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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Nov 08. 2020

악플러들의 심리

비판과 비난을 구별 짓지 못하는 사람들

 인터넷 상에서 뉴스나 유튜브 영상을 볼 때마다 항상 관련 댓글들을 확인하는데, 상당한 수의 악플을 볼 때마다 큰 충격을 받는다. 물론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강한 글을 남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관련 당사자를 향한 도 넘는 비난이 담긴 댓글들이 게시물마다 한 두 개가 아니다.


 뉴스의 경우 나는 주로 네이버 기사를 보는 편인데, '클린봇'이라 불리는 악플 필터링 기능을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불편한 댓글들이 상당하다. 기사 주제가 정치라면 사람들은 좌파와 우파로 나누어 서로를 헐뜯으며 편 가르기를 하고, 개인의 정치적 견해와 비판아닌 무조건 욕설부터 시작하는 악플들이 수두룩 하다. 또 어떤 분이 그저 개인의 생각을 담았을 뿐인 댓글에 대댓글을 달아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며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연예 기사도 마찬가지다. 특정 유명 배우나 아이돌의 사진이 기사에 함께 게재되어 있으면 외모와 몸매 평가는 기본이고 입에 담기 힘든 성적인 언어폭력까지 일삼는다. 이러니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보기 위한 댓글 읽기가 이니라, '누가 가장 잔인한 말을 남기나?' 하는 내기를 보는 걸로 변모해버린다.


 또 유튜브는 어떠한가. 특히 올 한해는 사건. 사고가 많아 더욱 악플러들이 활개를 치고 다녔다. 뒷 광고, 주작, 음란 영상물 게재 등의 사건 영상들엔 욕설은 물론, 애매하게 비꼬거나 그들의 지인들마저 욕하는 글이 다분하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선 비판받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돈내산'이라 말하며 후기를 올렸지만 사실은 높은 광고비를 받아 광고 영상을 올려 구독자를 속인 것, 먹방 도중 음식에 문제가 있다며 해당 업체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지만 거짓으로 들통이 난 일, 건전한 여행 영상에 뜬금없이 성관계 동영상이 게시된 사건은 모두 구독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행동들이다. 하지만 악플러들은 절대 잘못한 행동만 비판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모든 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인 양 잔인하게 비난한다. 오히려 사실이 아닌 추측성 댓글도 추가해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악순환의 고리를 생성한다. 이렇게 되면 제아무리 자존감이 높고 긍정적인 사람이라도 멘탈이 무너지기 십상이다. 실제로 얼마 전 유튜버가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도 일어났다. 정신이 아직 미성숙한 어린아이들이 남긴 댓글도 많겠지만 사고할 줄 아는 어른들도 악플에 다수 가담하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왜 온라인에서 이런 한심한 글들을 남기고 다니는 걸까?


 결국 근원낮은 자존감이다. 어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쉽게 무너지지 않고 매일 소소한 일들에도 행복감을 느낄 줄 아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이런 글을 남길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 생각엔 1퍼센트 이하일 것이다. 자신의 삶이 만족스러운데 굳이 다른 사람을 깎아내려 자신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시간만 아깝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심할수록 자신을 높이기보다 타인을 낮추려 한다. 자신을 상대적인 우위에 놓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내세울 것이 없으니 타인의 단점을 어떻게든 찾아내 글로 끊임없이 부풀리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유명인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역시 너도 까 보니 별 거 없구나'라 생각하며 안도감을 느낀다. 글을 쓰면서도 좀 한심한 생각이 든다. 물론 가정환경에 의해, 타인에 의해 자존감이 많이 손상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든 살인이 정당화될 수 없듯이, 악플도 그런 이유로 선처를 해 줄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질 때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때마다 악플을 남기진 않기 때문이다. 나도 상담을 받을 만큼 자존감이 정말 낮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에 즐겨 보던 유튜브 영상이 있었는데, 초기엔 보는 사람도 적고 평범한 일상 위주를 보여주어서 친밀함을 느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구독자가 몇십만을 넘어서자, 갑자기 대단해 보이기 시작하고 이상한 배신감과 사회적 박탈감을 느껴 잠깐 동안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유튜버를 깎아내리는 댓글과 내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러니 자존감이 낮아서 이를 악플로 해소해보려는 사람들은 제발 지금부터라도 멈춰주길 바란다.


권좌에 앉은 바보가, 단지 그가 바보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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