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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Jan 31. 2022

워라밸이 아닌 워라블

지금 시대의 자기 경영-김명희

아무래도 퇴사 후 이직이 아닌 아예 회사 밖을 벗어나서 하는 일을 준비 중이다 보니,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돈을 버는 N잡러나 프리랜서와 관련된 자기계발서를 주로 찾아 읽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적합한 분야의 책을 추천하고 상담해주는 '북 컨설턴트'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나에게 도움이 될 책들만 읽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와 달리 직장에서 일을 잘하고 싶은, 단순히 돈이 목적이 아니라 그곳에서 자아실현을 꿈꾸는 직장인 분들을 위한 책을 집어 들었다.


<지금 시대의 자기 경영>은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경력직원들의 기본서가 될 책이다. 특히 취준생들에겐 면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변을 내놓을 방안과 스펙 쌓기에 집중하는 것 외에 올바른 사회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방향키를 잡을 수 있게 하고 비윤리적인 기업에 무작정 지원하는 경우를 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사회초년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을 배워야 할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직장에서 좀 더 빨리 적응해나가는 방법을 알 수 있고, 경력직원들은 승진과 돈이 단순히 목적이 아닌,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결과 중 하나가 되게끔 만들어준다.


김명희 작가는 30년 간의 직장생활 동안 글로벌 회사와 대기업, 공기업 모두를 경험한 사람이다. 그녀는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상무, 본부장의 자리까지 오르며 다양한 조직을 리드했고 훗날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정부 기관의 기관장을 역임하며 공무원 조직에 몸담는다. 간단히 이력을 살펴봐도 헤드헌터 섭외 1순위인 이유가 충분히 증명된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토록 뛰어난 성과를 꾸준히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지금 시대의 자기 경영>은 저자의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삶 전체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1장에선 나를 잃지 않고 일하는 방법으로 '가치관' '일의 의미'를 언급한다. 그녀는 스스로 중요시 여기는 '정직'이라는 키워드를 시작으로 올바른 가치관 정립이 직장생활의 질적인 부분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강조한다. 또한 높은 메타인지를 통해 자기 객관화에 힘쓰며 일적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정했다면 이를 직장생활과 어떻게 접목시켜 자아실현을 추구하면 좋을지 설명한다.


2장은 나를 성장시키는 업무 능력으로 '논리력과 창의력', '전문성'을 키워드로 꼽았다. 이제 수동적인 업무 태도로 오래 일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공정성을 중요시하게 되면서 줄타기, 인맥 같은 일 외적인 것에 신경 쓰기보다, 실질적인 업무 능력으로 인정받는 세상이 오고 있다. 결국 우리가 가꾸어 나가야 할 부분은 전문성이다. 작가는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의 발달로 삶이 편리해졌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오히려 까다로운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논리력과 창의력은 이를 위해 필요한 역량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가 이 두 가지 요소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사고력을 골라 사용하거나 때론 통합하기도 하면서 유연한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는 자기 관리 챕터에선 몰입을 통해 지루한 직장 생활을 벗어나는 방법과 누구나 겪는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이용하고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방법을 다룬다. 여기선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삶, 워라벨에 대해 세 가지 관점으로 바라본다.

첫째, 일과 개인 생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관점이 아니라 통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둘째, 일과 개인 생활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일과 개인 생활 두 가지가 모두 만족스러워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
셋째, 일과 개인 생활을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는 없다. 휴식이라고 해서 일에 대해 모든 것을 다 꺼버려야 진정한 휴식인 것은 아니다. 나만의 휴식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부분에서 작가가 '워라밸'이 아닌 '워라블'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녀는 후반부에 워크 라이프 밸런스 대신, 워크 라이프 인티그레이션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워라인이 워라블에 가깝다. 워라밸(Work-Life-Balance)은 일과 삶의 균형 즉, 둘을 따로 떼어놓아 일은 일대로, 휴식은 휴식대로 보내는 식이다. 쉽게 말해 저녁이 있는 삶을 의미한다. 워라블(Work-Life-Blending)과 워라인(Work-Life-Integration)은 이 둘을 통합하여 조화를 이루는 삶이다. 작가가 언급한 세 가지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나도 입사 1년 차까진 워라벨을 추구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직장생활에서 공허감이 밀려왔고, 이 감정이 여가 시간에도 계속되자 다른 방식의 삶을 원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일과 휴식을 딱 잘라서 나눌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실제로 많은 밀레니얼이 원했던 삶은 워라밸이 아니라 워라블이 아니었을까?


워커홀릭 성향의 작가가 쓴 책이라 솔직히 무언갈 배워가려는 의도보다는 나와는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더 강했다. 그런데 직장뿐 아니라 삶 전체를 포괄하는 경험이 담겨 있어서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앞으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나를 잃지 않고 일과 삶의 조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p. 21

가치관은 그런 것이다. 내 인생의 방향이 되어주는 것, 내가 선택하는 기준이 되어주는 것, 다시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가 그 선택이 주는 불이익을 잘 알아도 결국에는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다.


p. 60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 세상이다. 윗사람이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지금 입사한 젊은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무능한 상사 때문이라고 한다. 그 무능한 상사는 어떻게 조직의 관리자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까? 회사가 공정성에 가치를 두고 제대로 평가했다면 가능한 일일까?


p. 88

우리가 하는 일의 결과물을 직접적이고 일차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각자가 다른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진다. 일에 있어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게 되면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고객에게 더 많은 봉사를 해야겠다는 내적 동기부여를 얻게 된다. 따라서 일의 성과 창출과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직접 경험을 통해 업무의 의미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p. 137

기술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었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조직 문화와 조직 체계를 바꾸고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지금 시대에 더 맞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또 용기가 없어서 못하기도 한다. 지금의 내가 내린 잘못된 판단이 미래 나의 조직이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p. 227

인간에게는 생각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생각하는 힘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더 발전한다. 주어진 과제에 몰입해서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해결책을 찾아낸다. 확실한 것은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만큼 나의 생각의 깊이는 깊어지고, 폭은 넓어지고, 능력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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