엇을 살까 설레 하던 병아리 직장인이었다. 적금을 하고 있긴 했지만 투자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3월에 주식을 사지 않았단 사실에 아쉬움을 토해냈다. 정말이지 못난 심보가 아닐 수 없다.


나는 현재 주린이 1년 차다. 매매 내역을 보니 2021년 2월 15일이 첫 매수였다. 모두 우량주 종목이라 위험부담이 적어서인지 재무제표에 있는 항목들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개미 주주가 되었다. 다행히 겁은 많아서 떨어질 때 풀 매수하지 않고(그럴 돈도 없었다) 2, 3주씩 야금야금 사고 있었다.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 투자를 하지 않고 적금만 하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니,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나도 헐레벌떡 열차에 올랐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시간과 심적 여유가 생기자 주식을 위해 제대로 된 투자 공부를 하고 싶었고, 더 나아가 훗날 살아남기 위해 전반적인 경제 지식을 알아두고 싶었다.


지금 소개할 '코로나 투자 전쟁'은 내가 처음으로 완독한 경제 관련 자기 계발서다. 사실 이 책은 2020년 중반에 발행된 책이다. 작년 중고서점에서 구매했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최근에 와서야 읽게 되었다(그때 바로 읽었으면 내 수익률이 훨씬 달라졌겠지만 그만 생각하기로 한다). 이미 일 년 반이나 지난 경제 도서를 굳이 왜 소개하는지 의아해하실 수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일 년 반이 지난 상태에서 작가들이 추측했던 미래를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웠고 이 책을 통해 경제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게 되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부엔 주식과 부동산 투자, 후반부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망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내가 가장 관심 있어했던 주식 파트에선 저금리 환경을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주식이 좋은 투자 방법이라는 것과 매수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코로나 시대에서 앞으로 더욱 유명해질 종목이 무엇인지에 대해 언급한다. 현재 살 수는 없지만 조금씩 기웃거렸던 부동산 파트에선 집을 살 때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결론을 도출한다. 미래에셋 대우 리서치센터 수석 연구위원인 이광수 작가는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니 지금은 살 때가 아니라는 의견을 주장한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이 끝나야 좌우되겠지만 서울 부동산 가격이 아직 상승 중임에도 상승세의 폭이 축소된 뉴스를 보면서 나도 그 주장에 동의한다. 30대가 되면 제발 내 집 마련에 성공했으면 좋겠다.


후반부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으로 발생된 글로벌 금융 위기의 경제 흐름을 보며 코로나 시대도 이런 패턴을 반복할 것인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과거를 살펴보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차이가 무엇인지 어떤 여파를 몰고 오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끝으로는 코로나 시대가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인가에 대해 세계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코로나 투자 전쟁'은 베스트셀러인 타이틀에 반해 생각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다른 독자분들의 서평을 보면 대체로 일반들이 읽기에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평이 많았다. 사실 나도 조금 동의했다. 311페이지를 읽는데 대략 10시간이 걸렸다. 모르는 경제 용어가 너무 많았다. 내 기준에 높은 책을 선정했던 건 사실이었고 첫 경제책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순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만큼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경제 단어를 검색하고 때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영상으로 배우며 전체적인 경제 흐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왜 통화정책 중 하나인 금리를 낮추면 집값이나 주가가 상승하는지, 재정정책을 장기화하면 왜 경제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가장 좋은 건 경제 용어를 많이 알게 되면서 뉴스 읽기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뉴스 용어가 너무 어려워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연준, 패닉 셀링, 양적완화 등이 경제 뉴스에 등장하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우연히 유튜브(공부 목적을 제외하고 요즘은 거의 보지 않는다)를 통해 알게 된 영화 '빅 쇼트(한국어로 공매도를 뜻한다)'의 리뷰를 보면서 경제 관련 영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책을 통해 스펙트럼이 넓어짐을 체감하고 있다.


혹시나 이 책을 읽고 싶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아래에 책에 나와 있는 경제 용어를 정리해 놓은 파일을 첨부해 놓았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찾은 것과 영상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나름대로 이해하기 쉽게 따로 정리해둔 것이다. 책뿐만 아니라 나 같이 이제 막 경제공부를 시작한 분들께도 유익할 것이다. 혹시 정말 도움이 되셨다면 돈 말고 좋아요와 구독을 부탁드린다. 호랑이의 해엔 행복한 일만 가득하실 것이다.



'코로나 투자 전쟁'을 완독하고 나서 든 생각은 점차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백화점과 지하철역에서 구세군이 종을 울리며 모금하는 장면을 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을 보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해가 되어서 서글펐다. 모두 먹고살기 바쁘니까 남을 도울 여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특히 한국은 8282의 민족이니까) 새로운 방식으로 살길을 찾아가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그곳에 진입해야 부를 이를 거란 생각에 조급함이 든다.



p. 32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불황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100% 현금화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투자자를 봐왔지만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다가 제일 바닥에서 성공적으로 주식을 사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완전 바닥에서 투자해 완전 꼭대기에서 파는 투자자는 없다. 그것은 환상이다


p. 47

사람들은 충격적인 사건일수록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며 마치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과민 반응을 보인다.


p. 49

거시경제 요소들을 보고 있으면 두려워서 투자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때 봐야 하는 것은 거시경제와 관련된 뉴스가 아니라 기업 자체다.


p. 133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의 분권화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분권화 시대에는 다양성이 존중되고 진보가 주목받으며 작은 것에 대한 가치가 부각될 것이다.


p. 179

통화정책은 금융시장에 돈을 풀어 시장가격을 바꾸고 그 돈이 건설 및 기업투자로 옮겨가도록 하는 것이며, 재정정책은 구매력이 있는 돈을 직접 풀어서 이 돈을 벌기 위해 건설이나 기업 투자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p. 239

머지않은 미래에 불은 꺼질 것이고, 다시 숲은 시간의 힘으로 복원될 것이다.


p. 266

무형재는 사용해도 줄지 않는다. 오히려 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를 자극해 양과 가치를 동시에 증가시킨다. 네트워크 효과의 힘이다.


p. 277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투자자만이 시장에서 생존할 것이다. 높은 나무에 올라가야, 숲을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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