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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Jan 27. 2022

Dear. 밀레니얼

요즘 것들의 사생활(먹고사니즘 편)-이혜민

엊그제 울산의 '청년 니트족'이 증가했다는 뉴스 영상을 접했다. 니트족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이다. 국가가 처한 상황별로 의미가 조금씩 다른데, 국내에서는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며 OECD 기준에 따르면 취업하지 않거나 정규 교육기관에 등록하지 않은 청년들을 일컫는다. 후자의 경우 나 또한 니트족에 포함된다. 언론은 그들로 인해 국가에서 수천억 원의 경제적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알렸다.


보면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사회를 향한 서운함이었다. 다른 영상이나 기사를 봐도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원인을 조사하기보다, 경제적 손실이라는 결과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니트족 중에 부모님에게 의존하며 놀고먹고만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실제로 여기엔 고학력자 청년들도 많이 속해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러한 현상이 계속 떠오르는 이유는 불안정한 사회 속 희망 없는 미래를 내다보는 청년들의 무력감 때문인 것 같다. '어차피 발버둥 쳐봤자 집 한 채도 살 수 없는데', '열심히 N 스펙 쌓아 대기업 들어갔더니 상대적으로 쉽게 취업한 상사가 나를 막 대하네', '정년퇴직이 한참 남은 부모님이 실직당하는 시대인데' 등. 그들은 취업하기도 전에 겁을 잔뜩 먹게 된다. 니트족에게 희망의 불씨를 심어줄 해결방안은 없는 것일까.


몇 달 전부터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인터뷰 내용이 담긴 <요즘 것들의 사생활>이다. 부부가 900KM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요. 것. 사>는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있을까'라는 주제로 지금껏 추구해왔던 일의 방식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2030 세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쁘게도 도서관에 그 인터뷰 내용을 더 자세히 담아둔 <요.  것. 사의 먹고사니즘 편>이 구비되어 있어 서둘러 대출했다.


나는 위에서 언급했던 '니트족'에게 회사가 전부가 아님을, 회사 밖에서도 먹고살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리고 싶었다. 또한 좁은 책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실제 인생 선배들의 사례로 보여주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각 학교 도서관에 두세 권씩 배치되길 바랄 정도다. 내가 <요. 것. 사> 같은 자기계발서를 조금 더 일찍 접했다면 취업률과 연봉만 보고 전공을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여기엔 FM대로의 먹고사니즘을 벗어난 10명의 밀레니얼들이 등장한다. 토익 980점, 토익 스피킹 최고 레벨, 중국어 학점과 홍콩 인턴 경험까지 엄청난 스펙으로 대기업 정규직에 취업했지만 첫날부터 퇴사를 꿈꿨던 그녀가 퇴사 후 진행했던 1년 간의 직업 실험, 좋아하는 일과 안정적인 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청소 일을 시작한 예술가, 다들 쓸모없다고 말한 덕질로 억 단위의 클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진정한 덕업 일치의 삶 등, 이외에도 7명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알차게 담겨 있다.


사실 사례는 10가지이지만, 한 사람당 여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책 한 권으로 수 십 가지의 먹고사니즘을 엿볼 수 있다. 독자들은 그들을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넓은 맥락을 바라보며 '나는 이런 방식의 일은 맞지 않은 것 같아', '오, 이런 분야로도 돈을 벌 수가 있었어? 이거 재밌겠다'와 같이 나의 관심 분야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기를 바란다. 나 또한 인터뷰 내용을 통해 나의 내면에 집중했고, 어떤 방식의 커리어를 선호하는지, 가장 꾸준히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된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해 보려 한다.


먼저, 나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예지의 먹고사니즘이다. 내가 한 우물을 좁지만 깊게 파는 걸 선호한다면, 그녀는 여러 개의 우물을 파는 '멀티플레이어'다. 이예지는 스스로 재밌다고 느낀다면 어떤 것이든 쫓아 그 분야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대학생 때부터 남달랐던 그녀는 다른 동기들처럼 스펙을 쌓는 대신, 전공과 상관없이 재밌어 보이는 공모전 준비에 힘을 쏟았다. 그러한 노력 덕분인지, 머릿속엔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재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니 뻔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이 노잼이라서 잼을 판다'는 말장난을 계기로, '잼있는 인생'이라는 사업을 시작해 진짜 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잼의 종류는 특별하지 않았지만 특별한 기획력으로 바이럴 마케팅에 성공하면서, 나중엔 친구들까지 도와야 할 정도로 매출이 급증했다.


