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백수란 명목 하에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있지만 그전까지는 매달 지출비 2위를 차지할 정도로(1위는 당연 식비) 서점에서 자주 구입해 읽었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의 대형서점도 좋지만 그 동네에 가야만 즐길 수 있는 작은 독립 책방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서점 주인의 개성이 담겨 있는 매대와 책장을 구경하면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30분을 훌쩍 넘기기 십상이다. 간혹 대형서점에 갔다면 쉽게 지나쳤을 책을 발견하면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느림의 미학'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서점이 아닐까. 천천히 거닐수록, 느리게 살펴볼수록 좋은 책을 간택할 수 있고 조급함이 디폴트 값인 현대인들에게 느슨함을 허락하며 여유를 선사하는 곳. 이렇듯 서점에서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나로선, <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라는 제목의 자기계발서에 끌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북 컨설턴트'가 되고 싶은 내게 서점과 책을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를 소개하는 책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저자 '시마 고이치로'는 광고 회사의 기업 홍보부 직원인 동시에, 책과 맥주를 함께 판매하는 B&B라는 동네서점의 공동 대표이다. 자연스레 서점 주인의 노하우가 담긴 큐레이션 방법과 두 직업의 연결고리를 통해 서점에서 좋은 기획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방법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서점과 책에 애정을 가지고 싶은 사람, 이미 좋아하지만 더 풍부하게 음미하고 싶은 사람,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 모두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총 5장의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두 대표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는 B&B 서점의 목표와 개인적으로 좋았던 서점 소개, 그리고 추천 서점 리스트를 추가로 나열하며 끝이 난다. 나는 본문 구성 방식이 마음에 들었는데, 1장과 2장이 '매일 서점에 가는 이유', '서점을 둘러보는 5가지 방법', '서점에서 5분 머무는 행위로 만나는 정보량' 등을 소개하며 서점이란 공간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었다면, 3, 4장에선 '어떻게 책을 선택하는가', '정보는 책장에서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 '독서는 여행이다' 등을 다루면서, 서점에 가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적인 '책'을 주제로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5장에서는 다시 서점 이야기로 돌아와 작가가 서점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가장 공감이 됐던 챕터는 4장의 '검색과 독서로 발견한 것의 차이'다. 지금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다. 하지만 정보량이 많을수록 검색 결과는 단순해진다. 더 짧은 문장과 시각화한 매체를 선호하게 되고, 그럴수록 수백 쪽 분량의 책 한 권을 정독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사람들의 평균 문해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독서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꿈인 내가 평소 고민하던 부분이었는데, 책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검색의 한계로 설명해주면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검색으로는 '알지 못하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없다. 검색은 '본 적이 있는 것'만 발견하게 해 준다. 알고자 하는 것만 배운다면 자신의 세계를 넓힐 수 없다. (......) 그럼 알지 못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알지 못하는 세계로 나를 강제로 데려다 줄 우연한 만남을 늘려야 한다.
반대로 내 견해와 다른 부분도 있었다. 3장에서 작가는 구입한 책을 버리지 말라고 한다. 특히 잡지 같은 경우 그 시대만의 유행이나 문화를 느낄 수 있기에 모으는 것을 권장한다. 이해는 가지만 개인적으론 너무 오래되거나 몇 년 동안 읽지 않은 책들은 정리할 것을 추천한다. 새롭게 출간되는 책을 읽기만 해도 벅찬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구입했지만 재미가 없어서 읽다가 포기한 책도 중고서점에 파는 것이 낫다. 그 돈으로 좋아하는 책을 구입해 읽는 것이 독서를 지속하는 데 훨씬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독의 매력을 깨달았다.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알고 있는 정보라도 상상하지 못한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문장에선 윤상훈 작가의 <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이, 욕망의 발견을 위해 질문을 던지는 부분에선 김종원 작가의 <문해력 공부>가 떠올랐다. 연결 고리가 점점 늘어나는 걸 경험하며 독서의 기쁨을 느끼게 해 주었다.
호흡이 길지 않은 자기계발서라, 나처럼 느리게 읽지 않는 이상 세네 시간 정도면 완독할 수 있다. 가독성도 좋고 장마다 Q&A 챕터를 마련해 내용을 정리해주는 친절한 책이다. 각 서점마다 다른 분위기를 만끽하고 원하는 책을 골라 제대로 된 방법으로 독서를 하고 싶다면 나. 매. 서를 읽어보기 바란다.
p. 12
인터넷으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일수록 필요한 것은 많은 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p. 43
서점은 정보의 총량으로는 인터넷에 못 미치지만 전체를 짧은 시간에 훑어볼 수는 있다. 이것은 매우 물리적이며 인간적인 경험이다.
p. 85
실패를 피하려고만 하면 판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없고 결국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존하게 된다.
p. 124
우리는 정보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조합에 돈을 지불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정보의 조합법은 바로 정보를 보고 분석하는 관점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