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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의 충격적인 블론세이브? 충격적이지 않다

한화이글스 팬들은 아직 가을을 겪어보지 못했다

by 이혁주

2025년 10월 1일 SSG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

김경문 감독의 신들린 대타 작전과 폰세의 10K 호투로 인해서 3점차 상황에서 등판한 마무리 투수 '김서현' 첫타자와 두번째 타자를 내야 땅볼로 쉽게 잡은 다음 부터 지금 글을 쓰게 되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가운데 빠지는 단타로 1루를 채우게 되고 그 이후 2군에서 올라오지 않은 타자에게 투런포를 맞게 되고 이윽고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정준재를 내보낸 후 올해 입단한 신인 이율예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게 된다.

중계하던 방송사도 패배한 LG팬과 승리한 SSG 선수단, 그리고 10개 구단 모든 팬들이 순간 시간이 멈춘듯이 행동했다.

중계를 보던 필자도 이 경기를 보며 순간 멍하니 아무런 생각을 못하고 믿어지지 않는 상황을 바라보았다.

자 그러면 필자는 왜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는지 내 자신을 위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1. 김서현 선수의 고질적인 제구 능력

2023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김서현은 지속적인 제구력 이슈가 있었다.

입단 1년차에는 잡히지 않는 제구로 인하여 지속적인 이슈가 있었으며 2년차에는 제구가 어느정도 잡히며 리그에서 수준급의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하며 올해 2025년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다.

시즌 개막 후 2년 동안 누적된 피로가 나타난 주현상의 방화로 인해 3월 중 갑자기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게된 김서현은 8월까지 2024년의 언터쳐블한 모습을 보여주며 리그 최고의 1위팀 마무리로 활약했다.

고작 프로 3년차가 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할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구위와 구속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8월 50이닝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상대 구단에게 공이 공략 당하기 시작하면서 블론세이브가 잦아지며 구위가 떨어지고 그를 괴롭히던 제구가 다시 안되기 시작했다.

김서현의 제구는 신체적이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멘탈적인 문제'가 강하다. 모든 투수가 그러하지만 김서현의 경우는 첫번째 볼넷을 준 다음 → 투수코치가 올라가서 다독여준다 → 제구가 된다, 라는 단순한 레퍼토리가 강하다.

제구가 안되는 투수들은 누가 올라와도 제구가 안되어서 경기를 내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김서현의 경우에는 투수코치가 올라가면 그 다음부터는 대부분 제구가 되는 경기를 보여준다.

자, 바로 이 경우가 오늘의 경기에서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개 몇 십년 야구 본 일반인으로 김서현의 공략법이 충분하게 나온다.

- 김서현은 멘탈이 강한 선수가 아니다, 공이 빠지기 시작하면 지켜보면 된다.

- 그 다음 스트라이크를 넣기 위해 무조건 가운데로 공이 몰린다, 공략하라.

- 김서현의 담당 포수도 가운데로만 던지라고 다독인다.

- 그러면 공이 가운데로 온다....? 쳐버려라.

물론 공의 구위가 강할때에는 가운데 던진 공도 파울이나 범타로 물러나게 되지만 피로도가 쌓이는 후반부에 가면 약한 공은 그대로 장타로 연결된다, 이날 김서현은 연투가 반복되는 상황이었고 공의 구속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두개의 아웃카운트에서도 김서현의 공을 SSG 타자들이 빠르게 공략하고 있었다.

이는 김서현의 공이 눈에 띄게 구위가 떨어졌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 치기 쉬운 공이 가운데로 몰려서 들어오니 어떤 선수라도 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제구가 안되는 김서현 선수는 구위가 좋을때는 가운데로 던져도 되지만 떨어진 상황에서 빠른 승부가 오늘의 대참사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2. 너무 쉽게 잡은 두개의 아웃카운트와 아쉬운 포수 리드

위에서 말했듯이 3점이라는 터프세이브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구위가 떨어진 공을 공략한 SSG 두 타자가 너무 빠른 타이밍에 아웃카운트를 가져가면서 이 모든 상황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이재원 포수는 최재훈 포수와는 다르게 볼배합 관련하여 여러번 이슈가 되어서 빠른 시간에 교체되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이미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은 채로 정준재에게 볼넷을 주었을때 가운데로 던지라라고 말하고 다독이며 BABIP (운) 을 믿는 상황은 이재원의 포수 경력이면 하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1루만 채워지고 나머지 두 타자를 채워도 되는 조건이었다면 김서현에게 피해가는 승부를 권하고 만루 상황까지 만들었어야 하는 상황을 시즌 내내 이재원이 보여주었던 아쉬운 선택에서의 가장 큰 실수를 하게 된 것이다.