두 번째는 내가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드로우앤드류이다. 유명해서 이미 알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많을 것이다. 그는 현재 약 3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자, 클래스 101에서 온라인 강연을 하는 강사이자, 책을 쓰는 작가, 그리고 디자이너다. 드로우앤드류야말로 N잡러의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버로 처음 그를 만났고 자신만의 브랜드로 먹고사는 영상을 보고 구독자가 되었다. 그의 가치관이 이 인터뷰집에 잘 담겨있었다.


제가 제안하는 건, 저희 세대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자는 거죠. 저희 세대만의 장점이 있거든요. 돈은 없지만 교육 수준은 되게 높아서 똑똑하고, 어느 정도 인프라가 갖춰진 환경에서 자란 경우 경험도 많아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요. 다양성을 중요시하면서도, 자기 중심적이라서 자기를 표현하는 데 능숙하기도 해요. 특히 SNS, 소셜 미디어에서요.


실제로 그는 밀레니얼만의 여러 강점을 이용해서 수익을 창출했고, 1년 전 한강뷰가 보이는 작업실을 구했다. 가장 닮고 싶었던 부분은 온라인 강연이나 PDF 전자책 판매를 통해 잠자면서도 돈을 버는 패시브 인컴이었다. 그래서 요즘 PDF 전자책 관련 아이디어를 구상 중에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터뷰이, 인터뷰어의 공통점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비중이 전부냐 일부냐의 차이일 뿐 맥락은 변함이 없다. 이 책을 덮고 나에 대한 확신이 100을 초과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주제를 다룬 책들이 분야에 상관없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좋았던 책이라 리뷰도 재미있게 썼다. 지금은 먹고사니즘 시즌 2를 기다리는 독자가 되었다.




p. 39

멀리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지금 심은 이 씨앗이 내가 원하는 시기에 수확되지 않을지라도 해보는 것. 그리고 회사가 나한테 월급을 주는 유효 기간이 어느 정도일까를 생각하면, 회사에 기대지 않고 혼자 벌 수 있는 돈을 만들기 위해서 삽질을 하는 게 오히려 더 안전한 선택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p. 43

인생에 한 번쯤은 딴생각을 품어볼 수 있는 그런 틈을 사회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틈을 가지는 게 두려운 이유가 실패 때문이잖아요. 사실 실험이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럴 여유가 없는 거죠.


p. 82-83

뭔가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동시에 해보려고 노력을 하게 되는 시점이 온단 말이에요. 근데 그게 타협이 아니라, 방향을 찾는 과정인 것 같아요.


p. 270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으로 돈을 벌려면 앤드류처럼 팔로워가 몇만 명이 되어야 해. 나는 못 할 거야'하는 생각을 갖고 안 해요. 근데 사실 돈 벌 수 있는 수단은 되게 다양하거든요. 팔로워가 없어도 부업으로 먼저 시작해볼 수 있고, 그게 점차 내 주업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p. 272

'이걸로 돈을 벌어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나, 내가 갖고 있는 재능, 나의 콘텐츠를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브랜드를 키우는 것에 집중하면, 그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기고 영향력이 생겼을 때 돈 벌 수 있는 기회는 알아서 찾아와요.


p. 290

지금은 사회에서 정의하는 '임금을 받을 만한 일'이라는 게 너무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랫동안 성장 위주의 경제를 주장해왔고 그 아래에서는 가치 있는 일이란 오직 GDP 올리는 일자리 정도인 거잖아요. 그런 일들만 임금을 받을 만한 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난다면 많은 것이 변하지 않을까 싶어요.


출처)

유튜브-니트족/연합뉴스 TV, 울산 '청년 니트족' 증가... 경제적 바용 8천억 원/KBS News

네이버 지식백과-니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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