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고운 Jan 10. 2021

핸드크림

수분을 채워주는 사람들

 바람 소리가 몸을 할퀴는 계절이다. 겨울이 찾아오면 내게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가 있는데, 바로 피부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다. 몸이 차고 건조해지다 보니 피부가 자주 튼다. 그중 가장 심한 곳이 손등이다. 추위에 노출이 빈번한 부위이기도 하고 손 소독제를 자주 사용해야 하는 곳에서 일하다 보니 자주 꺼끌해진다. 그래서 요즘 나의 필수 아이템은 '핸드크림'이다. 일하면서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바르다 보면 좋은 향기와 함께 손등이 한결 보드라워진다. 예민해진 피부를 촉촉한 하얀 덩어리가 살포시 진정시켜 준다.


 주변을 둘러보면 간혹 핸드크림 같은 사람들이 있다. 상대가 어떤 연유로 예민해지고 화가 나 있으면 침착하게 그 열기를 식혀주고, 자존감이 낮아지면 예쁜 말과 행동으로 자존감을 되찾아주는 소중한 사람들. 친구나 연인, 가족 같은 가까운 지인일 수도 있고 때론 별로 친하지 않은 관계일 수도 있다. 가까운 사이라면 그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계속 이어나가길 바라고 아직 친분이 없다면 다가가 멋진 사람들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내게도 핸드크림처럼 말라비틀어진 멘탈을 촉촉하게 보듬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운이 좋게도 주변에 꽤 많이 존재한다. 내가 저지른 실수에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며 무작정 혼내기보다는 미숙함을 받아들이고 보듬어주는 사람, 힘든 일을 털어놓았을 때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 너만 힘든 거 아냐.'라며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해주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경청해주는 사람, 때론 직접적이진 않지만 주변 사람들을 항상 따뜻하고 올곧게 대하여 나까지 미소 짓게 하는 버석한 삶 속에서 수분을 채워주는 사람.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면 괜스레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 또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져 노력하게 된다. 선한 영향력이 또 다른 선함을 낳게 하는 것이다. 나도 선순환의 고리에 가담해 핸드크림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진 출처: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결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