이미 불펜에서는 엄상백과 김종수가 대기 중이었고 모두가 김서현의 스트레이트 볼넷을 예상하는 가운데 준비 중이었는데 가운데로 몰린 공이 홈런이 된 것은 지극히 경력있는 포수의 리드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3. 김서현의 스타일에 대한 이해도 부족 (팀, 팬)

이처럼 제구가 안되고 구속과 구위가 좋은 '와일드씽' 타입의 투수들은 단점이 많지만 장점도 많다.

첫번째, 내가 던지는 공이 제구가 안되니 타자도 공에 대한 예측을 할수 없다.

두번째, 빠지는 공이 많아지니 예측이 안되고 그 결과 자신의 스윙을 가져가지 못하거나 범타로 물러난다.

세번째, 앞선 장점을 바탕으로 투수 자체가 이러한 심리적 방식으로 투구를 이어나가 승리할수 있다.

한화이글스의 앞선 마무리 투수들은 정우람, 박상원, 주현상 등이었다.

특히 정우람의 경우에는 낮은 구속이지만 정확한 제구와 볼 로케이션과 구위로 안정적인 투구 운영을 하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였으며 박상원과 주현상의 경우에도 '계산이 서는 투구'를 하는 마무리였다.

하지만 김서현은 이런 유형의 투수들과는 다른 '어리고, 구속, 구위 좋은 제구 안되는 투수' 이다.

이번 대참사를 발생한 원인은 바로 여기에도 있다.

우리 모두가 김서현에게 '안정적인 제구'를 원해서 그에게 가운데로 던지라고 말하고 있었으나 정작 가운데로 던지면 안되는 상황에서도 가운데로 던지게 한 팀과 팬의 문제도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4.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패넌트레이스에서 한화이글스를 작년 8위에서 2위로 마무리하게 하는 여러가지 힘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가을만 되면 흔들리는 리그 전문 2위 감독 김경문의 야구 스타일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퀵후크를 남발하고 이닝쪼개기라고 불리우는 '투마카세'가 난무하던 김성근, 김태형 식의 야구가 단기전에서 맞을까?, 아니면 노시환을 진득히 1년 내내 기용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믿음의 야구가 맞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화의 2018년 가을야구는 사실 '운빨'이 강한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부실한 선발이지만 말도 안되는 불펜들의 활약과 거기에 호잉이라는 최고의 타자가 보여줬던 시즌의 임팩트와 2025년의 한화이글스는 다르다.

구단의 최다승과 최소 수비 실책, 평균자책점 1위 는 올 시즌 한화이글스의 성적이 '후루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의 김서현의 경우를 보면서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에 제언을 하자면 포스트 시즌에서는 이번의 충격적인 패배를 밑거름 삼아 전폭적으로 파격적인 팀 운용을 해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한다.


5. 마치며

사실 2위라는 성적으로 만족했지만, SSG을 승리했으면 KT전과 타이브레이커로 진행되는 LG전에 대한 자신감도 내심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주구장창 꼴지만 했던 지난 세월 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을 올 시즌 해서 그런지 한화이글스 팬이 올해 겪는 내상은 모두 처음 겪는 내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팀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이러한 말도 안되는 경기를 보면서 웃곤 했는데 정작 내가 이런 상황을 겪게 되니 이러한 주구장창 진정 글을 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가을야구에서 이런 경기는 생각해보면 흔하지 않았는가?, 거기다가 리그 우승 결정도 아니고 3번의 경기 중 한경기를 져서 패배 했는데 이 정도 내상이면 한화이글스 팬들이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일에 대한 첫경험의 충격이 세구나 라는 생각이 나오면서 웃음이 나온다.

한화야구를 보던 이천년대 초반부터 생각해보면 올 시즌 한화이글스는 단연 압도적인 강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리그 경기에서의 패배를 발판으로 삼아 플레이오프에서의 승리와 더 나아가 한국시리즈 까지 바라보는 팀이 되어서 가을 야구 단골 팀으로 가는 길의 바탕인 시즌이 되었으면 한다.


p.s 생각해보면 5위만 하라고 했던 시즌이었는데...사람 마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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