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고운 Nov 22. 2020

잠 못 드는 밤에 나는

과거를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시간

(이 글은 10월 중에 쓴 글로, 한 달이 지난 요즘은 신기하게도 꾸준한 독서 덕분인지 존감이 많이 높아져 낮에도, 밤에도 정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의 저처럼 편안한 밤을 보내기 힘드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글을 올립니다.)


 얼마 전, 단짝 친구 둘을 오랜만에 만났다. 우리는 주로 서로의 생각이나 의견을 담담히 주고받는 대화를 선호하는데(이 공간에 없는 사람에 대해 함부로 떠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날은 각자 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 A는 나처럼 바로 잠들기를 어려워하는 성향이었고, 친구 B는 별다른 걱정 없이 쉽게 잠을 청하는 편이었다. B는 그런 우리를 신기해했다. 우리 또한 B가 바로 잠들 수 있다는 말에 놀라워했다. 모든 사람들이 끊임없이 생각하는 줄 알았다는 나의 말에 친구 A가 동조했다.


 하지만 친구 A와 나는 그 공통점 안에서도 차이점이 드러났다. A는 즐겁거나 마음을 안정화시키는 긍정적인 생각을 주로 하는 반면, 나의 경우 수많은 밤이 찾아올 때마다 대낮에는 짧게 스쳤던 어두운 생각들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지인에게 다날카로운 언어로 상처를 받았을 때나 업무 중 실수를 저질렀을 때, 정해진 목표량을 성취하지 못했을 경우 같이 자존감을 깎아먹는 상황들을 잠자리까지 끌고 와 머릿속에서 여러 번 곱씹는다. 내가 덧나지 않게 연고를 발라주어도 모자랄 판에, 작은 상처를 더 깊게 파헤쳐 놓는 것이다. 이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내지 못하면 금세 1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지금부터 잘 수 있는 시간이 적혀 있는 휴대폰 알람 화면을 보며 한숨을 짓는다. 결국 유튜브 ASMR이나 라디오의 도움을 받아 생각의 끈을 억지로 끊어버린 후 힘겹게 잠이 든다.


 문제는 다음 날 아침에도 일어난다. 늦게 잠들어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전날의 불안정하고 복잡한 감정으로 심신이 맑지 않다. 그 상태로 출근을 하면 일이 잘 될 리 없다. 긴장 상태에 놓여 있어 안 하던 실수를 하게 되고 원활한 업무 진행이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렇게 되다 보니 밤이  찾아오면 또다시 자책과 불안감으로 잠을 설치는 것이다.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으려면, 반드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다행히도, 나는 이런 상태를 그대로 방치해 두지는 않고 있다. 요즘 잡생각들을 조금이라도 떨쳐내기 위해 내가 행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나쁘지 않다.


 첫 번째 방법은 체력을 빨리 소모시키는 것이다. 잠들기 전에 생각이 많아진다는 아직 덜 피로하다는 뜻이다. 대학 시절, 시험기간에 새벽까지 공부하다 보면 많은 피로감에 침대에 눕기만 하면 5분 안에 잠들었다. 이럴 경우 짧은 시간에도 깊게 잠이 든다. 그렇다고 직장인이 새벽까지 공부하며 깨어있기는 힘들다. 대신, 퇴근 후 여가시간을 이용해 흥미로운 취미로 몸이나 머리를 쓰며 남아 있는 힘을 소진시킨다. 나는 주로 독서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잠과 적인 휴대폰 사용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자기 계발도 하면서 좀 더 깊고 빠르게 잠들 수 있다.


 두 번째는 포근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요즘같이 쌀쌀한 계절엔 침대 위에 온수매트를 깔아놓는다. 사람 체온 정도의 온도로 설정해 놓으면, 금세 침대가 따뜻해진다. 수족냉증이 있는 나는 차가워진 손발을 그곳에 두고 도톰한 이불을 덮을 때, 따스해지는 감촉을 좋아한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바로 향기다. 몸은 따뜻하지만 꿉꿉하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면 효과가 별로 없다. 이불을 빨고 나는 섬유유연제 향기를 맡다 보면 기분이 훨씬 좋아지고 노곤노곤 해진다. 이불을 세탁하기가 여의치 않다면 수건이나 옷들을 섬유유연제를 사용해 세탁한 후 자는 곳 주변에 몇 벌 걸어놓는다.(나는 환기가 잘 되는 구조의 집이 아니라 방향제는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 주변으로 그 향기가 퍼져나가 잠들기 수월할 것이다.


 별로 특별하지 않은 두 가지 팁을 소개해보았는데, 나처럼 고뇌하는 밤을 보내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모두들 굿 나잇.




작가의 이전글 악플러들의 심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