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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Jan 03. 2021

결산

'하얀 소의 해'는 소사소난하길 바랍니다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취소되었다. 매년 가족끼리 거실에 둘러앉아 카운트 다운을 외치며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는데, 2021년 1월 1일 0시는 너무도 조용히 지나가버렸다. 잠시 후 카톡으로 수십 개의 알람이 왔다. 지인들로부터 온 새해 인사 문자였다. 작년에 카톡 서버가 터진 적이 있어 나는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생길까 봐 미리 문자를 보냈었는데 왠지 올해는 서버가 원활했다. 새해 인사 키워드는 '코로나 19'와 '건강하기'였다. 덕담 가득한 문자를 주고받다 보니 한 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해돋이를 보며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게 해 주세요.'라며 소원을 비는 멍청한 사람들이 제발 없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떡국을 한 입 '후루룩' 넣은 뒤에야 한 해가 갔다는 게 실감이 났다.


 모든 게 예전 같지 않았다.


 조용히 2021년을 맞이하기까지 소란한 사건들이 참 많았다. 여기선 크게 세 가지만 적어보려 한다.


 먼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작년 1월부터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진행 중인 COVID-19. 어찌 보면 가장 큰 사건이었다. 국내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우리는 더 이상 맨 얼굴로 외출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과의 접촉이 뜸해지며 '언택트 시대'가 심화되었다. 병원을 제외한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실시했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줌이나 스카이프 등의 어플로 화상 강의를 들었다. 또한 밖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면서 배달 어플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일회용품 사용이 늘게 되니 환경오염을 심화시키는 데 일조해버렸다. 야외활동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여러 관광 및 숙박업, 상점들이 큰 경제적 타격을 입기도 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코로나로 인한 모든 불만을 가족에게 토해내며 가정불화도 증가했다. 이렇듯 '코로나 블루' 현상은 확진자 수에 비례하며 늘어났다.


 두 번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동영상 플랫폼, 바로 유튜브. 수많은 유튜버들이 구독자수를 더 늘리기 위해 도덕성과 정의를 포기한 순간들이 많은 해였다. 자신이 틱장애가 있음을 밝히며 그의 일상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구독자를 얻었지만 모든 게 거짓임이 탄로 났던 '아임 뚜렛',  연예인을 시초로 영상엔 '내돈내산'이라며 후기를 남겼지만 사실 광고주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받아 시청자들을 기만했던 '뒷광고' 사건, 음식을 많이 먹는 것으로 유명해졌지만 사실은 씹기만 하고 뱉어버린 뒤 교묘히 편집해 업로드했던 '먹뱉' 사건이 그것이다. 유튜버들의 거짓말이 늘어갈수록, 시청자들은 쉽게 믿지 못하고 일단 의심부터 하는 습관이 생겼다. 눈 앞에 보인 돈 때문에 인간성을 버리지 말기를 바란다. 빨리 성공할수록 무너지는 건 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너무나 안타까웠던 많은 공인의 자살이다. 아무리 자살률 1위가 한국이라지만 한 해 동안 몇 명의 생명이 밤하늘의 별이 되었는가. 제발 부탁이니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비판을 넘어선 악담은 하지 말자. 또한 근거 없는 논란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며 숨겨진 진실과 당사자를 짓밟지 말자. 쓰면서도 분노가 이는데, 그렇게 타인의 장점은 보지 못하고 단점만 콕 집어내는 사람들의 인간성은 참 저급하다. 잘난 점이 없단 뜻이겠지. 자존감이 낮은 모든 사람들이 악플러는 아니지만, 모든 악플러는 자존감이 낮다.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지만 주관적인 생각으론 차라리 무플이 훨씬 나은 것 같다. 남을 깎아내리며 우위를 차지하려는 못된 심보는 올해부터 넣어두길.

 

 이 외에도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을 만큼의 소란이 있었지만 더 울적해지기 전에 멈추기로 한다. 이번엔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 보려 한다. 일명 나의 '2020 성취 결산'. 꽤 기특한 1년을 보냈다.


 59권의 책을 완독했다. 독서량이 늘수록, 간접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서 나만의 세계에 빠져 있지 않을 수 있었다. 필사도 해가며 열심히 읽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문장들이 흡수되었는지 마음 회복이 점점 빨라졌고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을 배려할 줄 알게 되었다. 또한 독서의 효과를 가장 부각해 줄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여러분들이 지금 보고 계신 '브런치'로 말이다. 죄송스럽게도 등단을 너무 쉽게 생각했는지 첫 시도는 실패였다. 하지만 덕분에 더 나은 글이 나왔고 지금처럼 꾸준한 글쓰기 약속을 잘 지키려 노력할 수 있었다. 거의 매일 조금씩 써나가면서, 쓸수록 잘 써진다는 진리를 몸소 깨닫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직 스펙 쌓기가 목적이었던 영어 공부를 주도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바로 영어책으로 말이다. 처음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한글로도 읽기 어려운 '데미안'을 골랐다가 며칠 만에 방구석에 방치시켜 두었다. 운이 좋게도 영어를 잘하는 친구가 내 실력에 맞는 청소년 소설 영문서를 추천도 아니고 직접 선물해주어서 절반을 넘기며 꾸준히 읽고 있다. 조금씩 영어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결국 모든 결과물들이 책에서 왔는데, 그만큼 책과 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열렬하다는 것을 자각했다. 이렇듯 내면 성숙에 온 힘을 다했으니 올해는 체력 향상에 무게를 두려 한다.

 

 작년은 액땜했다 치고 2021년은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생기길 바란다. 우리가 고생한 해였고 우리가 기특한 해였다.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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