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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Feb 20. 2022

망할 PMS

#생리전증후군#분노#짜증#우울#무기력#전세보증보험(?)#밀린일기

일주일 전부터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내 몸을 휘감았다. 사소한 실수에도 쉽게 자책했고 별다른 일이 없어도 잔잔하게 짜증이 몰려왔다. 밤엔 남자 친구와 일상적인 통화를 하다가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차올랐다. 이런 내 감정을 이해해주고 군것질거리를 잔뜩 사다 준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지만 또다시 쳐지는 기분에 며칠 뒤 짜증 섞인 말투로 통화하고 말았다. 사과는 했지만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유독 참기 힘들었던 감정은 무기력감이었다. 매일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억누르기 힘든 귀찮음에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플래너엔 X 표시와 공백이 늘어났고 그에 따라 일의 분량은 방대해졌다. 성취감 없는 일상에 몸은 더욱 무거워졌다. 사흘은 침대와 한 몸이 된 채 종일 휴대폰 액정만 바라봤던 것 같다. 수면 시간도 늘어나 자도 자도 졸렸다. 생리가 시작되면 괜찮아지겠지만 이런 날이 계속될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


이 시기에 전세보증보험을 신청하러 갈 땐 나도 모르게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별도 등기 때문에 은행에 제출한 서류가 반려되면서 애를 먹었다. 문의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전화를 걸었고 여러 차례를 기다린 후에 상담원 분과 연결할 수 있었다. 별도 등기의 사유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구청 등에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청은 여기가 아니라며 다른 곳을 알려주었고 계속되는 장소 옮김 끝에 별도 등기를 말소하고 신청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올 땐 녹초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종아리가 땡땡하게 부어 있었다. 예전보다 심해진 증상들에 결국 산부인과로 향했다. 증상을 말하고 처음으로 피임약 야로즈를 처방받았다. 간혹 수능 같은 중요한 시험을 대비해 복용한다고는 들었는데 부작용이 조금 걱정되었다. 처방대로 한 달간 매일 같은 시간에 한 알씩 복용했고 다행히 아직까진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제부터 증상이 완화되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다음 달에도 PMS 증상이 심해질까 봐 걱정이다. 호르몬 하나로 이렇게 사람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게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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